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너머 드러난 21세기 생지옥
  • 조홍래 편집위원 ()
  • 승인 2009.02.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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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 정부가 수감한 정치범 참상 추적해 폭로…“감옥에 세상의 빛을”

▲ 전국미얀마연방협의회의 쿤 민트 툰 씨(맨 오른쪽)가 헌법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라고 촉구하고 있다. ⓒAP연합

미얀마의 감옥에서 7년째 복역 중인 반체제 인사 아웅은 폐결핵에 걸렸다. 하지만 이 사실을 교도관에게 말할 수 없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오랫동안 잠을 자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할 수 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기침을 할 때 나오는 피를 컵에 가득 받아 교도관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나병 환자 병동으로 이송되었다. 거기서 폐병은 다소 회복되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영원히 잃었다.

아웅의 얘기는 최근 한 기자와 미얀마 접경의 태국 마을에 정착한 옛 미얀마 정치범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 회원이다. 이들은 9년 전부터 미얀마 감옥에 투옥된 정치범 2천100여 명의 실태를 추적해 그 참상을 세상에 알리고 정치범과 그 가족들을 돕고 있다. 이 단체가 요즘 부쩍 바빠졌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지난해 4백10명의 반체제 인사들에게 수년에서 50년 혹은 그 이상의 형을 선고했다. 협회는 재판과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온라인 사이트에 올렸다. 사이트를 통해 미얀마 감옥의 참상은 상세하게 알려졌다. 외교관, 유엔 관리, 인권 단체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대책을 협의했다. 다른 6백명은 아직 재판도 받지 못하고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재판 관련 정보 상세히 올려

지난해에 기소된 사람 가운데는 80세의 여승이 한 명 있다. 이 여승은 2007년 9월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협의로 4년간의 중노동형을 받았다. 군부는 노쇠한 여승이 중노동을 할 수 없자 불교를 모욕한 혐의로 죄명을 바꾸었다. 노령의 승려에게는 가장 모욕적인 처사이다.

미얀마에서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한 반체제 인사는 59년형을 받았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희생자들을 돌보지 않았다고 비판한 혐의이다. 당시 13만명이 죽었다. 정부가 국제 구호 기관들의 현장 접근을 봉쇄하는 바람에 사망자가 늘었다. 2007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또 다른 승려는 68년형을 받았다.

인권 단체의 온라인 사이트에 소개된 정치범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농부, 블로거, 아이스크림 판매원, 버스 기사, 힙합 가수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 유엔 보고서와 외교관들의 설명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의 눈에 정치범들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이는 곧 미얀마 군부의 인권 유린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협회 멤버들은 가족애로 뭉쳐 있다. 이들은 의약품, 도서, 담요, 식품 등을 재소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물품들이 정치범들에게 쉽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교도관들에게 뇌물을 주어야 한다. 교도관들도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뇌물을 받지 않고는 생활을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샤워를 하기 위해 물이 더 필요하면 뇌물을 바쳐야 한다. 일부 감옥은 너무 좁아 죄수들이 모로 누워 자야 한다. 그러나 VIP용 감방에서는 편히 누워  잘 수 있다. 단, 뇌물이 필요하다.

협회의 기금은 20만 달러 정도 된다. 미국 정부의 민주주의지원 기금과 네덜란드 정부 및 일부 민간 원조 기관이 지원한 돈이다. 기금은 투옥된 정치범들을 돕는 데 주로 사용되지만 체포될 위험이 있는 정치범을 탈출시키는 데도 쓰인다. 협회는 2년 전 14년째 투옥된 대학생을 탈출시키기 위해 100달러를 송금했다. 그는 현재 태국에서 살고 있다. 비록 궁핍하게 살지만 미얀마 감옥에 비하면 천국이다.

미얀마의 대표적 정치범은 아웅산 수치 여사이다. 그녀는 지금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노벨 평화상까지 탄 수치 여사는 그래도 관심을 받고 있으나 미얀마의 보통 정치범들은 세상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미얀마의 정치범 생활은 암흑 그 자체이다. 많은 정치범들에게 하루 20분만 감방 밖으로 나오는 것이 허용된다. 정치범들은 또한, 일반 잡범들과 함께 수용된다. 툭하면 가족과 멀리 떨어진 시골 감방으로 옮겨 면회도 못하게 한다. 벽지 감방에는 의료시설도 의약품도 없다.  

▲ 아웅산 수치 여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태국의 방콕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하루 20분만 감방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암흑 생활

인권협회 인사들이 원하는 것은 미얀마의 감옥에 세상의 빛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협회의 로고는 감방에 비치는 햇빛을 상징하고 있다. 모서리로 누워 잘 수밖에 없는 과밀 상태의 좁은 감방, 부족한 음식, 죄수들이 변기로 사용하는 냄새나는 깡통은 미얀마 교도소의 명물이다. 미얀마 정치범들의 고난은 가족에게로 확대된다. 군부는 정치범 가족들을 먼 곳으로 소개시키거나 갖은 방법으로 박해한다. 지난해 10월 어느 정치범의 아내는 돈이 떨어져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20 달러에 팔았다. 미얀마 여인들에게는 긴 머리가 미와 인격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인권협회는 그 여인에게 소액을 보내 구멍가게를 열게 도와주었다. 긴 수감 끝에 석방된 한 정치범은 서툰 영어로 감방의 참상을 번역해 사이트에 올렸다.

협회 인사들은 뇌물을 받은 교도관, 전 정치범, 가족들로 구성된 이른바 동정세력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범 실태를 추적한다. 

미얀마 군부의 비밀 장막 속에 침투하는 데 이들 인권협회만큼 성공한 단체는 없다. 이들에 의하면 최근의 정치범 재판은 감방 안에서 진행되었다. 당연히 변호사도 없고 가족의 참관도 없다. 적십자사는 3년 전부터 정치범 면회를 금지당했다. 유엔인권 특사는 당국이 지정한 감옥만 겨우 방문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그룹 지도자 데이비드 매티슨은 미얀마 인권 단체의 줄기찬 노력 덕에 마침내 국제 인권 단체의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은 매우 지속적이고 치밀하고, 그래서 효율적이다. 지난해 9월 국제인권감시기구는 이 협회에 인권보호상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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