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뜨거운 젊은 피’들 뚝심과 패기로 구태 정치 벗긴다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8.12.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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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유시민 전 장관 1,2위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정치 분야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0명의 정치 분야 전문가 가운데 10명(20%)이 원의원을 꼽았다. 원의원 외에 50세 미만 정치인 20명이 이름을 올렸는데 원의원은 다른 의원들을 세 배 이상 앞질렀다.

원의원의 뒤를 이어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민주당 의원,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임해규 한나라당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김태호 경남지사,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홍정욱·배은희·조전혁·신지호·조윤선·김영우·강승규 한나라당 의원, 박선숙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나라당 쪽이 14명, 민주당 쪽이 6명, 진보신당쪽이 1명으로 조사되어 50세 미만의 경우 한나라당 쪽이 상대적으로 다른 당에 비해 인재풀이 너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의원에 이어 2위에 오른 유시민 전 의원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유력한 정치인으로 거론되는 등 야권에서 가장 잠재력이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되어 주목된다.

1위에 오른 원희룡 의원의 꿈은 원래 막스 베버와 같은 사회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에는 영화 <빨간 마후라>를 보고 공군 조종사가 되기를 꿈꾼 적도 있다. 대학 입학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고 서울대 법대에 수석으로 입학하며 법사회학자의 꿈을 키우던 그는 1983년 5월 시위에 참가했다가 학교측으로부터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원의원은 저서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유기정학 사건은 내 인생의 국면을 한순간에 바꿔 놓은 한 계기가 되었다.

제주도의 아들인 내가, 학력고사 전국 수석인 내가 대학에 와서 정학 처분을 받으리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눈앞이 아득해졌다.”

이후 그는 구로공단에서 야학 활동을 했고 노동 현장에서 6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당시 돈으로 일당 2천9백원을 받으며 기계를 이용해 숟가락을 펴는 단순 노동이었다. 자취하던 방에서 연탄가스가 새어나와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1989년 소련의 붕괴로 사회주의권이 몰락하는 충격을 겪은 이후 그는 진로를 바꿔 사법고시에 도전해 2년 만인 1992년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원의원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였던 이 시기를 돌이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늘 수석만 했으니 꼴찌의 아픔을 알 리 없다, 성공만 한 사람 아니냐는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에서 유기정학 처분을 받고 사회의 문제 세력으로 낙인찍혀 수배까지 받았다. 동기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자리를 잡아갈 때 라면 국물을 마시며 눈물을 삼켰다. 8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고 오갈 데가 없어 방황하며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성공이라는 마른 땅에서보다 오히려 실패와 고난이라는 질척한 늪에서 단련되었다.”

8년 만에 대학 졸업하고 고시 공부 시작

그는 검사와 변호사를 거쳐 2000년 제16대 총선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원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늘 염두에 두는 좌우명 같은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한다)와 함께 정치는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 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인맥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새롭게 공동체와 대중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도록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 양천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 때의 이른바 ‘탄핵 역풍’ 때에도 서울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만큼 지역 기반이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지금도 ‘남·원·정 신화’가 있다. 남·원·정은 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상징되는 소장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미래연대’라는 소장 개혁 그룹을 결성해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이번 조사에서도 남경필 의원이 원의원과 함께 10위 안에 들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상징이 된 원의원은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이어 2천3백98표를 얻어 3위에 그쳤지만 ‘한나라당의 꿈나무’로서 그의 가치가 날로 빛나고 있음을 안팎에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원의원은 자신의 정치적인 비전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위기, 공동체의 위기에 대해 국민에게 통합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을 어떻게 내놓느냐,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신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경쟁이 필요하다. 자리가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상황 속에서 주어지는 정치적인 과제들 속에서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원의원에 이어 이름을 올린 유시민 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후 경북대에서 강의를 하며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등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지역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지난 8월에 실시했던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정치 분야 조사에서 9위에 오르는 등 여전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그룹’ ‘개혁당 그룹’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그가 지역 기반까지 갖추는 데 성공할 경우 정치적으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야권의 재편 등과 관련해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3위에 오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재선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내년 지자체 선거를 향해 뛰고 있고, 4위에 오른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내 386 세력의 리더격인 송영길 의원은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로이 정치적 활로를 찾고 있는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이번 조사에서 정치 분야뿐 아니라 ‘여성’ 부문 1위에 올라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원희룡 ㅣ 3선 의원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여덟 번 완주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냈고, 대선 후보에 도전한 미래형 정치인이다. ⓒ그림 최익견

‘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공동체의 합의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일이 아닐까. 정치의 핵심 가치는 공동체를 통합하는 것이다. 내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도 사회 통합과 경제 발전을 함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국민과의 소통 문제나 반대 집단과의 타협 등이 약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경제 성장이 다수의 복지를 향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통합이 함께 갈 수 있는 모형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정치에서 제시하고 기업과 사회가 따라갈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악화하고 있다. 정치 집단과 지도자가 이것을 풀기 위해 어떻게 융합시켜서 갈 것인가 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원의원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는 어떤 모습인가?

위대한 정치가는 잠자고 있던 활력을 끄집어낸다. 우리로 치면 조선조 세종,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의 케네디가 그러했다. 한국판 케네디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런 시대에는 국민이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실감하며 참여하는 과정이 있다. 사회적인 갈등과 격차를 깨면서 통합 효과가 나고 참여시키는 활력의 리더십이 의미 있는 리더십이다. 내가 꿈꾸는 것은 통합과 활력을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정치이다. 우리나라는 정치 수준에 비해 과제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 대해 정치권에서 말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장 좋은 것은 뒤로 빠져주는 것이다. 문제는 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있고, 이의원이 먼저 정치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인사나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말고 외교 관계에 치중한다든지, 쓴소리를 하는 민심을 전달한다든지 하는 선의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개각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내부 집단이라는 울타리를 깨고 천하의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여권이나 지지 계층에서 ‘나누는 것이 없다’는 불만이 크다. 권력을 나누어주고 몸 사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만 보인다는 비판이 많다. 거꾸로 되어 있다.

정치인들이 내각에 진출해야 한다고 보는가?

내각의 4분의 1이나 3분의 1은 정치인들이 맡아야 한다. 지금은 국민과의 소통이나 국회와의 소통에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도 전문성이다. 정치인들의 진출은 반대 세력과 조율해내고 사안의 경중 완급을 가리는 등의 감각을 내각에 내장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이른바 ‘박근혜 역할론’도 불거졌는데.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 국민을 위해서 국정을 성공시켜야 한다. 정치 세력으로서도 참여시키고 협력받는 것이 당연하다. 인재가 있다면 못 쓸 이유가 무엇인가.

청와대 개편도 점쳐지고 있다.

정무 기능이 너무 약하다. 정책을 조율하거나 대통령의 독려를 일선에 실행하도록 하는 부분에서 약하다. 대통령 그늘 밑으로 숨어버려 대통령과 국민이 바로 부닥치는 상황이 많아졌다. 이것이 생각보다 국정 운영의 효율성과 동력을 떨어지게 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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