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라인이 열쇠 쥐고 있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08.12.23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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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개편 규모 얼마나 될까 / 한승수 총리는 유임, 강만수 경제팀은 물갈이 될 듯

▲ 김성호 국정원장(왼쪽)과 어청수 경찰청장(오른쪽)의 교체설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왼쪽),시사저널 유장훈(오른쪽)

11월 초순께였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사정 기관의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런 귀띔을 했다. 

“최근 고위 공무원들을 자주 접촉하고 있는데, 그들은 ‘올 연말을 주목해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1년차인 지난 1년은 시행착오도 겪었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집권 2년차부터 남은 4년간 오로지 앞만 보고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훗날 역사에 의해 평가받는 만큼 순간의 여론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명박 플랜’을 온몸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당시 기자는 그 말의 의미를 연말의 대폭 개각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세청의 1급 고위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를 볼 때, 비단 장·차관의 일부 개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가 준비한 집권 2년차 플랜의 범위는 훨씬 더 컸던 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농림부 차관을 지냈던 박해상 전 차관은 “부처의 실무적인 일은 사실상 실·국장이 다 한다. 장·차관이라고 해서 세세한 것까지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정치인은 “실·국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장관은 그야말로 핫바지나 다름없게 된다”라며 이른바 고위 공무원들의 ‘장관 길들이기’설이 사실임을 시사한 바도 있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고위 공무원을 먼저 손보지 않으면 장·차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가와 관가에서는 일단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사정 한파가 이어진 다음에 장·차관의 교체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개각 시기에 있다.

내년 1월 말 설 연휴를 중심으로 그 이전이 될 것인가, 이후가 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초기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째가 되는 2월 개각설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급박하게 전개되는 상황으로 볼 때 설 연휴 이전인 1월에 단행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인선이 발표되더라도 청문회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 달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볼 때 1월 개각설에 더욱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 이동관 대변인(왼쪽)이 입각하고 신재민 차관(오른쪽)이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연합뉴스

인사 청문회 감안하면 1월 개각설이 설득력 있어

개각을 주도하는 쪽은 당연히 청와대이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왠지 모르게 삐걱거린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장 산하에 인사비서관실이 있지만,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2비서관실에서도 인사 검증 시스템을 위한 업무 수행 능력 평가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민정실과 국무총리실 그리고 국정원 등에서 각각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맹형규 정무수석과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무척 분주하게 사람들을 접촉하고 다녔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합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청와대 조직 구조 개편과 함께 청와대 내부 인사설이 먼저 불거지고 있다. 우선 국정상황실이 다시 개설될 것이라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민정실·정무실·국정기획실·홍보기획관실 등으로 분산된 정보 관리의 통합 기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신재민 현 문화부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관이 청와대로 옮겨갈 경우 그 자리에는 이동관 대변인이 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역시 중복 분산 기능으로 혼돈이 가중되었던 홍보기획관실과 대변인실은 통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유임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보수석으로 승격될 것이라는 움직임도 나온다. 업무가 지나치게 가중되고 있는 국정기획실은 둘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박재완 수석이 너무 광범위한 업무를 다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내각 개편설에서 최대의 관건은 한승수 총리의 움직임과 경제팀의 교체 폭이다. 그 규모에 따라서 소폭 개각이 될 것인지, 대폭 개각이 될 것인지 그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한총리는 유임 쪽에, 경제팀은 교체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여당 일각에서는 “한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총대를 멜 부분은 메야 하는데, 너무 약한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여론 무마용으로라도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 경제팀은 경제성장률 7%를 목표로 했던 팀이었던 만큼 지금과 같은 글로벌 위기 경제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팀으로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도 역시 경질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부동산 정책 실기 등의 책임을 물어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까지 포함한 경제팀 전체를 바꾼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제팀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위해서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같이 경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도 교체설이 나온다.

그 대안으로는 위기 상황인 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강점으로 하는 당내 인사가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많다.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이 첫손에 꼽히는 가운데,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김석동 전 재경부 차관,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 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이헌재 전 부총리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이는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때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해서 경제 부처에 입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으나 ‘설’로 그치는 양상이다.

김하중 통일부장관도 경질설 돌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김하중 통일부장관, 김경한 법무부장관의 교체설도 거론되고 있다. 사정 대상 1호로 꼽힌 교과부의 경우, 안장관이 먼저 내부 조직을 장악하겠다며 1급 공무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는 칼을 빼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장관이 위태롭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계속 삐걱거리는 남북 관계로 인해 김하중 장관도 교체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경한 장관의 경우 한나라당 인사와 맞물려 경질설이 나오고 있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홍원내대표가 입각하면 법무부장관으로의 이동이 유력한 까닭이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을 비롯한 외교 안보 라인까지 교체되면 대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4대 사정 기관 수장들의 교체 여부도 큰 관심사이다. 특히 최근 이들의 운명에서 그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안정적으로 보였던 김성호 국정원장의 경질설이 부쩍 나돌고 있는 가운데, 경질설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원장이 교체될 경우, 새 국정원장 후보로 한때 어청수 경찰청장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국정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불교계와의 마찰로 한때 경질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한 어청장은 오히려 행안부장관에 거론되거나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때 ‘친박’ 계열의 의원들이 입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유승민·서병수·최경환 의원 등 경제 전문가들의 입각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당초 ‘탕평책’ 분위기에서 최근 들어 급격히 ‘친이명박 직계 전면 배치론’이 힘을 얻으면서 친박 인사들의 입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조심스럽게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한 바 있던 최의원의 입각 가능성은 친박 쪽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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