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도 사이버모욕죄 법률은 없다
  • 소준섭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09.02.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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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규정은 ‘형법 관련 유권 해석’일 뿐

▲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연설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AP연합
2008년 11월, “사이버모욕죄를 법률로 규정한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가 일간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외에는 사이버모욕죄가 없다’라는 사실이 완전히 공식적인 정설로 자리 잡았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서도 사이버모욕죄에 대해서 ‘사이버모욕죄란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유일하며,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최초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MBC도 <뉴스 후>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내용을 방송한 바 있고, 진중권씨 등 진보 논객들도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한국 내 잘못된 주장 정정해야

그러나 중국은 사이버모욕죄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중국 법률에서 사이버모욕죄와 관련된 규정은 바로 2000년 12월28일 통과된 ‘인터넷 안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이하 ‘결정’)이다. 이 ‘결정’은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실을 날조하여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형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형사 책임을 추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인대(全人代)는 법률에 대해 유권 해석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결정’의 관련 내용은 사이버모욕죄라는 별도의 법률 규정이 아니라 사이버상의 모욕 행위를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선언적인’ 유권 해석이다. 

‘결정’은 구체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실을 날조해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그 죄질이 중범죄를 구성(構成)할 경우 형법 제24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폭력 혹은 기타 방법으로 공공연히 타인을 모욕하거나 사실을 날조하여 타인을 비방할 경우 그 죄질이 중한 자는 3년 이하의 유기징역, 구류, 관제에 처하거나 혹은 정치 권리를 박탈한다’라는 내용으로서 인터넷을 통해 타인에 대해 모욕이나 비방 행위를 할 경우 형법상의 모욕죄 혹은 비방죄를 적용해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인터넷을 통한 모욕 및 비방 행위를 ‘사이버모욕죄’라는 별도의 법률로써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로 형법 규정에 의거해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장웨이창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신문담당 국장이 ‘반정부적인 글이나 인신 공격적 글은 모두 형법 등 일반법으로 다스리고 있다. 중국에는 사이버모욕죄가 없고, 별도로 설치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밝혔다”라는 2008년 11월24일자 한겨레의 관련 기사와도 부합된다.

중국에는 사이버모욕죄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 조사 결과’에 의해 “중국에만 사이버모욕죄가 있다”라는 잘못된 견해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 책임자가 그 존재를 부인하고 있음에도 한국 내에서 이처럼 잘못된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온당치 못하다. 그것은 사실과 부합되지도 않을 뿐더러 ‘중국을 모욕하는’ 결과를 초래해 양국 간의 외교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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