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나오니 은근히 걱정되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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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 복부 비만으로 비알코올성 환자 늘어…식이·운동요법 함께 하면 치료에 도움

▲ 간 검사를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간 수치가 높으면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지방간을 확인한다. ⓒ서울대병원 제공
직장인 강윤구씨(44)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데도 지방간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씨의 경우 최근 살이 찌면서 배가 나온 전형적인 복부 비만에 의한 지방간으로 확인되었다.

간에는 5% 정도의 지방(fat)이 있다. 그 이상이면 지방간이다. 건강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지방간은 심해져도 이렇다 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대부분 외관상으로 건강해 보인다. 증세가 나타나도 피로감과 오른쪽 상복부의 통증 정도이다. 4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방간은 조금씩 다 있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간 검사에서 수치가 정상치 이상 올라가면 지방간을 의심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자칫 지방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간은 혈액 검사, 초음파 검사, MRI 촬영, CT 촬영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확진이 필요할 경우 조직 검사를 한다. 간 수치는 AST(GOT)와 ALT(GPT)로 표시되는데, AST는 40U/L, ALT는 35U/L 이하를 정상치로 간주한다. 그러나 모두 30U/L 이상부터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수치가 정상치보다 2~4배 이상 증가했다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전문의와 상담을 시작하면 먼저 음주 여부를 확인한다. 지방간은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고, 음주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1주일에 알코올 1백40g, 여성은 70g 이상 섭취하면 알코올성 지방간을 의심한다. 소주 한 병(2홉)에는 약 70g의 알코올이 함유되어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최선의 지방간 치료법은 금주와 체중 조절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고열량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알코올성 지방간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늘어나고 있다.

최선의 치료법은 금주와 체중 조절

대한간학회 자료에 따르면 20년 전인 1987년에는 지방간 환자가 성인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성인 남성 10명 중 4명에게서 지방간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과 20대 젊은 층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띈다. 여성 10명 중 1명, 20대 10명 중 2명이 지방간이다. 음주와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균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 73만명 중 지방간 보유자는 26.6%이며, 이 중에서 3분의 2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은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50~90%는 복부 비만이라고 한다. 문제는 비만이 단순히 잉여 에너지를 체내에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있는 점이다. 지방성 간염과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최근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30~90%는 지방간이 있으며, 지방간 환자 중 10~20%는 지방 간염에 걸린다. 또, 이들 중 3~5%는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이들 중 극히 일부는 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윤중원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18%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추정된다. 지방간과 간암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양에서 간암의 원인으로 C형 간염에 이어 비알코올성 간경변이 꼽히고 있는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잘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당뇨·고혈압 등 대사증후군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효과가 있다. 비만이 원인이라면 체중 조절로 비만을 해결해야 한다.

음주를 하지 않고 비만하지도 않은 사람이 지방간인 경우가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이 당뇨와 관련되어 있다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고지혈증이 원인인 경우에는 혈액 내 지방질의 농도를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한약, 건강 보조 식품, 진통제 등의 약물로 인해 지방간 수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전문의와 상의해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물로 대체하면 지방간이 사라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과 신선한 야채를 섭취하는 식습관이 도움이 된다.

간에 병이 있으면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방간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잘 먹고 잘 쉬면 비만해지거나 혈당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안정을 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약물 치료는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비타민 등 항산화제가 도움이 된다는 설이 있으나 그 효과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보조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간 있는데도 계속 술 마시면 위험

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은 술이므로 금주가 기본 치료법이다. 직장인 김철호씨(45)는 오른쪽 상복부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1주일에 4~5회 술자리를 갖는데 한 번에 평균 소주 1병 정도를 마셨다.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한 달에 1~2번 골프를 즐기는 정도가 전부였다. 최근 체중이 늘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키 1백69cm에 체중이 78kg까지 늘었다.

혈액 검사 결과 AST가 69U/l, ALT가 1백15U/l로 정상치보다 높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지방간이 확인되었다.
김씨에게 내려진 처방은 금주와 체중 조절이었다. 철저히 금주하고 수영과 헬스로 매일 운동한 결과 6개월 후 체중이 70kg으로 줄었다. 혈액검사 결과 AST 32U/l, ALT 38U/l로 정상치를 되찾았다. 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도 잡히지 않았다.

고광철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은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에 비해 심각한 질병은 아니다. 지방간이 심해지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드문 편이다. 다만, 술에 의한 지방간이 있는데도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이 정도가 되면 술을 끊더라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정도가 된다”라고 경고했다.

지방간이 무섭다는 말은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 간염이 생기면 간에 염증이 생기고 간세포가 괴사하기도 한다. 특히 술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 간염이라면 암보다도 예후가 좋지 않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간염은 확인이 쉽지 않아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알코올성 지방 간염은 대장암 등 일부 암보다 예후가 나쁘다. 드물지만 간암과 간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 간염 환자가 술을 계속 마시면 복수가 차고 황달이 온다. 이 정도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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