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자 사로잡은 ‘강마에’ 바이러스
  • 하재근 (문화평론가) ()
  • 승인 2008.12.23 02: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강세로 예능 프로그램 새 국면

▲ 드라마 는 국민에게 클래식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8년 10대 히트 상품에 대중연예 부문은 모두 3개를 진입시켰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와 ‘리얼 버라이어티’ 그리고 ‘기부’였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은 <베토벤 바이러스>가 유일하다. 그런 정도로 드라마 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2008년도에 <베토벤 바이러스>가 단연 돋보였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른바 ‘베바’ 열풍을 일으켰다. ‘똥덩어리’와 ‘강마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무한히 패러디되었다. 국민은 이 드라마를 보며 희망을 얻기도 했으며, 강마에의 거침없는 독설에서는 통쾌함을 느꼈다. 클래식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주부들을 모처럼 통속극이 아닌 ‘웰메이드’형 미니시리즈 앞으로 불러 모으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 놀라운 연기를 펼치고도 연말 시상식 때 배용준에게 밀려났던 마니아형 배우 김명민은 이 드라마를 통해 ‘국민 연기 본좌’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부활한 <무한도전>과 추격자 <1박2일> 그리고 신참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 3각 편대를 이루며 한국 예능계를 맹폭했다. 주말만 지나면 이 세 프로그램을 다룬 기사와 인터넷 게시물이 봇물을 이루었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팬들도 열정적으로 경쟁하며 리얼 버라이어티 붐을 형성했다. 생소했던 단어인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제 일상어가 되었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 리얼 버라이어티 편대에 속속 합류했다. 그리하여 이제 과거식 예능은 설 자리를 잃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 시대의 황제로 등극했다. 이경규는 <라인업>으로 왕좌를 이어가려 했으나 낙마했다. 세월은 무서웠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새 시대 ‘황제’

<황금어장>은 ‘리얼’과 ‘독설’의 시대에 어울리는 토크쇼 포맷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웃자고 시작했으나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줌마렐라’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통속극 바람과 스타의 복귀, ‘아줌마’들의 권토중래, 복고 열풍으로 이어졌다. <개그 콘서트>는 2008년 막판에 기사회생하며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제국에 복속되지 않은 코미디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개그 콘서트>의 분전이 없었다면 리얼 예능 일색의 단조로운 2008년이 되었을 뻔했다.

개별 프로그램 단위가 아닌 대중예술 트렌드 차원에서 보면 복고와 결합한 아이돌의 부흥이 단연 돋보인 한 해였다. 2007년까지만 해도 아이돌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달랐다. 원더걸스와 빅뱅은 30~40대들까지 팬으로 끌어들이며 TV도 평정했다. 이들은 외계어 같은 노래가 아닌 한국인이 편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복고풍 노래를 불렀다. 

독설과 막말이 대세가 되면서 <라디오 스타> 4인방이 떴다. 독설을 개그 상품화한 왕비호는 동방신기 앨범 수십만 장을 판매케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집단 독설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김제동, 서경석 등은 위축되었다. UCC 열풍이 불었고 ‘빠삐놈’ 전진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욕하면서 본다는 통속극은 올해도 역시 승승장구했다. 문근영과 김장훈의 기부는 빛났고, 대스타의 비보와 루머, 악플은 음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