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2.1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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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호통치며 싸우는 위안부 송신도 할머니 다큐멘터리

▲ 감독: 안해룡 / 주연: 송신도
지금 극장가에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1만명만 들어도 대박이라는 독립영화 하나가 개봉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벌써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팔순의 할아버지와 마흔 먹은 소가 나오는 <워낭소리>가 사고를 쳤다. 한쪽에서는 이런 기세로 간다면 100만 관객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충렬 감독은 이런 대형 사고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흥행이 자칫 독립영화를 ‘되는 영화’ 쪽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이다. 제작비 1천만원을 들인 <낮술>도 소 방울 소리에 덩달아 선전하고 있다. 거의 동시에 개봉한 두 독립영화가 하나는 사람을 울리고, 하나는 사람을 웃긴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도 독립영화이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몸서리치는 7년을 겪고 일본에서 그림자처럼 살던 송신도 할머니의 얘기이다.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지원 모임)의 눈에 띈 할머니는 그들의 재판 청원을 거절한다. 일본 사람이 한국인을 돕자고 나선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그녀가 1년 만에 마음을 바꿔 재판에 나서기로 한다.

목소리도 크고 술도 잘 마시며 노래도 잘 부르는 할머니를 본 지원 모임 사람들은 그 당당함에 놀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와 지원 모임 사람들은 마음을 트고 격의 없이 지낸다.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자랑스럽고도 눈물겹다. 보상보다 사과를 요구하는 할머니는 “두 번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와 지원 모임이 요구한 재판은 번번이 기각당한다. 인정은 하지만 국제법상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두 번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마라”

그런데도 송신도 할머니는 그럴 줄 알았다며 울다가 웃는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꽁무니를 빼도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라고 외친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역사이지만 잊을 수도 없는 역사의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가 관객들을 내내 울린다. 눈물을 참으려고 기를 써도 자꾸 눈물이 난다. 우리가 아는 정신대 할머니들은 한국인들 사이에서조차도 돕는 사람들만 돕고 있는 존재이다. 때만 되면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가서 시위하는 그녀들의 목소리는 더는 듣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를 보면 가슴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오른다. 우리가 몰랐던 살아 있는 역사가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30만명은 아니더라도 1만명은 보아주었으면 한다. 2월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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