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유전? 아토피만 속 터진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1.06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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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복지부 밥그릇 싸움에 환자들이 ‘기가 막혀’

ⓒ그림 최익견

최근 급증하는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등 아토피질환 환자들이 믿거나 말거나 하는 무분별한 정보의 난립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환경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이 제각각 다른 대책을 내놓고 따로 시행함에 따라 환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지선씨(24·가명)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이다. 돌 이후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온 김씨는 2006년 3월,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양의학으로 치료를 받아왔지만 완치는커녕 태선화(코끼리 피부처럼 거칠고 딱딱해지는 증상)가 심해졌다. 피부염이 심할 때만 발라야 하는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약국에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하고 사다가 15년 가까이 바른 결과였다.

 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높았던 김씨는 한의학으로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 3개월 동안 대구에서 서울로 통근 치료를 받았다. 별 차도가 없자 한의원을 바꿔 다니기도 했다. 차비를 제외하고 한 달에 치료비만 100만원 가까이 들었다. 김씨는 “바꾼 한의원에서 완치에 성공한 환자들의 사진을 보니 맹목적으로 믿게 되더라.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 9개월 동안 꾸준히 다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9개월 뒤 완치는커녕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의원에서 반신욕을 권해 대중목욕탕을 찾았다가 세균에 감염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한의원에서는 소금찜질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 말해 그녀는 1주일 동안 집에서 소금찜질을 하며 오히려 병을 키웠다.

표준화된 치료 지침 없어 병원 순례

김씨는 “세균에 감염된 피부에 소금찜질을 한다고 한 번 생각해봐라.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너무 아파서 울고, 소금찜질을 해주던 엄마는 그런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라며 당시의 고통을 전했다. 열이 40℃까지 오르며 사경을 헤매다 아주대학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열흘 정도 피부 재생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김씨는 “한 개인이 감당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한의학과 양의학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뿐만이 아니다. 김성천씨(23)도 20년 넘게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오면서 안 해본 것이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의원과 피부과를 오가며 한약도 먹고 피부에 좋다는 연고는 죄다 사서 발랐다. 김씨는 “한의원과 피부과에서 내놓는 치료법이 너무 다르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니 여기저기 다 가보게 된다.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 한의원의 경우 매달 60만~70만원 정도가 치료비로 나갔다. 피부과에서 파는 스테로이드 연고나 보습제도 만만찮게 비싸다. 그동안 한의원과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썼던 치료비만 더해도 집을 한 채 샀을 것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이 겪지 않아도 될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진 것은 아토피질환에 대한 표준화된 치료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질환에 대한 역학조사나 원인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서울의료원 아토피클리닉 염혜영 과장은 “아토피질환처럼 원인이 뚜렷하지 않고 복잡한 만성 질환은 표준화된 정보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몸에 좋다고 하면 부모들이 큰돈을 들여서라도 이것저것 받아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아토피질환 치료 사업이 거대한 비즈니스 사업으로 둔갑하고 말았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똑같은 로션이라도 ‘아토피 피부’라는 표현이 들어가기만 하면 2~3배 정도 비싸다. 김지선씨는 집먼지 진드기를 방지해주는 침구류를 80만원에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아토피에 좋다는 한약이나 건강식품은 100만원을 넘어서기 일쑤이다. 

아토피질환은 10가구 중 1가구에 환자가 있어 이제 국민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아토피질환의 연구와 예방, 교육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환경부와 복지부가 각각 따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탓에 투자 대비 효과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로 문제의식을 표출했다. 

하나의 질환을 두고 두 개의 부처가 사업을 따로 진행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은 이 질환이 가지는 특징에서 기인한다.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등 아토피질환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어느 요인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소관 부처가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 “원인과 결과, 두 부처에서 관리하는 꼴”

환경부는 환경적 요인 즉, 대기오염이나 수질, 유해 물질로 인해 아토피질환이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해 환경성 질환에 포함시켰다. 환경부는 2004년 환경보건정책과를 신설하고, 매년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아토피질환 역시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보고 예산을 쓰고 있다. 올해 아토피천식예방관리사업으로 배정된 예산은 27억원이지만 알레르기질환 관리로 나오는 4천억원 예산의 일부를 아토피질환 사업 진행을 위해 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원인과 결과를 따로 관리하는 꼴이라며 아토피질환 통합관리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단국의대 예방의학과 권호장 교수는 “아토피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오염물질 제거는 환경부 소관이지만 질환은 복지부 소관이다. 질병의 원인 제거와 치료가 따로 이루어질 수 없는데 현재 따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두 개의 부처가 협조하겠다고 하지만 부처의 벽을 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아토피질환처럼 환경과 보건이 함께 엮여 있는 문제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복지부 건강정책과 손영래 서기관은 “통합 기구를 만드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토피질환뿐만이 아니라 모든 질환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아토피질환만 공동 기구를 만들어 대처하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반대 의사를 전했다.

환경부도 마찬가지이다. 환경보건정책과 조규석 사무관은 “질환의 영역은 환경부에 있지 않다. 질환을 유발하는 환경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환경부의 소관이다. 예방과 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복지부와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동으로 대응해나가겠지만 통합 기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한양대학교 오재원 교수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처가 총대를 메고 사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부처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한다. 아토피질환은 환경부가 환경성 질환으로 밀어붙여 선점했다. 그러나 질환이 100%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닌 만큼 환경부의 소관이 아니다. 이것은 복지부가 맡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예산이 많아 아토피질환의 주무 부처가 되었다. 환경부는 질환의 원인 제거를 통한 예방과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아토피질환의 원인 분석과 치료 연구 개발에 쓰는 예산은 한 해 10억원에 불과하다. 환경부는 8개 병원에 각 3억원을 들여 환경성질환센터를 설립한 뒤 연구 지원을 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교수는 “아토피질환을 총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중심 기구가 절실하다. 이해관계를 떠나서 정직하게 검증된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전달 체계를 시스템화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는 손도 못 대고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것들이 잘못된 정보

아토피질환처럼 만성 질환은 치료가 어렵다 보니 온갖 정보와 치료법이 난무한다.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을 정리했다.

아토피 피부염

1 계란 먹지 마라?

사람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식품이 다르다. 식품 알레르기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식품을 제한할 경우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건강식품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자신이 알레르기를 보이는 식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급선무이다. 

2 알로에가 피부에 좋다?

식품 제한과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좋은 것은 없다. 알로에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 아닌 만큼 무분별하게 알로에 즙을 몸에 바르는 것은 삼가야 한다.

3 비누칠을 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물로만 씻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비누칠을 해서 오염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대신 약산성 비누나 중성 비누를 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천연 비누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천연 비누는 약산성이나 중성 비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정제되지 않은 물질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4 보습제는 목욕 후에만 바른다?

목욕 후 3분 이내 반드시 보습제를 바르고 평소에도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자주(하루 3회 이상) 발라주는 것이 좋다.

5 아토피 피부염은 100% 유전되는 질환이다?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의 영향과 환경적 요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질환이다. 또한, 전염되지 않는다. 

6 아토피 피부염 증상은 점점 전신적으로 퍼진다?

아토피 피부염의 특징은 연령에 따라 발생하는 부위가 다르다.

천식

1 천식에 좋은 음식이나 피해야 할 음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천식에 좋은 음식은 따로 없다. 그보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천식치료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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