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있는 정계 인사 대북 특사로 보내야”
  • 소종섭·김지혜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12.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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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 “경협 중단 가능성 작다”

▲ 1956년 서울 출생 / 경기고-서울대 법학과-옥스퍼드 대학 박사 / 청와대 정무비서관, 한나라당 대변인, 한영협회 회장 / 16~18대 국회의원 /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지난 11월28일 오전 9시20분,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전날 밤 인도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부터 꺼냈다. “한국인의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이미 한국인은 무사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나름으로 걱정하는 듯했다.

미국에서 오바마 정권이 등장하고 남북 관계가 격변하면서 국회의 관련 상임위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와 마주앉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다는 보좌진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국회 본청 외교통상통일위원장실에서 만난 박위원장은 힘 있는 목소리로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남북 관계가 계속 꼬인다. 

남북 간에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착 상태에 있어서 안타깝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대북 강경책을 쓰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진심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북한에 상생과 공영 정책을 제의한 것은 그런 뜻에서 시작한 것이다. 대북 특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차원에서 남북 간에 대화와 교류 협력의 물꼬가 트는 것이 어려우면 국회라도 그 역할을 할 생각이다.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정치 기관이므로 남북한의 정치적 대화에도 국회가 나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특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단절된 남북 대화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특사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인사가 가는 것이 좋다. 사실 현 정부 들어서 비중 있는 남북 대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남한을 길들이려고 하고, 이명박 정부는 남북 관계의 정상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각이 어긋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남북 관계를 안정시켜나가겠다는 것이 큰 목표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특사가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특사를 조급하게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대북 관계에 대해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일단 대화의 장에는 나와야 의미 있는 협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하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견지하면서 (대화의 장에 끌어낼 수 있도록) 실천은 유연하게 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자세이다.

대북 특사로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나?

이름은 말할 수 없지만 생각은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비중 있고 북한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남북 간에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북측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남북 문제를 대할 때 민족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외교적인 시각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통일부가 존속하면서 고유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인 시각에만 치우친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남북 관계를 국제 관계 틀 속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외교부도 그런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6자 회담과 한반도 비핵화라는 국제 공조의 틀은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당선인 모두 똑같이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공조의 틀 안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이루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의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 외교력을 집중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한·미 공조가 튼튼해서 대북 관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외통위 대표단이 미국에 가서 오바마 정부를 구성하게 될 핵심 인사들을 만났다. 오바마의 당선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동맹을 존중하고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를 강조한다. 그는 남의 말을 잘 듣는 ‘굿 리스너’라고도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입장을 잘 듣고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 동맹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런 점에서 중요하다. 한·미 동맹 활성화를 위해 의원 외교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말한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오바마의 선거 캠프에서 한반도 정책에 관여했던 인사의 말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은 소위 ‘강인하고 직접적인(tough & direct)’ 외교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곧 북한으로 달려간다는 의미는 아니고, 신정부가 구성되면 어떤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경제 위기가 발등의 불이기 때문에 먼저 경제 대책을 세우느라 북한과의 외교에 신경을 쏟을 여력이 많지 않아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극적인 직접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길게 보면 정상회담이 실현될 것이라는 말인가?

여건이 조성되면 정상회담이 있을 수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나 북한의 개방에 도움이 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6·15 선언이나 10·4 선언에 대한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다르다.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과거 정권에서 합의한 내용 중에서 실현 가능하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프로젝트들을 검토하고 북한과 테이블에 마주앉아서 과거의 합의 정신을 존중해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남북 대화의 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조속히 열려야 할 것이다.

야당 일각에서는 이른바 ‘한국판 네오콘’들이 대통령 주변을 장악했다고 비판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보좌하는 사람도 많다.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있나?

그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차단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면 개성공단의 기업 활동에 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인원을 축소하거나 통행을 제한하는 정도이다. 우리측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을 남북 교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여기고, 북한은 개성공단이 북한 경제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북 모두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대비는 해야겠지만 개성공단 자체가 폐쇄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개성공단 같은 것은 남한에 수백 개 있다’라며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박위원장의 생각은 어떤가?

박대표의 발언은 개성공단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남북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는 의미였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간의 상생과 공영을 위해서 상당히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현재까지는 본격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파일럿 프로젝트이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북한의 인력, 한국의 자본·기술, 외국 기업의 참여가 있으면 본격적으로 경제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남북한이 상호 이득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므로 잘 살려가야 한다.

나도 개성공단에 두 번 다녀왔다. 기회가 되면 또 가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개성공단입주위원회’에서 국회 상임위에 찾아와 의원들과 간담회를 나누기도 했다. 그들의 애로점과 건의 사항을 들었다. 어제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 상품 전시회를 하는데, 가서 축사도 했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활력을 되찾도록 국회에서도 애쓸 것이다.

여권 내에서는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말이 분분하다.

한 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지난번 경선 때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민주주의의 장점은 제도 안에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박 전 대표 역시 당이 어려울 때 협력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민은 오바마 당선인이 치열한 경선 경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 후보로 내정하는 것을 보면서 안심하고 있다. 우리도 깊이 생각해볼 부분이다.

개각을 할 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중요한 자리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여러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한나라당은 경선이 끝난 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친이·친박으로 나누어져서 계파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당이 갈라져서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은 화합하고 경제 해결을 위해 단결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원할 것이다.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고 특히 젊은 의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년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일 중요한 것은 민생 경제 회복이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실업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긴급처방을 정부와 국회가 빨리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한·미 FTA 비준이다. 우리는 금융 경제가 어려우면 실물 경제로 먹고살아야하는데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우리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FTA이다. 국회에서 조속히 비준을 해서 한·미 양국이 경제의 숨통을 트게 해야 한다. 우리는 농업에 대한 피해 보완 대책이 필요하고, 미국은 파산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양국이 보완책을 거쳐서 반드시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 국민이 비자없이 미국에 가듯 상품도 관세 없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EU)과도 FTA 협상을 하고 있는데 연내로 협상이 되면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어서 경제에 더 많은 활로가 생길 것 같다.

한·미 FTA는 언제까지 비준하는 것이 좋겠는가?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상임위의 의결을 거친 후에, 국회법에 따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원 모두가 FTA에 대해 솔직하게 토론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도 원내대표나 국회의장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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