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금발머리의 성공 스토리…귀도 눈도 즐겁다
한국 영화는 올해 해외 영화제에서도 죽을 쑤었다. 베를린, 칸, 베니스 등 어떤 곳에서도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추격자>(5백7만)의 나홍진 같은 신인 감독들의 분투 덕에 내년이 불안하지만은 않다. 이제 우리 영화계에서도 올해를 거울 삼아 출연료 정상화와 제작 시스템 효율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어야 한다.
<롤라>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로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는 롤라(로라 램지 분)가 주인공이다. 뉴욕의 우체국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그녀는 사서함에 우편물을 채워넣던 중 우연히 이집트 청년 잭을 만난다. 롤라는 잭과 사랑에 빠지지만 밸리 댄스에 관심을 보이는 그녀에 대해 그는 기겁을 한다. 이집트에서 밸리 댄스는 창녀나 추는 춤이어서이다.
넘치는 관능미, 화면에 가득
MBA 과정을 마친 잭은 카이로로 돌아가고 이를 안 롤라는 무작정 그의 뒤를 쫓는다. 잭의 가족들은 그녀를 환대하지만 그는 냉담하기만 하다. 롤라는 밸리 댄스계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이스마한(카멘 레보스 분)을 찾아가 제자로 받아줄 것을 청하나 거절당한다.
영화는 결말이 훤히 보여서 짜증스럽다. 하지만 천방지축으로 설쳐대는 로라 램지의 연기가 귀여운 맛을 주고 평소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밸리 댄스를 제대로 보여주어 시선이 즐겁다.
강렬한 아랍 음악에 맞추어 관능미가 철철 넘치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지경이다. 캐나다와 프랑스가 합작으로 만든 <롤라>는 재미(내용)로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보고 듣는 시청각 영화에 가깝다. 연인과 손잡고 보러 가지 말고 남자끼리 가자. 1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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