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시초’까지 꿰뚫어볼까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8.12.2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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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진단장비, 첨단 기술 힘입어 진화 거듭…“생리학적인 변화까지 관찰하는 단계”

▲ CT로 복부질환을 검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모든 병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치료가 쉽고 후유증도 적기 때문이다. 질환의 조기 발견율은 영상의학의 발전과 비례한다. 영상 진단장비가 최근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각종 질환의 조기 발견이 쉬워졌다. 현재는 암이 어느 정도 커진 경우에 발견할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암이 생기는 순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술이 자라난 암을 포착하는 단계에서 신체 기능의 변화를 감지해 질환의 싹을 미리 잘라내는  단계로 진일보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진단장비의 모태는 1백10여 년 전 독일 과학자 뢴트겐이 발견한 X선이다. 이를 이용한 영상 진단장비가 흔히 엑스레이라고 하는 X선 촬영기이다. 엑스선을 신체에 조사하면 뼈나 장기의 밀도에 따라 투과 정도가 달라진다. 신체를 뚫고 나온 엑스선을 필름에 감광해서 뼈나 골조직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최근에는 필름이 아니라 LCD를 이용해 디지털 엑스레이 사진을 얻어낸다.

엑스레이는 흉부나 뼈 조직의 이상 유무를 밝혀내는 데 기본적인 장비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엑스레이 사진은 평면 영상을 담고 있어 장기가 겹쳐 보이는 단점이 있다. 정확한 병변 위치는 물론 어느 정도 깊이에 질환이 생겼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평면 영상에서 3차원 입체로 발전하며 의학 진일보

이런 단점을 개선한 영상 진단장비가 CT(computed tomography)이다. 환자가 누우면 도넛 모양의 엑스레이 튜브가 몸을 한 바퀴 돌면서 엑스선을 조사한다. 검출기가 신체를 통과한 엑스선을 받으면 컴퓨터가 관련 영상을 만든다. 이 영상으로 신체의 횡단면을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신체 횡단면을 여러 겹 조밀하게 촬영하면 3차원 입체 영상도 얻을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무를 단면으로 여러 겹 잘라내며 무의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촬영 시간이 수초로 짧은 편이어서 숨 쉬는 폐, 박동하는 심장, 연동하는 내장 등 움직이는 장기를 촬영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대동맥류와 기도 등 흉부와 간, 췌장, 신장, 위, 방광, 자궁 등 복부 진단에 유리하다. 뇌졸중과 뇌종양 진단에도 사용된다. CT는 특히 미세 골절까지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뼈 내부구조 촬영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T 검사를 위해서는 다량의 조영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신부전 환자나 약물 과민 반응 환자는 조심해야 한다. 조영제는 질환 부위의 농도 차를 파악해 질환의 형태와 윤곽을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과거에 개발된 CT는 방사선 노출이 많아 단기간에 여러 차례 촬영할 경우 인체에 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에는 방사선 노출이 적은 저선량 CT가 쓰이고 있다.

인체에 좋지 않은 방사선을 되도록 피하기 위해 개발한 영상 진단장비가 초음파 기기이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만Hz 이상의 초음파를 이용한다. 초음파는 반사, 굴절, 흡수되는 성질이 있는데 신체 조직에 따라 흡수되기도 하고 반사되기도 한다. 이 중에서 반사되는 초음파를 받아서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 초음파 영상 진단장비이다.

실시간으로 평면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연부 조직 구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방사선 피해가 없기 때문에 심혈관질환이나 복부질환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영상 진단장비이다. 임신 중 태아의 상태 파악이나 자궁근종 확인 등 산부인과 영역에서도 필수 장비이다. 공기가 드나드는 폐, 위장관 등에는 정확한 진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환자의 척추나 골격이 휘었거나 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더욱 정확한 영상 진단장비로 최근에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장비는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고안되었다. 환자가 커다란 원형 자석에 누우면 신체 물 분자 중에서 수소 원자가 줄을 서듯 정렬된다. 이때 고주파를 쏘면 수소 원자핵이 고주파 에너지를 흡수해 높은 에너지 상태가 되는 공명 현상이 생긴다. 고주파를 멈추면 수소 원자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면서 내보내는 신호를 컴퓨터가 분석해 영상을 만든다.

MRI의 특징은 횡단면은 물론 종단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 후 통증이나 불쾌감이 없다. 또, 뼈나 공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CT나 초음파로 검사하지 못하는 질병도 찾아낸다.

초음파·고주파 검사로 부작용 최소화시켜

뇌졸중, 유방암, 간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연부조직(軟部組織)의 암 진단에 주로 사용된다. 머리와 목 등 두경부의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뇌하수체 종양 등 다양한 질환의 진단에 효과적이다.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원판 탈출증(HIVD)에는 탁월한 진단 결과를 보인다. 흉부(심장, 유방, 폐)와 복부(골반, 신장, 담낭, 전립선, 방광, 음경, 음낭), 사지(무릎, 고관절, 하지) 진단에도 활용된다.

그러나 촬영 시간이 짧게는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폐쇄 공포증 환자에게는 시행하기 힘들다. 검사실에는 큰 자기장이 형성되므로 목걸이, 반지, 귀고리, 머리핀, 안경, 동전, 신용카드 등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금속으로 된 인공심장박동기를 장착한 환자는 촬영할 수 없다. MRI는 골피질이나 석회화 병변을 찾아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성태 여의도성모병원 영상의학과장은 “CT나 MRI는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고 있다. CT는 MDCT(다중검출CT)로까지 발전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60여 장의 영상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상도가 뛰어나다. MRI도 최근에는 검사 시간이 단축되고 있으며, 심장 근육의 상태를 평가하거나 크론씨병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진단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당수의 암은 CT나 MRI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암은 전이와 재발이 무서운 질환이다. 전신 암 진단과 전이, 재발을 진단하기 위해 고안된 영상 진단장비가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이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보다 빨리 자라는데 이때 섭취하는 영양분이 포도당이라는 사실에 착안해서 개발된 장비이다. FDG(fluorodeoxyglucose) 등 방사성 의약품을 포도당에 붙여서 혈관에 주사하면 전신에 흡수되면서 양전자를 방출한다. 이는 영상에서 까만 점처럼 보인다. 암이나 염증이 있다는 표시이다. 

따라서 PET는 포도당 대사가 좋은 암, 간질, 알츠하이머병, 염증성 질환의 진단에 유용하다. 조기 암 진단, 암의 전이와 재발 여부, 암 수술 평가 등에 사용된다. 특히 폐암, 식도암, 두경부암, 임파종, 유방암, 갑상선암, 자궁암, 췌장암, 위암, 대장암, 뇌종양 등의 진단에서 많이 이용된다.

대부분의 암 진단에 사용되므로 만능 영상 진단장비처럼 여겨지지만 단점도 있다. 암과 염증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단순한 염증이거나 양성 종양이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일단 PET 영상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불필요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또, 포도당에 들어가는 방사성 의약품의 경우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 등 소변이 지나가는 길에 생긴 암은 구별하기가 어렵다. PET은 암이든 염증이든 찾아낼 수는 있지만 해부학적인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지는 못하는 한계도 있다.

▲ 57세 폐암 남성 환자의 폐 좌상엽에 원발성 폐암(화살촉)이 뇌로 전이된 결절(화살표). 이 결절은 MRI로 진단되지만 PET와 PET-CT 영상에서는 진단되지 않았다.

“영상 진단장비 이용한 정밀 검사도 선택적으로 해야”

이러한 해부학적 단점을 극복한 영상 진단장비가 PET-CT이다. PET과 CT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PET의 영상정보를 CT의 해부학적인 영상과 조합해서 병변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그렇지만 PET-CT가 있다고 해서 CT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PET-CT 촬영 후 추가로 CT 검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PET-CT 검사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CT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에 사진기가 붙어 있어 편리하기는 하지만 사진 전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는 해상도가 비교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변홍식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CT, MRI, 초음파, PET를 이용한 정밀 검사가 무조건 우선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위암의 진단에는 위장 촬영이나 내시경 검사가 더 정확하고, 폐결핵이나 폐렴은 흉부 엑스레이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골절이나 골암의 진단은 엑스레이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진단법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불충분한 경우에 CT나 MRI를 이용한다. 또, 치료를 위해 암이 퍼진 정도나 다른 합병증 등을 진단할 때 CT나 MRI 검사가 필요하다. 따라서 비싼 검사라고 무조건 만능이 아니므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진단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당분간 영상 진단장비는 각 장비의 단점과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융합 영상 진단장비’인데 PET-CT에 이어 PET-MRI가 개발되고 있다. PET의 민감도, 안정성과 CT나 MRI의 영상 분해 능력이 암 같은 중대 질환의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염증이나 양성 종양을 악성 종양과 구분할 수 있는 방사성 의약품도 개발될 전망이다. 또, 1~2mm짜리 작은 암도 발견할 정도로 민감한 영상 진단장비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상 진단장비로는 암 크기가 5mm 이상 되어야 식별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암세포 수가 이미 수억 개를 넘은 상태이며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허송욱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부장은 “기존의 영상 진단장비가 해부학적인 변화를 찾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생리학적인 변화를 관찰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원적외선(far infrared ray) 등을 이용한 광학적 영상(optical imaging)으로 진단하는 장비가 나올 것으로 본다. 세포, 단백질, 유전자 변화 등의 작은 변화를 감지해 진단하는 방법도 나올 것이다. 실제 암이나 질환에 따라 혈류 속도가 달라지는 것에 착안해 혈류 속도를 계산해서 어떤 질환이 생겼는지까지 진단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영상의학은 질병을 찾아내는 단계에서 조직 기능의 이상을 발견해서 질병을 미리 감지해내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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