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죽이는 ‘지성전’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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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 ⓒ시사저널 박은숙
저명한 현대 신학자 중 한 사람인 디히트리트 본훼퍼는 “양의 추구는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게 되고 질의 추구는 서로의 결점을 메우는 작용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동탄의 경우처럼 양을 추구하다가 개척교회와 대형 교회가 갈등을 벌인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3년 온누리교회는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2010년까지 국내외 30개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인 ‘액츠 29’에 따라 수원의 신도시 지역인 영통지구에 지성전 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수원 지역의 목회자들은 ‘온누리교회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했다. 온누리교회의 지성전이 교세를 확장하는 전략에 불과하며 수원 지역 중소 교회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책위의 김창주 목사는 “온누리교회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지역 교회의 신자들을 뺏는 형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온누리교회의 ‘액츠 29’는 지성전에 관한 기독교계의 논란을 불러왔다. 지성전을 건립하는 대형 교회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한 명의 목회자가 있다. 그리고 예배는 중앙에서 송출하는 예배 프로그램으로 대신한다. 마치 네트워크 방송을 통해 원격 예배를 하는 셈이다. 본 교회에 재정·인사·행정 등 사실상 교회 운영을 위한 모든 권한이 예속되어 있고 본 교회의 명칭을 그대로 쓰면서 단지, 위치한 지명을 머리말에 붙여 구분하고 있다. 지성전을 건립하면서 대형 교회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다른 지역에 퍼뜨렸고 신자 수를 확대해왔다. 대기업의 본사와 지역 지사와 같은 개념이다.

논란은 ‘종교 대 기업’이라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선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화’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지성전이 중앙 교회의 전도 전진 기지로 기능하면서 주위의 작은 교회를 고사시킨다는 주장은 항상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마치 지역에 진출한 대형 마트가 소규모 슈퍼마켓을 고사시키는 모양새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지역 담임 목사의 예배가 아니라 TV 모니터를 통해 중앙 교회의 목사가 진행하는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지성전으로 잘 알려진 곳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성전은 총 21개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17개 지성전이 지교회로 독립되며, 독립되는 지성전은 고유 명칭에서 ‘성전’이 ‘교회’로 변경될 예정이다.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지성전 독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누리교회 역시 지성전이 많다. 서울 양재, 수원, 부천, 대전, 남양주, 평택, 인천 등에 지성전을 두고 있다. ‘액츠 29’에 따라 해외에도 지성전을 확대하고 있다. ‘비전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온누리교회의 지성전은 일본에도 현재 5곳이 건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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