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다’고 먹어대다‘눈금’ 키울라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2.10 0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지방 식품, 비만 특수에 매출 점점 늘어… 먹는 양 조절 못하면 다이어트 헛수고

▲ 비만이 화두가 되면서 저지방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위는 대형 마트 매장. ⓒ시사저널 박은숙

저지방, 무지방 식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유를 비롯해 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등 모든 가공 식품에 ‘저지방’ 열풍이 불고 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5년 전만 해도 비만 환자들에게 권할 수 있는 무지방 식품이 없었는데 지금은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GS마트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저지방 식품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전의 같은 기간보다 저지방 우유는 18.6%, 쾌변 무지방 제품은 48.1% 판매가 늘어났다. 반면, 일반 우유는 7.7%, 쾌변 일반 요구르트는 16.3%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칼로리를 낮춘 프링글스 라이트 오리지널은 6백55.6% 늘어났고, 코카콜라 제로 칼로리도 37.8%가 늘어났다. 특히 오리지널 프링글스는 23.9% 줄었고, 일반 코카콜라는 10.5% 증가에 그쳤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무지방 우유도 나와

서울백병원 강교수는 “소비 시장이 확실히 변했다. 5년 전 식품업체에게 비만 환자들에게 편하게 권할 수 있는 저지방 식품을 개발해달라고 하자 ‘사람들이 찾지 않아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없다’라고 하더라. 지금은 업체들이 발벗고 나서는 것만 봐도 저지방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저지방 식품 개발이 가장 활발한 제품군은 우유이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장남수 교수는 “우유에는 기본적으로 지방이 3.5% 정도 들어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는 지방 함량이 1%이거나 아예 없는 우유들이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2% 수준의 저지방 우유는 물론 무지방 우유들도 등장하고 있다”라며 변화상을 설명했다. 매일유업이 지방 함량 0.8%인 저지방 우유를 지난해에 출시한 것을 비롯해 서울우유 등 대형 유가공업체들이 무지방 우유를 판매 중이다.

제과업체도 저지방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리온 제과는 지난해 출시한 닥터유 제품군의 반응이 좋아 올해에도 추가로 제품들을 개발해 6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 홍보팀 황희창씨는 “‘라이스칩’의 경우 월 매출이 15억원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오리온 전체 제품의 10% 정도가 열량을 낮춘 제품들이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저열량·저지방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런 제품 개발에 투자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켈로그는 체중 조절용 조제 식품 개발에 적극적이다. 2007년 ‘곡물이야기 건강 스낵’ 5종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지방 함량이 0.4%에 불과한 시리얼 ‘스페셜 K’를 선보였다. 켈로그 홍보팀 이주원씨는 “스낵은 건강과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체중 조절용 건강 스낵 개발에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식품업체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 매장들도 이런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자체 상표 상품 가운데 저지방·저칼로리 제품군을 모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스마트 이팅’은 매출이 늘어난 것은 물론 제품 종류도 80여 개에서 100여 개로 다양해졌다. 신세계 홍보팀 이남곤 대리는 “‘저지방 오메가3 우유’와 ‘무지방 칼슘 우유’의 매출이 출시 초기보다 20% 이상 늘어 월 매출 3천만~4천만원에 달한다. ‘1/2지방 떡갈비’와 ‘1/2지방 너비아니’도 15% 이상 매출이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저지방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비만 방지에 도움이 될까. 같은 양을 먹었을 경우에는 일반 식품에 비해 열량이 적기 때문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구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조성희 교수는 “사람들이 저지방·저칼로리 식품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안심하고 정량보다 더 먹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30년 전부터 저지방 식품들이 보편화되었는데 비만 인구가 줄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먹는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저지방 식품이라고 광고하는 식품 자체가 고열량 제품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백병원 강제헌 교수는 “저지방 식품이 개발되는 것은 과거 열량이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을 반으로 줄였다 해도 사실은 열량이 꽤 높다. 저지방 식품이 비만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 만큼 제품에 기재된 영양성분 표시를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방 줄여도 열량 높아 성분 표시 꼼꼼하게 살펴야

영양성분 표시를 볼 때에도 단순히 열량만 챙겨보아서는 안 된다. 지방을 줄이게 되면 맛을 내기 위해 당이나 나트륨 함량이 높아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공 감미료의 사용도 늘어난다. 강교수는 “소비자는 제품의 열량과 지방뿐만이 아니라 당과 나트륨 함량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인공 감미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허용치를 넘지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제품군에 첨가물이 늘어나고 있어 학계에서는 인체에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영양성분 표시가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장남수 교수는 “과자 한 봉지가 2~3회 제공량인 경우가 많다. 영양성분 표시에 적힌 열량이 과자 한 봉지분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식품업계도 과자 봉지 사이즈를 줄여서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간식을 섭취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품업체들이 단순히 더 팔기 위해서 저지방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국민 건강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려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교수는 “시장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것은 소비자이고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교육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시행해야 한다. 건강식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믿을 만한 식품들을 선호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제조업체들은 소비자를 의식한 제품 개발에 나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영양평가과 권광일씨는 “매년 3억~4억원의 예산을 들여 무트랜스지방과 저포화지방 유지를 개발하고 있고, 개발된 기술은 무상으로 식품업체에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외식업체 전반에 저지방 식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2010년까지 패스트푸드에도 영양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것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홍보하고 인식시킬 것인지를 연구 중이다. 이처럼 하나씩 고쳐나가다 보면 비만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