남북 교류 ‘최후의 보루’ 개성공단은 지켜라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 승인 2008.12.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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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특구 지역의 경제 협력 중단되면 남북 모두에게 손실끼쳐…강경 정책 고수해 상황악화시키지 말고 대화 모색해야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12월1일자로 개성 관광과 개성∼봉동 간 화물 철도의 운행을 중단한다고 통보해왔다. 북한 군부의 1차 조치는 참관·관광·경협 목적으로 남측 인원이 군사분계선을 육로로 오가는 것을 제한·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가동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에 대해서만 체류와 통과를 허용하고 남북 교류 협력의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가운데 북측이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를 끊은 데 이어 개성 관광과 철도 운행을 중단키로 함으로써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 협력의 창구는 거의 모두 차단될 전망이다. 북한이 남한 당국 배제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 교류마저 부분적으로 차단하게 되면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교류 협력에서 얻을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남북 교류를 차단하려는 것은 정치적 이유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과민한 군부가 대북 전단 살포와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 발언 등을 문제 삼아 1단계 차단 조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9개월이 지났음에도 남과 북은 관계 설정을 하지 못하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에 불만을 품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내놓았던 ‘친북 좌파 정권의 잃어버린 10년’ 구호가 집권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햇볕 정책’은 옛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을 붕괴시켰던 헬싱키 프로세스의 한국판 변종으로 좌파 정책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진보 정권들이 ‘평화적 이행 전략’을 잘못 적용해 북한의 버릇을 나쁘게 했으니 문제라는 식으로 이를 폐기하고, ‘비핵·개방·3000’ 등의 대북 강경 정책을 내놓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남과 북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지 못하고 개성 관광마저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당국차원의 대화 중단을 넘어 민간 차원의 교류 협력도 부분적으로 차단될 위기에 봉착했다. 북측은 두 차례에 걸친 군사 당국자 회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민간 단체들의 삐라 살포 행위가 계속되자 급기야 북한군부가 나서 군사분계선에서의 부분적인 통행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선군 정치를 하는 북한에서 군부가 나섰으니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남한 당국의 대응은 강경으로 맞서는 것이었다. 북한은 늘 그랬던 것처럼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선다’는 논리에 따라 강경 대응 조치를 들고 나왔다.       
 
북한의 의도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 바꾸기

북한의 의도는 복잡하지 않다. 남측의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이행하고, 대북 유화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라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에 남측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전환시키기 위해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데 남측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북측이 개성 관광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차단 조치를 강행하려는 데는 개성공단도 차단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선군 정치를 하는 북한에서 군부가 남북문제 전면에 나섰기 때문에 이미 한 말이 ‘공수표’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다음 말에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관점에서 제한적 차단 조치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오바마 당선 이후 북·미 관계 진전에 대한 자신감에서 남북 관계를 차단하려고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북·미 관계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남북 갈등은 북측의 오랜 숙원인 북·미 적대 관계 해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미 관계를 의식할 때 오바마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북·미 관계를 진전하는 데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과 북은 관계를 복원해서 북·미 관계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 관계 악화와 경제 문제는 연관성이 없다는 인식과 함께,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면서 대북 ‘무시 정책’을 지속해왔다. 어쩌면 북측의 이번 조치는 남측 정부의 이러한 정세 인식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안보 위기가 결합되면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우리 정부는 애써 외면해왔다. 과연 그런지를 시험하기 위해 북측이 이번의 제한적 차단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

무디스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 기관이 2004년 5월 말과 6월 초 두 차례의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등 남북 군사 분야의 진전을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논거로 활용하기도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안보 위기가 중첩되면 우리의 대외신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코리아 리스크’는 주가 하락과 외채에 대한 이자율이 상승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외국 자본은 지금의 한반도 정세에서 ‘김정일 건강 변수’와 남북 갈등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김정일 건강 변수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맞대응보다는 김정일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으로 정책의 초점을 잡아야할 것이다. 핵 포기를 촉진하고 김정일 이후 개혁 지향적인 리더십의 출현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북·미, 북·일 적대 관계가 해소되고 남북 화해 협력이 진전되어야 한다. 대북 강경 정책은 북한의 핵 보유 동기를 강화시키고 강경 군부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오해 풀고 신뢰 회복하는 데 시간 걸려…‘포용’ 인식 배워야

▲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시사저널 임영무

개성공단까지 차단하는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측 당국은 북측과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비핵·개방·3000 관점에서 볼 때도 비핵 부문에 일부 전전이 있는 가운데 북한의 개방 지역인 개성공업지구를 폐쇄하게 만드는 것은 모순이다. 핵실험 당시에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차단하고,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남북 경협 사업은 상호의존적인 사업으로 진전되었기 때문에 중단할 경우 남과 북 모두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교류 협력 사업을 중단할 경우 외부 세계에서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으로 인식한다. 적어도 개성공단 등이 유지될 경우 전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국민이 인질이 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이 있는 한 군사 전력이 열세인 북한이 자멸 차원의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 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북한 특구 지역에서의 경협은 전쟁에 대한 상호 억지 효과가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이 그동안의 오해를 풀고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에서 보듯이 어떤 상황 악화 조치가 취해지면 원상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지금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미 공조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포용 인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오바마는 “상대를 벌주기 위해 대화를 하지 않는 방법을 취하는 것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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