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를 앞세워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난 때문에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경제’와 관련된 문항은 네 가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분야와 잘못한 분야’와 ‘경제 위기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 정도’, ‘정부의 경제 정책 지지 여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력해야 할 분야’ 등이었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분야로 지목된 비율은 경제에서 가장 높았다. 경제·남북 관계·정치·교육·사회·외교·문화 등에 관해 물었는데, 전체 응답자의 33.0%가 경제를 가장 잘못한 분야로 꼽았다. 이는 남북 관계(15.4%)나 정치(15.2%)에 비해 배가 넘는 수치이다. 특히 진보신당 지지자들과 무직 계층이 남북 관계를 첫손에 꼽은 것 말고는 직업별·나이별·직군별·정당 지지자별로 모두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문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경제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들 가운데는 20대(43.4%), 블루칼라(41.2%), 강원·제주 지역 거주자(36.9%), 친박연대 지지자(40.9%)들이 비교적 많았다.
현 경제 위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이 질문에는 무려 71.0%가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책임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25.2%에 불과했다. 비록 작금의 경제난이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심화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의 상당수는 그 책임을 이대통령에 묻고 있음을 드러내는 결과이다.
이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사람은 30대(78.5%), 진보신당 지지자(89.5%), 광주·전남·전북 거주자(81.2%), 화이트칼라(78.9%) 등에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대통령에게 책임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50대(36.9%), 한나라당 지지자(40.2%), 강원·제주 거주자(36.9%), 무직·기타(31.7%)에서 많았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3.6%,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32.9%였다. 이에 반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15.9%, ‘대체로 잘못하고 있다’는 39.0%였다. 긍정이 36.5%, 부정이 54.9%로 나타난 것을 보면 이대통령의 경제 정책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는 ‘물가 관리’”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60세 이상(55.8%), 한나라당 지지자(65.2%),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41.4%), 무직·기타(46.6%)에서 많았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0·30대(각69.6%), 민주노동당 지지자(89.5%), 광주·전남·전북 거주자(68.1%), 학생(70.1%)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현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력해야 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지역별로 약간 다른 답변들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온 항목은 물가 관리(28.2%)였다. 이어 고용 확대(19.8%), 내수 활성화(16.8%)-금융 위기 대응(13.9%)-구조조정(8.3%), 모름·무응답(6.7%), 수출 확대(6.4%) 등의 순이었다.
20대 연령층에서는 물가 관리(27.7%)에 이어 고용 확대(22.3%)를 꼽은 사람이 많아 취업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30, 40대 연령층에서는 물가 관리가 고용 확대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은퇴한 나이에 해당되는 60세 이상에서 물가 관리(23.8%)보다 고용 확대(24.4%)가 더 많았다. 이는 노년층에서 취업에 대한 요구가 계속 커지고 있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정당별로는 모든 정당 지지자들이 물가 관리를 꼽았고, 유일하게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고용 확대(39.1%)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 지역(35.6%)에서 물가 관리를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에 비해 대구·경북(27.8%)에서는 고용 확대가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라는 대답이 나왔고, 강원·제주 지역에서는 내수 활성화(25.2%)가 가장 시급하다는 대답이 나왔다. 직업별로도 물가 관리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는 답변이 많았다. 그러나 무직·기타에서는 고용 확대(29.0%)가 물가 관리(19.8%)를 앞섰고, 학생층에서는 고용 확대(23.9%)가 물가 관리(26.4%)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