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어깨가 무겁다
  • 이철현 경제 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8.12.30 02: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부장관·한은 총재·청와대 경제수석에 거시경제 향방 달려

▲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왼쪽 사진 맨 오른쪽), 이성태 한은총재(왼쪽 사진 맨 왼쪽),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오른쪽). ⓒ연합뉴스

개별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전체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구성의 오류’라고 한다. 불황이 닥치면 가계와 기업이 빠지기 쉬운 오류이다. 가계는 소득이 줄 것이 예상되면 소비를 줄인다. 기업은 수요 감소에 맞춰 투자를 줄인다. 투자가 줄면 실업이 늘어난다. 실업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위축은 심화한다. 개별 경제 주체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제를 악화시킨 셈이다.

지금처럼 호황이 불황으로 가파르게 반전되면 구성의 오류로 인한 폐해는 극적으로 나타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책무는 정부에게 주어진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경기가 위축되면 정부가 가계와 기업에게 돈을 걷어서라도 써야 한다. 그것도 가계와 기업이 빠져나간 공간을 채우려면 엄청나게 써야 한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은 커진다.

새해 우리나라 거시경제 정책을 주도할 관료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강장관은 기획재정부 수장으로서 재정 정책을 총괄한다. 기획재정부는 새해 책정된 예산을 앞당겨서 쓰고 재원이 부족하면 빚을 내서라도 대규모 개발 계획을 집행한다. 4대강 정비나 7대 광역별 선도 프로젝트를 비롯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개발 계획이 그 사례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금융 정책을 주도한다. 금리와 재할인율을 낮추고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시장에 돈이 돌게 한다. 이총재는 2008년 12월11일 기준금리를 1% 포인트 줄여 3%로 낮췄다. 중앙 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 포인트를 낮춘 것은 한국 자본주의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이총재는 이 조치로 ‘기획재정부 남대문로 지점’이라고 한국은행을 폄하하던 이들을 놀라게 했다.  

부처 사이 이견을 조정하는 업무는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의 몫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에 관해 자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처 간 이견을 해소하며 정책을 조율하는 업무까지 수행한다. 하지만 박수석은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병원 경제수석은 정권 창출 과정에서 기여한 것이 없다. 촛불 시위와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청와대 비서진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정치색이 없는 중립 인사를 찾다 보니 박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것이다. 

나올 만한 정책은 다 나와

이 3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가파르게 전개되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부처 간에 엇갈린 견해가 표출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으로 2008년 12월10일 경제금융조정회의를 상설화했다. 경제정책협의회라는 비공식 협의 기구를 공식 기구로 개편한 것이다. 이제 세 사람은 수시로 모인다. 개별 지능보다 집단 지능이 더 나은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이 정책이다. 나올 만한 정책은 모두 나왔다. ‘불황 탈출’이라는 정책 목표에 맞게 개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행 방안을 도출하는 과제가 남았다. 청와대 개편설과 개각설 등이 맞물려 이들의 거취를 놓고 갖가지 추측들이 나돈다. 그래도 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해 한국 경제의 운명이 이 세 사람의 집단 지능이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