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침실에서 강아지·화분 치우세요”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1.1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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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 “노인 천식 환자 중 흡연자 비율, 30년 동안 4배 늘어…면역요법이 최선”

노인 천식(asthma)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 이상은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이다. 한 천식 환자는 “노인 대부분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화를 키우고 있다”라고 전했다.

밤길을 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기도가 막혀 발작이 생기는 증상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검사해도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천식의 특징이다. 그만큼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노인 천식을 둘러싼 갖가지 오해도 나돌고 있다. 특히 ‘죽어야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천식 치료 권위자인 김유영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 환자라도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인을 찾아 치료하면 정상인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교수로부터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사저널 박은숙

노인 천식은 얼마나 심각한가?

심장혈관이 좁아지는 심근경색처럼 기도가 좁아지는 것이 천식이다. 염증이 생기면서 기도가 붓고 점액질로 인해 기도폐색까지 생긴다. 방치하면 질식사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천식은 보통 사람들의 일생에서 두 차례 발병률이 높아진다. 한 번은 소아 때이고 또 다른 한 번은 40~50대 이후이다. 소아 천식은 집먼지 진드기와 같은 ‘강한 항원’ 때문에 생긴다. 반면, 노인 천식은 ‘약한 항원’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생한다.

소아 천식 환자의 3분의 1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노인 천식은 자연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번 좁아진 기도가 원상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인으로 꼽히는 ‘약한 항원’이란 무엇인가?

자극 강도는 약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호흡기를 자극해서 천식을 일으키는 항원이다. 흡연이 대표적이다. 흡연자 중 천식 환자의 비율이 1964년 3.4%에서 1995년 15.3%으로 3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공해도 한 원인이다. 도시 거주자의 천식 환자 비율은 9%이고, 제주와 같은 청정 지역의 천식 환자 비율은 6%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공단 지역의 천식 환자 비율은 18%대이다. 공단 지역의 천식이 도시 지역보다 2배, 청정 지역보다는 3배 높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거미처럼 생긴 해충인 잎응애(spider mite)도 집먼지 진드기 못지않게 천식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했다. 농약 사용으로 과실수의 곤충이 사라지면서 잎응애의 개체 수가 증가했다.

이밖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항원이 많다. 직업상 특정 물질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자신도 모르게 천식에 걸리기도 한다.

애완동물이나 화분은 천식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

천식과 애완동물은 상극이다. 털, 비듬, 배설물 등에는 수많은 천식 유발 물질이 있다. 특히 애완동물의 배설물에 들어 있는 엔도톡신(endotoxin)이라는 독소가 천식을 유발한다. 화분은 침실에 두지 말아야 한다. 꽃가루와 흙에 감염원이 있다. 병문안 때 가져오는 꽃을 병실에 두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내 가습기도 세균의 온상이다. 습도 유지를 위해 물수건을 걸어두는 것이 좋다.

천식을 의심해야 하는 증상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네 가지 증상을 기억해두면 좋다. 기침, 호흡곤란, 천명(색색거림), 흉통(답답함)이다.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오랜 기간 치료되지 않으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낮 시간보다 밤 시간에 악화되고, 운동할 때 더욱 심해진다. 

증상으로만 보면 만성 폐색성 폐질환(COPD)과 구분이 쉽지 않다.

임상적으로 두 질환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렇지만 병리학상 두 질환은 다르다. 천식은 면역반응에 의한 알레르기성 질환이지만, COPD는 폐포(肺胞)가 현저하게 확장되어 다시 줄어들지 않는 폐기종이다.
두 질환을 구분하려면 가역성(可逆性)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COPD와 달리 천식은 증세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가역성이 있다.

기도의 과민성을 확인하기도 한다. 자극 물질을 투여했을 때 기도의 평활근(平滑筋)이 수축하면 천식이다.
무엇보다 확진의 핵심은 항원을 찾는 일이다. 환자의 생활 습관과 직업 등을 참고해 특정 물질에 대한 피부 반응 시험으로 확진한다.

항원을 찾아 없애는 것이 최선의 치료인가?

틀림없는 사실이다. 천식 치료의 핵심은 발작을 막는 것이다.  항원을 찾아 제거하는 회피요법이 최선이다. 애완동물이 항원으로 드러나면 없애야 한다. 직업상 접하는 특정 물질로 천식이 생긴다면 작업 부서를 바꾸어야 한다.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매연, 공해 등은 어쩔 수 없이 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에는 항원면역요법으로 치료한다. 소량의 항원을 투여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특정 물질에 신체가 반응하지 않는 면역관용(免疫寬容)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항원면역요법이 바람직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약물요법을 쓴다. 천식으로 염증이 생기면 회복이 어렵다. 염증으로 인해 리모델링이 생긴다. 리모델링은 조직이 전혀 다른 구조로 변질되어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까지 되기 전에 고용량의 약물을 국소적으로 투여해 치료한다.

약물치료의 경우 부작용을 우려하는 환자가 많다.

천식 치료에 강력한 약물은 스테로이드(steroid)이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관지 확장제인 테오필린(theophylline)도 과량 투여하면 독성분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약물의 혈중 농도를 모니터링하면서 약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베타2 항진제는 손이 떨리거나 맥박이 오르고 가슴도 두근거리는 부작용이 있다. 생명과는 무관하므로 약 복용량을 조절하면 된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에 비해 노인 천식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소아 천식과 노인 천식의 치료 방법은 비슷하다. 그러나 노인 천식은 치료가 비교적 어렵다.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기도의 상피세포가 손상되면서 섬유화가 이루어지는 콜라겐(collagen)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게 된다. 

앞으로 치료법은 어떻게 발전하리라 보는가?

앞에서 말했다시피 소아 천식 환자 중 3분의 1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연 치유된다. 신체가 면역과민에서 면역관용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기전을 규명하면 천식 치료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즉, 앞으로 면역요법이 주로 쓰일 것 같다. 

약물은 부작용을 줄이고 약효를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또, 복용 횟수를 줄여나갈 것이다.

기도가 막힌 환자에게 충고 하나 하겠다. 발작 증세로 급히 병원을 찾아 치료받고 약을 먹으면 호전된다. 며칠 후에는 완치되었다고 스스로 판단해서 복용을 중단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치료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한 번 약을 먹으면 평생 먹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유전성은 있는가?

부모 중 한쪽이 천식 환자라면 자녀가 천식일 가능성은 25%, 부모 모두 천식이면 50%로 높아진다. 그러나 천식은 환경과 면역기능의 약화가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흡연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에게는 적어도 생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좋다.

 


김유영 교수는 누구?

196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76년과 1980년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84년까지 영국 사우드햄튼 대학 의대 박사 후(post doctor) 과정을 밟았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병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7~2007년까지 서울대 의학연구원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94~97년까지 대한알레르기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2006년 잎응애가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의 주원인 항원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1995년 대한내과학회 학술상을, 2004년 과학기술 훈장을, 2007년 세계알레르기학회 우수 의료인상을 받았다.
2008년 1월부터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장을, 같은 해 11월부터 세계천식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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