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8.12.09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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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행복한 ‘판타지’

▲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 주연: 포뇨, 소스케
2002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백설공주>나 <라이언 킹> 같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따라가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들이대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아이들이나 보는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영화 산업이 너무 커버렸고, 성인 관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동화가 아닌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센과 치히로의 모험>은 인간의 탐욕과 죄악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었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앉아서 아이는 아이대로 재미있게 보고 어른은 어른대로 ‘대오각성’하며 본 애니메이션이 <센과 치히로의 모험>이다.

다섯 살짜리 소년과 다섯 살짜리 물고기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4년 만에 찾아온 미야자키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은 <벼랑 위의 포뇨>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전혀 내용을 알 수 없지만 한마디로 바다가 주인공이고, 바다가 배경인 영화이다.

소스케는 해변에서 살아가는 다섯 살짜리 평범한 소년이다. 그의 집은 벼랑 위에 자리 잡아 가끔 등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바닷속에서 살아가는 후지모토는 물고기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 구경을 시켜주다 나중에 소스케가 포뇨라고 이름 붙여준 아이를 잃는다. 우연히 소스케를 만난 포뇨는 다시 아버지의 강제에 따라 바다로 돌아간다. 물고기인 포뇨가 육지를 그리워하고 소스케를 그리워하는 설정이 <인어공주>를 떠올리게 하지만 다섯 살짜리 두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어울리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연민을 한 번에 접어버리게 만든다.

소스케의 집과 유치원을 겸한 양로원 그리고 바다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후지모토의 물고기들은 한없이 자유롭고, 미야자키의 상상력은 관객들을 100분 동안 행복하게 해준다. 사람이 되려면 마법을 포기해야 하고 지켜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포뇨와 소스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응”이라고. 미국발 금융 위기로 희망퇴직이 거론되고 있다. 희망 없는 희망퇴직으로 길바닥에 나앉을 사람들이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미야자키 감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벼랑 위의 포뇨>를 자신이 직접 연필로 그려서 만들었다고 한다. 17만 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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