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의 해는 뜬다
  • 이철현 경제 전문기자·김회권·이은지 기자 ()
  • 승인 2008.12.3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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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이 어둡다고 낙담할 수만은 없다. 우리 주변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의 성공담을 통해 ‘불황에 대처하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자세’를 모색했다.


‘냉혹한 사실은 직시하되 승리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마라.’ 짐 콜린스가 경영학 명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 11곳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2009년 새해 최악의 불황을 눈앞에 둔 한국 경제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짐 콜린스의 금언이 절실하다. 이 금언은 전세계적 불황 속에서 기회를 찾고 그 시련을 이겨내는 이들이 공유하는 미덕이기도 하다.

<시사저널>은 한국 경제의 세 주체인 개인·기업·정부에서 ‘냉혹한 시장 현실은 직시하되 좌절하지 않고 불황과 싸워 이겨나가는 사람들’을 찾아 이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일구는 과정을 취재했다. 

새해 한국 경제의 상황은 불황을 넘어 대재앙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때 비관적이라고 한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2%는 이미 낙관적인 견해로 치부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1.7%, LG경제연구원은 1.8%로 성장 전망치를 조정했다. 물가상승과 실업 없이 거둘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이 4~5%인 것을 감안하면, 2%가 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은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는 그나마 낫다. 세계 시장 전망은 더 어둡다. 한국의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의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6%로 위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장기 불황 뚫고 나온 일본이 본보기

이 와중에 국내 의료용품업체인 메타바이오메드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 35.2%를 장담하고 있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총 매출의 94%를 해외 시장에서 일으킨다. 아이오셀 역시 네트워크 하드디스크를 개발해 미국과 캐나다를 공략하고 있다. 2008년 매출 성장률 33%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업들은 스에마쓰 지히로 일본 교토 대학 교수가 발견한 ‘교토식 기업’을 연상시킨다.

일본 경제가 10년 장기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무라타, 옴론, 일본전산을 비롯해 교토에 근거지를 둔 10개 업체였다. 교토식 업체들은 불황에 좌절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세계 시장점유율 50~80%를 장악한 일본 제조업의 첨병이다.

전재현씨(26)에게 청년실업률 6.8%는 단순 통계치에 불과하다. 30세 이하 취업 인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월 13만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전씨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지난 12월22일 SC제일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1백20개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자원봉사와 인턴사원으로 경력을 꾸준히 관리하고 면접 전형에 대비하느라 하루 10시간씩 모의 면접에 투자한 덕분에 은행권 입사에 성공했다. 이준희씨는 미국 우트닷컴을 벤치마킹해 하루에 한 품목만  파는 ‘원어데이’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원어데이는 1년8개월 만에 연매출 15억원을 거두는 쇼핑몰 업체로 커져 창업을 꿈꾸는 이들 사이에 신화로 거론되고 있다.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 유효 수요를 만드는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헬리콥터에서 지폐를 뿌려서라도 유동성을 늘려야 할 형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2% 이상을 경기 부양에 투입해야 불황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에 휩싸인 경제 정책팀이지만 현재로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게 거시경제 차원의 불황 타개 전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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