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잘 봐야 건강 지킨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2.0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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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지방…단백질 밀도에 따라 ‘아군’‘적군’ 갈려

ⓒ그림 구본선

콜레스테롤(cholesterol)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조건 건강에 나쁜 것으로 알고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면 건강하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통념들만 맹신하다가는 자칫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을 크게 해칠 가능성이 있다. 콜레스테롤 역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심근경색은 암과 뇌졸중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3위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혀 혈액이 통하지 않는 것이 심근경색이다. 혈관을 막는 주범이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세포막과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지방(脂肪)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성장에 지장이 생긴다. 그러나 성인의 경우는 건강을 위협하는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은 콜레스테롤 일부를 스스로 합성하고 나머지는 음식물을 통해 충당한다. 간에서 나온 콜레스테롤은 혈액에 섞여 신체 구석구석까지 보내진다. 이때 콜레스테롤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단백질과 결합해서 혈액 속에 섞인다. 이 입자를 지단백(lipoprotein)이라고 한다. 지단백은 결합 상태에 따라 고밀도 지단백(HDL)과 저밀도 지단백(LDL)으로 나뉜다. HDL은 말초 조직이나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이른바 ‘좋은 콜레스테롤’이다.

균형 깨져 콜레스테롤 남아돌면 문제 일으켜

LDL은 콜레스테롤을 말초 조직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LDL이 혈관에 콜레스테롤을 쌓아 동맥경화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LDL이다. 

한마디로 HDL은 동맥경화의 위험을 낮추고, LDL은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인다. LDL의 콜레스테롤 공급과 HDL의 제거 기능에 균형이 깨져서 콜레스테롤이 남아돌게 되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인다. 균형이 깨지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나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서양식 식습관을 꼽는다. 
콜레스테롤 농도가 짙은 혈액은 걸쭉해져서 혈관벽에 쌓이는 죽상경화를 일으킨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틀어막는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졸중, 심장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을 유발해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만든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혈관은 노화된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고 탄력도 떨어지는 동맥경화가 생긴다.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더욱 악화시킨다. 젊은 나이에 혈관질환으로 돌연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혈관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콜레스테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혈액에 필요 이상의 콜레스테롤이 있는 것 자체를 질환으로 본다. 흔히 고지혈증이라고 부르는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lipidemia)이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농도는 얼마로 유지해야 고지혈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지 않으려면 음식을 가려 먹는 습관이 중요하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LDL 수치를 1백30㎎/㎗ 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백30~1백59㎎/㎗은 경계수준이고, 1백60㎎/㎗ 이상이면 고위험 수준이다. 또, HDL 수치가 40㎎/㎗ 이하일 경우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총 콜레스테롤은 2백mg/㎗ 미만이 권장 수치이다. 2백~2백39㎎/㎗은 경계 수준이고, 2백40㎎/㎗ 이상은 고지혈증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수치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평균값을 낸 것이라는 점이다. 당뇨, 비만,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라도 더 낮추어야 한다. 당뇨나 심장질환 환자는 LDL 수치를 100mg/㎗ 이하로 유지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당뇨와 심장질환이 같이 있는 환자라면 70mg/㎗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심지어 건강한 사람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1백90㎎/㎗ 이상일 때부터 심혈관계 위험도는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평균 콜레스테롤은 1960년대에 1백50~1백60㎎/㎗이었지만, 1970년대 1백70㎎/㎗, 1980년대 1백80~1백90㎎/㎗, 최근에는 2백㎎/㎗까지 올랐다. 10년마다 10㎎/㎗ 정도씩 상승하는 추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1㎎/㎗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 발생 위험이 최대 2~3%까지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신생아와 오지에 사는 원주민의 LDL 수치는 50~60㎎/㎗으로 낮은 편이다. 본래 인간의 LDL 수치는 낮지만 문명 생활을 하면서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LDL 수치가 20~30㎎/㎗인 사람에게는 관상동맥이 생기지 않고 심지어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현대인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이미 위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평소 잘 관리해야 한다. 고기를 많이 먹어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사람이 있고 채소만 먹는 사람이라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이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병원에서 혈액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건강 상태 등을 전문의와 상담해서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현대인들은 이미 모두 위험 수준”

LDL 수치가 높거나 정상이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낮춰야 할 경우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처방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식이요법이고 다른 하나는 약물요법이다. 식이요법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트랜스 지방과 포화지방(saturated fatty acid)의 섭취를 줄어야 한다. 육류나 지방, 기름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표 참조).

식이요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만큼 채소도 많이 섭취하면 되지 않느냐는 오해이다. 류병호 경성대 식품생명공학과 명예교수는 “육류 섭취로 높아진 콜레스테롤 수치가 채소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낮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불포화 지방(unsaturated fatty acid) 섭취를 늘려야 한다. 예를 들어 고기를 먹더라도 비계가 없는 살코기나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일반 우유 제품도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실제 매일 요구르트 2병을 마신다는 이유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사람이 전문의와 상담 후 요구르트 섭취를 중단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낮춘 사례도 있다.
불포화 지방산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북극 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그린란드에 사는 에스키모인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유럽인들에 비해 거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에스키모인이 참치, 고등어, 꽁치, 정어리와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주식으로 먹기 때문이다. 이런 생선에는 EPA와 DHA와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된 건강 보조 식품이 인기이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LDL 수치를 낮추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중성지방을 다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성지방(트리글리세이드)은 체온을 유지해주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과다하면 피부와 내장에 축적된다. 배가 나왔거나 이중 턱이 되는 것이 중성지방 때문이다. 특히 내장에 중성지방이 쌓이면 장기 기능이 저하된다. 예를 들어 간에 지방에 껴서 지방간이 되면 간 기능이 저하되고 대사 기능 이상으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LDL이 섭취하는 음식 종류와 관계가 있다면 중성지방은 음식량과 관계가 있다. 당질과 지방산이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높인다.

건강 보조 식품은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지 못해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은 경우를 ‘고중성지방혈증’이라 하며 고지혈증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혈관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많아지고 동맥경화증도 위험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성교수는 “생선기름이 들어 있는 오메가3나 달맞이종자유 등 다양한 건강 보조 식품을 찾는 환자가 많다. 고지혈증 등의 단어를 사용한 과장 광고 때문에 소비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 보조 식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전혀 낮추지 못한다. 불포화산 지방산 함유량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는 정도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2개월 동안 식이요법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에 약물요법을 써야 한다. 스타틴(statin)계 약물을 1~2주 정도 사용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고 약물 복용만 중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다시 올라가므로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HDL 수치는 높을수록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HDL 수치를 높이는 약물 개발이 한창이다. 그러나 HDL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니코틴산(nicotinic acid)은 HDL 수치를 20~25% 정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물로 HDL 수치를 높이는 것에 대해 의학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HDL 수치는 유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유전적으로 낮은 HDL 수치를 가진 사람은 약물에도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알코올은 HDL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2잔 정도의 술을 마시면 대략 4㎎/㎗ 정도의 HDL 상승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알코올로 높아진 HDL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는 증거는 없다. 또, HDL을 낮추기 위한 음주는 알코올 중독 등 다른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권할 만한 처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운동이 HDL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HDL을 높이기보다 LDL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평소에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지 않는 식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삼성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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