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교회들의 전쟁’…“하나님 맙소사”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7년간 전국 교회 수 1만개 가까이 늘었으나 교인 수는 14만여 명 감소…대형 교회 문어발식 확장에 개척교회들 생존 안간힘

▲ 교회 십자가들이 도시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교회 개척은 매력적인 사업이다. 개신교에서는 교회 개척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용인에 있는 개척교회 ㅇ교회의 임 아무개 목사는 “개척을 통해 직접 부흥을 가져온 목사 수가 얼마나 되겠나. 그런 사람들의 뒤를 밟는 것이 개척교회 목사들이 한 번쯤 생각하는 꿈이다”라고 말했다.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헌금이다. 특히 헌금의 지나친 강조는 비기독교인이 느끼는 비호감 요인 중 하나이다. 헌금의 질보다 양에 집중하는 교회 문화는 항상 여론의 뜨거운 감자였다. 교계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는 지난해 8월24일 바른생활아카데미의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헌금의 질보다는 양을 과도하게 강조했고, 헌금 강요는 자연히 교인들이 돈을 버는 측면에서 윤리의식이 결여되는 측면을 낳았다”라고 말했다. 교회가 헌금을 양적으로 늘리려면 가장 먼저 신자 수를 늘려야 된다. 신자 수의 외형적 확장을 헌금액의 증가와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 시선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런 점에서 교회 개척은 개신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 수를 늘리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교회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독교인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전국 기초사업체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교회의 수(통계청 분류 코드에는 기독교 단체로 구분되어 있다)는 4만3천4백43개이다. 그 수는 매년 증가해 2007년에는 5만2천9백5개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교회를 다니는 개신교인의 수는 줄어들었다. 지난 2006년 발표한 통계청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는 8백76만6천여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4만4천여 명(1.6%)이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교회 개척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 목회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한정된 신자를 두고 서로 자신의 교회로 모셔가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교인은 교회가 생존하기 위한 터전이다. 헌금이 있어야 교회가 재정적으로 안정되게 운영된다. 기독교 인터넷 신문인 뉴스파워의 김철영 기자(목사)는 “개척교회가 운영되려면 50명 이상의 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럴 경우에야 목회자의 생활이 유지된다. 대형 교회가 새 지역에 지교회를 세울 경우 50명 정도의 교인을 이미 두고 시작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용인·동탄 등 신도시 들어선 경기도는 ‘교회의 집합소’

특히 큰 교회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개척을 시작하는 목회자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고생을 겪게 된다. 특히 재정 문제는 심각하다. 개척교회 목사들 중 투잡을 뛰는 사람,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부흥의 기회라고 여기고 신도시에 들어선 개척교회 목사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의 대형 교회들 역시  블루오션인 신도시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대형 교회들은 중산층 이상이 주류를 이루는 신도시 이주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편입은 자신들의 교회를 외형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릴 기회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00~07년 사업체 기초통계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신도시로 교회가 몰려들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경기도는 교회의 집합 장소가 되고 있다. 2000년 9천4백50곳이었는데 2007년을 기준으로 1만2천5백27곳으로 급증했다. 무려 3천여 곳이 늘어난 셈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도시의 메카인 용인, 동탄신도시가 들어선 화성 그리고 서울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 부지로 꾸준히 거론되어온 광주이다. 용인의 경우 2000년에는 전 지역을 통틀어 3백79곳에 불과하던 교회가 7년 사이에 두 배로 늘어났다. 처인구·기흥구·수지구를 합치면 6백66곳이나 된다. 화성의 경우 2000년 2백61곳이던 교회가 2007년에는 무려 4백57곳으로 늘어났고, 광주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1백3곳의 교회가 3백2곳으로 증가했다.

증가세가 뚜렷한 곳을 살펴보면 신도시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시화신도시가 들어선 안산의 교회 수는 6백97개에서 9백11개로 늘었고, 파주 역시 1백99곳에서 3백50개로 급증했다. 평택 역시 4백33곳에서 6백70곳으로 늘어났다. 신도시가 교회 수 증가의 견인차 노릇을 한 것이다. 옥경원 목사(전국개척교회연합)의 표현을 빌면 “국내 교회 수로 따지면 거주지별로 70m 정도마다 한 곳의 교회가 서 있는 꼴”이다.

동탄은 신도시로 향하는 교회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는 신도시의 발전을 기대하며 들어온 개척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리 잡았다. 동탄신도시기독교연합(이하 동기연)의 강명우 목사는 “현재 동기연에 가입되어 있는 교회는 대략 30여 곳이다. 동탄 전체로 보면 대략 70곳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도시가 동탄에 들어서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증가했다. ‘분당급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동탄신도시 건설 계획에 따라 이 지역에는 앞으로 2천1백80만㎡ 규모의 신도시가 건설된다. 게다가 정부는 2007년 6월 동탄신도시와 마주보고 있는 지역에 2기 신도시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된다면 동탄신도시는 1차(1천만㎡, 4만9백21가구)와 2차를 합쳐 대략 3천1백80만㎡의 크기에 14만6천 가구가 들어서는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1월 시작된 동탄 입주로 이미 4만여 가구가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일부 대형 교회, ‘영혼 구원’보다 시설 등 물량 공세로 신자들 ‘유혹’

지난 2007년 10월에 만들어진 동기연은 동탄에 위치한 개척교회의 모임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대형 교회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항하기 위해서이다. 대형 교회 역시 동탄에 새로운 지교회를 설립하고 있다. 용인신도시를 거점으로 크게 성장한 새에덴교회와 화광교회는 2008년 상반기에 상가를 임대해 지교회를 설립하며 동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자 이들보다 한 발짝 빨리 들어온 개척교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개척교회들이 지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목회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문제이다. 교회가 영혼 구원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대형 교회들의 행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강목사는 “큰 교회의 좋은 교육 시스템이나 시설들을 놓고 영적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혹시나 벌어질지 모를 신자들의 수평이동이다. 개척교회 신자들이 대형 교회의 지교회로 옮긴다면 그 교회는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대형 교회의 좋은 교육 시스템과 시설들은 신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 대형 교회의 지교회는 재정 지원을 받고 출발하기 때문에 시설 면에서 한 걸음에 개척교회를 추월할 수 있다. 게다가 브랜드 가치는 덤으로 얻고 출발한다. 본교회와 분리되어 독립된 형태를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새에덴교회’와 ‘화광교회’라는 이름값은 교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동탄의 한 중소 규모 교회에 다니는 최철용씨(34)는 “텔레비전이나 책을 통해서 잘 알려진 목사의 설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교회라는 점 등을 고려하며 교회를 옮길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동기연은 대형 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화광교회는 동탄에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화광교회의 지교회가 있던 자리에는 기도원이 대신 들어섰다. 동기연의 한 관계자는 “기도원과 화광교회는 서로 무관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에덴교회의 지교회는 그다지 확장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동탄의 개척교회들측은 그다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동기연의 관계자는 “대형 교회들은 계속 들어오려고 한다. 일단은 들어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곧 들어올 순복음교회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순복음교회는 상가를 임대해 진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토지를 구입해 교회 건물을 건설하고 있다. 몇몇 대형 교회들이 동탄 일대에 부지를 계약했거나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목이 좋은 토지에는 교회 부지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업자가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매한다고 한다. 동탄의 한 개척교회 목사는 “교회 건물이 전도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신자들은 교회를 선택할 때 교회 규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자들이 많이 모이면 그만큼 많은 헌금을 확보해 큰 교회를 운영할 수 있다. 일종의 가진 자들만의 선순환이다”라고 지적했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는 곳에서 복음을 전하라”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기존의 신자들을 놓고 교회들끼리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1차 입주가 마무리되어가는 동탄에는 2차 신도시 건설이 남아 있다. 더 많은 수의 입주자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대형 교회가 이곳으로 진입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개척교회가 여기에 강하게 반발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새로운 신자를 확보하려는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신도시에서는 신도 수를 늘리려는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교회들은 저마다 ‘전도 전략’, ‘전도 특공대’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자기네 교회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작전을 펼친다. 어지간한 교회들은 입주 단지에 전단지를 뿌리거나 가가호호 방문하며 교회 홍보를 펼치고 있다. 화성 ㅅ교회의 한 전도사는 “동탄 입주가 시작될 무렵부터 5백장에서 1천장 정도의 전단지를 아파트 단지 우편함에 매번 뿌렸다. 주로 간증 집회가 있을 때 전단지 홍보를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나루마을 주변 상가에 있는 소규모 교회들. ⓒ시사저널 박은숙

‘아파트 전도 전략’ 등으로 무장하기도

기독교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신도시 아파트 전도를 위한 세미나나 교육이 많이 열리고 있다. 신도시의 대표적인 주거 행태인 아파트에 맞는 전도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예를 들어 2007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개최한 한 세미나는 구체적인 아파트 전도 방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천안의 ㅈ교회의 아파트 전도 담당 목사는 이날 발표에서 △이사 차량 확인 △이사 오는 집의 동과 호수 기록 △1시간 후 입주용 전도 물품 소지, 방문 △가정 상황 파악 △3일~1주일 안에 다시 방문해 교회 소개 등의 순서가 적당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동탄의 ㅅ교회의 전도사는 “예전에 서울의 한 교회에서는 도시가스관리소를 통해서 전입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전도를 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교회의 양적 진화를 위한 노력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교회가 양적 팽창을 위해 노력할수록 그 반대로 한국 교회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희 목사(연동교회)는 “대형 교회의 익명성은 개인으로서의 교인을 관리하지 못하는 허점을 노출하게 되고, 나아가 교회 입장에서는 파편화되면서 책임성을 결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많은 교회와 교인 수에 비해 한국 교회의 사회적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라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해 10월23일부터 27일까지 한국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도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한국 교회를 신뢰한다’라고 답한 사람은 18.4%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이나 동탄 등 신도시에서 만난 교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전도하기가 너무 어렵다. 교회의 이미지가 완전히 떨어져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태이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위치한 온누리교회. ⓒ시사저널 박은숙

저명한 현대 신학자 중 한 사람인 디히트리트 본훼퍼는 “양의 추구는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게 되고 질의 추구는 서로의 결점을 메우는 작용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동탄의 경우처럼 양을 추구하다가 개척교회와 대형 교회가 갈등을 벌인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3년 온누리교회는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2010년까지 국내외 30개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인 ‘액츠 29’에 따라 수원의 신도시 지역인 영통지구에 지성전 건립을 추진했다. 당시 수원 지역의 목회자들은 ‘온누리교회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공동 대응했다. 온누리교회의 지성전이 교세를 확장하는 전략에 불과하며 수원 지역 중소 교회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책위의 김창주 목사는 “온누리교회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지역 교회의 신자들을 뺏는 형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매섭게 비판했다.

온누리교회의 ‘액츠 29’는 지성전에 관한 기독교계의 논란을 불러왔다. 지성전을 건립하는 대형 교회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한 명의 목회자가 있다. 그리고 예배는 중앙에서 송출하는 예배 프로그램으로 대신한다. 마치 네트워크 방송을 통해 원격 예배를 하는 셈이다. 본 교회에 재정·인사·행정 등 사실상 교회 운영을 위한 모든 권한이 예속되어 있고 본 교회의 명칭을 그대로 쓰면서 단지, 위치한 지명을 머리말에 붙여 구분하고 있다. 지성전을 건립하면서 대형 교회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다른 지역에 퍼뜨렸고 신자 수를 확대해왔다. 대기업의 본사와 지역 지사와 같은 개념이다.

논란은 ‘종교 대 기업’이라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선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화’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지성전이 중앙 교회의 전도 전진 기지로 기능하면서 주위의 작은 교회를 고사시킨다는 주장은 항상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마치 지역에 진출한 대형 마트가 소규모 슈퍼마켓을 고사시키는 모양새와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지역 담임 목사의 예배가 아니라 TV 모니터를 통해 중앙 교회의 목사가 진행하는 예배에 참여하는 것이 예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지성전으로 잘 알려진 곳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성전은 총 21개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17개 지성전이 지교회로 독립되며, 독립되는 지성전은 고유 명칭에서 ‘성전’이 ‘교회’로 변경될 예정이다. 조용기 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지성전 독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누리교회 역시 지성전이 많다. 서울 양재, 수원, 부천, 대전, 남양주, 평택, 인천 등에 지성전을 두고 있다. ‘액츠 29’에 따라 해외에도 지성전을 확대하고 있다. ‘비전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온누리교회의 지성전은 일본에도 현재 5곳이 건립되어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