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김형오의 선택은?
  • 김지훈 (서울신문 기자) ()
  • 승인 2009.01.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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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될 듯하다. 김의장은 지난 임시국회 파행 과정에서 합리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여야의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한 면이 있지만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하자,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머무르며 ‘모종의 결단’을 내릴 듯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는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만을 촉구하며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친정인 한나라당에서도 “김영삼(YS) 전 대통령처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줄 알았다”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여당에서는 그런 김의장을 두고 “배신자다” “친정을 버렸다”라는 험한 말들이 쏟아져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김의장에게 “직권상정하라”라고 압박했다. 청와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2월 임시국회 역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두고 한 발짝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자, 김의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월에 체면만 구긴 김의장에게 2월에 또다시 똑같은 지형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김의장은 지난 1월11일 “(2월에) 직권상정 카드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가 직권상정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의장의 한 측근은 “의장은 직권상정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퇴임 후 ‘뒷방 늙은이’로 주저 앉거나 정계 은퇴를 선언한 역대 국회의장과 달리 김의장에게는 정치적 미래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정가에는 김의장이 퇴임 후 한나라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당 대표 이상을 넘볼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그는 올해 61세이다. 원로 취급을 받기에는 아직 젊다. 친정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지만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는 김의장이 야당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경 카드를 뽑아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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