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을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고…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1.20 03: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광주지방경찰청에 첫 출근한 행정 인턴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88만원 세대에 이어 인턴 세대가 등장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21일, 청년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행정 인턴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곧 2만5천명에 달하는 인턴들이 양산된다. 한 해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사원까지 합치면 1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턴도 이제 정규직, 비정규직에 이어 또 하나의 직업군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인턴 세대’는 낯선 용어가 아니다. 2006년 독일 등 유럽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인턴으로 고용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이들을 ‘불안한 세대’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는 단순 노무직으로 불안한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반영한 것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기업 인턴 지원 제도가 생겨났던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일부 인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당당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행운을 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채용하는 행정 인턴은 임기를 10개월로 못 박은 기간제 근로자이다. 정부는 이들이 취업 시험에 응시할 때 특별 유급휴가를 인정하고 근무 실적이 우수한 10%에게는 장관의 입사 추천서를 발급해주는 등 인턴들의 구직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렇게 나오자 기업에서도 정규직 신규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단기 인턴을 늘리는 도미노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턴을 한시적 공공 근로자나 단기 비정규직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질 낮은 빵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인턴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실업 상태로 있느니 불안한 신분이지만 인턴 생활을 하는 것이 그래도 낫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젊은이들을 인턴제라는 미봉책으로 묶어둘 것인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분발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