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택시기사 체험’이 정녕 쇼가 아니길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8.12.30 02: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민 목소리 듣겠다며 택시 운전 필기시험 치른 김문수 경기도지사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택시 운전 자격 필기시험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과 택시’ 하면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14대 국회의원 시절인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을 폭로해 ‘청문회 스타’가 되었던 그는, 15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16대 총선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박총장은 이후 택시 운전을 하면서 이른바 ‘생활정치’에 나섰다. ‘택시기사’ 박계동은 17대 국회에 당당히 재입성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민정 시찰을 위해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김지사는 지난 12월26일 경기도 수원시 택시운송사업조합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김지사가 택시업계의 고충을 직접 느끼고 도민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며 운전대를 잡기로 한 것은 나름으로 의미있게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박총장 같은 생계형 택시기사와는 달리 ‘1일 기사 체험’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도정을 책임지는 지사가 ‘낙선 정치인’처럼 몇 날 며칠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권을 염두에 둔 쇼가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김지사를 유력한 대권 주자로 키우고 있다며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2008년 12월8일 수원시와 용인시에 걸쳐 있는 광교신도시 홍보 행사를 서울 강남의 한복판인 리츠칼튼호텔에서 개최했다. 주요 정책을 경기도가 아닌 서울에서 발표한 것이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대권을 의식해 ‘중앙 무대’를 한 번이라도 더 밟아보려는 김지사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 출신의 김지사가 대권에 도전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도지사로서의 직분에 충실했으면 한다. 이렇게 저렇게 오해를 사면서 지역민들의 입방아에 오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