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로 뚜벅뚜벅…작은 언론들의 큰 걸음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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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분야별 매체 / <전자신문> <공간> <법률신문> <농민신문> 등 전통·전문성 강한 미디어들 ‘두각’

▲ 건축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로 선정된 의 박성태 편집장(앞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편집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시사저널>이 매년 창간 기념 기획으로 실시하고 있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에 대한 조사를 병행해서 실시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영향력과 함께 각 매체의 준엄한 평가가 된다는 점에서 해마다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본지가 지령 1,000호를 맞아 실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 조사에서도 역시 30개의 각 전문 분야별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조사를 병행해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종합 일간지나 방송사 등을 제외한 각 분야의 전문 매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 성격상 정치·기업·금융 등 3개 분야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각 분야별 전문가 50명 등 총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해당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 매체를 최대 3개까지 답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전문 분야라는 특성을 감안해서 학회지나 학술지 협회지 웹사이트 등도 언론 매체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는 ‘전자신문’이 72.0%의 압도적인 지목률을 나타냈다. 전자신문은 1982년 <전자시보>라는 제호의 주간지로 처음 창간되었다. 1989년 지금의 전자신문으로 제호가 변경되었고, 1991년부터 일간지로 전환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밖에도 IT 분야에서는 <디지털타임스>(40.0%), <아이뉴스24>(10.0%) 등이 후순위를 잇고 있다. 전자신문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2위(20.0%)에 올랐다. 이 분야의 1위는 <과학동아> (24.0%)가 차지했다. 동아일보사에서 1985년 창간한 월간지로 현재 과학 분야에서 가장 폭넓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각 종교 분야, <불교신문>·CBS·PBC가 최고 영향력

ⓒ시사저널 유장훈

건축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월간지 <공간>(38.0%)은 최근 잡지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잡지에서 광고를 모두 빼버리는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한 것. 1966년 창간된 이후 국내 최고 건축 전문지로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해온 만큼 광고주들의 선호도 1위 매체였기에 그 궁금증은 더했다. 박성태 <공간> 편집장은 “잡지에서, 특히 대중지가 아닌 전문지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수익을 판매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하지만 그런 재정적인 어려움보다는 상업성의 배제를 통한 전문성 확보를 더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어렵게 내린 결단이었다. 다행히 이번 12월호까지 모두 24차례 광고 없는 잡지를 발행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광고를 전면 배제한 잡지로서 얻는 반사 이익도 뒤따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대형 서점에 <공간>은 항상 비치되고 있고, 또 하버드 대학 등 유명 대학의 도서관에도 어김없이 이 책이 배달된다고 한다. 박편집장은 “국내 시장 1위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해외 건축 분야에서도 인정받는 잡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이외에도 <건축>(34.0%, 대한건축학회지), <건축사>(12.0%, 대한건축사협회 월간지), <건축문화> <플러스>(이상 10.0%) 등이 두각을 보였다.

법조 분야에서는 5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법률신문>이 84.0%로 압도적인 지목을 받았다. 지난 12월4일자 창간 58주년 기념호에서는 ‘법조인의 세컨라이프’ 설문조사와 ‘변호사 평균 수명’ 조사를 보도하는 등 법조계의 흐름과 법조인들의 경향을 잘 반영하는 심층 기획을 많이 발굴하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는 1971년 창간된 <일간보사>가 1위(10.0%)를 차지했다. 그 뒤를 <데일리메디> <메디칼투데이> ‘한국사회복지학회’ 학술지 등이 이었다. 의료 분야에서는 <의협신문>이 18.0%로 가장 높은 지목률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신문으로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2년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의사들이 만든 신문인 <청년의사>도 16.0%로 2위를 차지했다. <메디게이트>와 <데일리메디>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민운동 분야에서는 <시민사회신문>이 1위(10.0%)를 차지했다. <시민의 신문>이 지난해 폐간되면서 그 대안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여러 매체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한국환경기술인연합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환경기술인>(18.0%)이 1위를 차지했다. 신문인 환경일보와 환경신문, 월간 잡지인 <환경미디어>와 <첨단환경기술> 등도 5위권 안에 포함되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한국교육신문>(12.0%)이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한국교원신문>, 월간지 <새교육> <교수신문> 등이 이었다.

농업 분야와 여성 분야에서는 예상대로 가장 전통 있는 매체가 나란히 1위(58.0%)로 선정되었다. 농업 분야의 1위 <농민신문>은 처음에는 농협중앙회의 기관지로 출발했다가 1982년부터 농민신문사로 분리되었다. 현재 격일간지로 발행되고 있다. 기존 매체의 보수적 성향에 반발해서 2000년 창간된 <한국농정신문>은 날카로운 비판 의식으로 26.0%의 지목률을 보이며 2위를 차지했다. 여성 분야에서는 <여성신문>이 그동안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나, 진보적 성향의 웹사이트 ‘일다’와 2001년 창간된 <우먼타임스> 등이 서서히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관광 분야는 두드러진 전문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외식 전문 잡지인 <호텔&레스토랑>이 1위를, <청사초롱>(한국관광공사 발생 신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웹사이트·한국관광공사 웹사이트 등이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불교 분야에서는 <불교신문>(52.0%)이 BBS(42.0%)를 누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1위를 차지했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경우 모두 방송사가 1위에 꼽힌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1960년 창간된 전통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불교신문>(18.0%), <법보신문>(14.0%), 불교TV(12.0%)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개신교 분야에서는 CBS가 14.0%로 1위를 차지했지만 CTS(기독교TV)도 12.0%로 바짝 추격했다. 천주교 분야에서는 PBC(평화방송TV, 58.0%)와 <카톨릭신문>(56.0%), <평화신문>(52.0%) 등 세 매체가 단연 두드러진 가운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문학 분야에서는 전통을 자랑하는 여러 매체들이 각축을 벌인 가운데,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56.0%의 지목률을 나타내며 1위를 차지했다. 염종선 편집장은 “우리 잡지는 문예 전문지라기보다는 전문지와 대중지의 혼합 성격인 종합지에 가깝다. 창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문학, 인문·사회과학 외에도 사회적인 현안과 담론들에 대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것이 독자들에게 강하게 어필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진보적 성향의 대표적 문예지로 꼽히는 <창작과 비평>은 1966년 창간했다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 때 폐간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복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통 문예지인 <문학동네>(32.0%)를 비롯해 <문학사상사> <현대문학> <문학과 사회> <현대시학> <문학과 지성> <실천문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계간지 성격인 문학 전문지는 최근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 <창작과 비평>도 예외는 아니다. 염편집장은 “1년에 네 번 발행되는 계간지의 성격상 독자들과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2년 전 창간 40주년 되는 시점을 맞아서 ‘창비주간논평’을 온라인 매체로 새롭게 개설했다”라고 밝혔다.

문학 <창비>·음악 <피아노음악>·게임 <경향게임스> ‘선두’

음악 분야에서는 월간 <피아노음악>(22.0%)이 월간 <객석>(20.0%)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음악춘추> <음악저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객석>은 종합 예술잡지의 성격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음악과 연극 분야에서 2위에, 또 무용 분야에서 4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미술 분야에서는 <월간미술>이 68.0%로 1위를 차지했고 <미술세계> <아트인컬쳐> 등이 뒤를 이었다. 무용 분야에서는 월간 <춤과 사람들>(60.0%)이 1위를 차지했다. 고석린 편집장은 “과거 친분과 이해관계로 작품성과 상관없이 호의적인 기사를 그냥 써주고 하던 관행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고 출발했다. 그런 점이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월간지인 <댄스포럼>과 <춤>이 2~3위를 차지했다. 패션 분야에서는 대중 성향의 잡지가 상위권을 점했다. <보그>가 64.0%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엘르>(30.0%), <BAZAAR> (14.0%)가 그 뒤를 이었다.

영화·연극·연예 등의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씨네21>의 파워가 두드러졌다. 영화 전문 주간지로 1995년 출발한 <씨네21>은 영화 분야에서는 76.0%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연예 분야에서도 22.0%로 역시 1위를, 연극 분야에서는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영화 분야에서는 <무비위크>와 <필름2.0>이 2, 3위를 차지했고, 연예 분야에서는 스포츠조선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2위를 형성했다. 연극 분야 1위는 <월간 한국연극> (58.0%)이 차지했다.

출판 분야에서는 <기획회의>(46.0%)가 1위에 올랐다. <기획회의>는 1999년 창간된 격주간지이다. 출판계 소식뿐만 아니라 기획자들의 실무 이야기 등을 다루며 반향을 키워가고 있다. 2위는 <출판저널>(26.0%)이 차지했다. 만화 분야에서는 웹사이트가 강세를 나타냈다. ‘팝툰’(16.0%)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점프> <만화규장각> 등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3대 스포츠 일간지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일간스포츠가 간발의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과 함께 인터넷방송인 ‘Stn’이 공동 2위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게임 분야에서는 타블로이드 주간 신문인 <경향게임스>(18.0%)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간 게임업계의 호황과 관심 속에 많은 게임 전문지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창간 7년차의 후발 주자인 <경향게임스>가 1위를 차지한 배경에 대해 김동욱 편집장은 “그동안 게임 산업에 대해 쓴소리를 한 매체가 없었는데, 우리는 다소 네거티브한 성향으로 비칠 만큼 업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해왔다. 오히려 그런 비판 의식이 독자들에게 신뢰를 준 것 같다”라고 밝혔다.


건축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로 선정된 <공간>의 박성태 편집장(앞줄 맨 오른쪽)을 비롯한 편집국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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