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선거 한다면 MB 안 찍는다” 60%
  •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9.02.1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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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통해 지난 1년의 국정 운영을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월25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5백만표가 넘는 표차로 크게 승리하며 환호와 흥분 속에 장도를 내디뎠던 2월25일은 이제 없다.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인사, ‘촛불 시위’로 상징되는 소통의 단절과 만만치 않은 시민들의 저항, 경제 위기로 표현되는 세계적인 거센 흐름 속에서 커져가는 양극화 갈등, 본격화하는 실업 사태….

이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신발끈을 고쳐 맸다. 진용을 재정비하고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며 자신이 선두에 서서 ‘나를 따르라’라고 하고 있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에 주목한 강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여권 내부조차 단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 기반은 취임 초보다 현저히 약화되었다. 수도권은 이탈하고 있고 중도 세력은 실망해서 등을 돌렸다. 지역적으로, 세대적으로, 이념적으로 이대통령의 강력한 주력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 내부 결속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외부 환경은 더욱 엄혹해지고 있다. 야당의 공세가 날로 더해가는 가운데 연합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늘어나는 실업자와 미취업자들은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세계 경제는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정하다. 내수는 물론 수출마저 얼어붙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형 특집을 마련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1천명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1년’을 물었다. 달라진 공직 지형도도 따져보았다. ‘공직 사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1급 공무원 1백64명의 면모가 정권 초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사·분석했다. 여야가 이대통령의 1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경제 전문가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도 알아보았다.

2007년 대선은 일방적인 흐름 속에 치러졌다. 투표는 12월18일에 이루어졌지만 사실상 승리자는 그 전에 정해져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경쟁자였던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득표율면에서 22.5%나 앞질렀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투표한다면 결과가 어떨까?

2007년과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59.7%)은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지지하겠다’라고 답한 사람은 27.4%에 머물렀다. ‘모름·무응답’은 12.9%였다. 30대(78.0%)와 호남(77.8%) 그리고 화이트칼라(74.3%)와 학생(73.3%) 층에서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30~40대 화이트칼라층에서 ‘반 이명박 정서’가 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취임 1년 정도 지나면 비판 의식이 강한 화이트칼라층에서부터 지지도가 빠지는 것이 일반적인 트렌드이다. 올해는 경제가 안 좋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가구 소득이 월 4백1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에서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67.4%에 달했다. 또,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 가운데서는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이 44.7%로 나타났다. 반 이상이 1년도 채 안 되어 지지를 철회한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이다. 이대통령에게는 우울한 결과인,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나온 ‘국민 성적표’는 이것만이 아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라는 질문에 평균 51.7점을 주었다. ‘50점 미만’이라고 꼽은 사람이 32.5%, 50~59점을 준 사람이 24.5%였다. 50~60대의 지지가 높아서 그렇지 20~40대까지는 모두 평균 이하 점수를 주었다. 지역별로는 호남에 이어 서울 지역 응답자들이 두 번째로 낮게 평가했다. 반면, 충청 지역은 제일 점수가 높았고, 인천·경기와 대구·경북이 그 뒤를 이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이대통령의 지지층 중에 실용 노선에 주목했던 층은 이탈하고 이념에 주목하는 보수층이 남아 있다. 계층·계급적 성격이 강화되어 과거의 한나라당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라고 분석했다. 평균 51.7점은 취임 6개월이 된 시점에 평균 45.3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6.4점이 상승한 점수이다. 강경 보수층이 결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잘한 분야 없다’는 응답자 가장 많아

▲ 2월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만난 이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국정 운영 지지도’와 관련해서도 ‘잘못하고 있다’라는 대답이 55.7%를 기록해 과반을 넘겼다. ‘잘하고 있다’라고 답한 35.7%를 20% 앞질렀다. 지난해 5월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던 조사에서는 ‘잘못하고 있다’가 58.5%, ‘잘하고 있다’가 29.4% 나왔다. 이때보다는 ‘잘하고 있다’는 답이 6% 정도 늘었다.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세대별로 20~30대, 지역별로 호남에 더해 계층별로 화이트칼라층이 ‘잘못하고 있다’는 쪽에 힘을 실은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층 중에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28.4%에 달했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이대통령이 가장 잘했다고 평가되는 분야는 무엇일까. 여권 인사들은 공공연히 “촛불 시위 때문에 지난 1년을 허송세월했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일해야 한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지난해 이대통령은 강한 반대에 부닥쳐 자신의 야심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를 사실상 접어야 했다. 공세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인사·경제·정치가 다 그랬다. 국민의 눈에도 그렇게 보인 듯하다.

‘지난 1년간 이대통령이 가장 잘한 분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한 분야가 없다’는 답이 41.2%, ‘모름·무응답’이 19.9%로 나타나 60% 이상이 잘한 분야를 꼽지 못했다. 한마디로 지난해 ‘잘했다’고 딱부러지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얘기이다. 조사 결과로 보면 ‘2008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여권 인사들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다. 반대로 ‘지난 1년간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분야’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었다. 경제(33.0%), 남북 관계(15.4%), 정치(15.2%)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경제는 수도권에 대한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큰 충청에서, 남북 관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큰 호남에서, 정치는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에서, 잘못했다고 보는 답변이 많았다.

이번에는 지난 1년간 국민 역량의 변화를 보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으로 국민 역량이 더 모아졌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더 분열되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역시 부정적인 응답이 월등했다. ‘모아졌다’라고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11.3%에 불과한 반면, ‘분열되었다’라고 한 사람은 49.9%였다. 이대통령이 기회만 되면 “한마음 한뜻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은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실질적인 행보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구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사회 갈등은 더 커져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명박계’ 의원은 “여론에 따르지 않고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의 정치 행태를 바꾸어야 한다. 다른 목소리를 과감히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역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대통령 개인의 성격과 관련이 깊다. 이대통령의 성격을 볼 때 앞으로도 현재의 강성 기조를 유지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내다보았다.

<시사저널> 조사에서는 ‘책임론’이 이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경향도 엿보인다. ‘남북 관계가 이전 정권에 비해 나빠진 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77%가 “책임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아주 많은 책임이 있다”라고 한 사람은 28.5%였다.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경제 위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71.0%의 국민이 “책임이 있다”라고 답했다. 지난 대선 때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국민이 남북 관계와 경제 위기로 상징되는 두 가지 ‘악재’에 대해 책임이 크다고 보는 것은 이대통령으로서는 꽤 신경이 쓰이는 일일 것 같다. 위기가 현실화하고 심화한다면 결국,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향해 분노가 쏟아져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로 보면 국민은 경제 위기에 대해서 ‘세계 경제의 위기’ 탓도 있지만 현 정부도 대응을 잘못했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당 지지도에서 한나라당은 34.2%를 기록했다. 16.3%를 기록한 민주당을 두 배 이상 앞섰다. 미디어리서치 이윤기 과장은 “한나라당 지지도는 최근 조금씩 올라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이 5.8%로 3위, 친박연대가 4.9%로 4위, 자유선진당이 4.3%로 5위를 기록했다. 창조한국당은 1.4%, 진보신당은 1.0%로 나타났다.


박근혜 협조가 가장 필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베스트셀러 제목이기도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자란 배경이 달라서인지 같은 말이라도 서로 이해하는 개념도 다르고, 만나면 사이가 좋아지기는커녕 꼭 뒷말이 나와 오히려 갈등이 커지곤 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향후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구의 협조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전 대표를 꼽았다. 절반에 가까운 48.3%의 국민이 그녀를 지목했다. 50대와 대구·경북 지역, 월소득 4백1만원 이상인 고소득자,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이런 응답이 많았다. 제1야당 대표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16.3%)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7.6%)를 멀찍이 따돌린 수치이다. 상대적으로 화이트칼라층에서는 정대표를 지목한 비율이 높았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들보다 낮은 3.2%에 머물러 국민은 그를 ‘얼굴마담 대표’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실은 박 전 대표와 최우선적으로 협조하라는 국민의 바람과 달리 가고 있다. 이대통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근혜계’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일등 공신인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이 임박하면서 결집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친박근혜계 인사는 “이 전 의원의 귀국 자체가 여권 내부의 긴장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가 들어와 어떤 활동을 하는가는 둘째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는 각개약진을 노골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보선과 2010년에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샅바 싸움은 지역에서부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역의 경우 벌써부터 물밑 싸움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이렇게 가다가는 서로 이별하는 상황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걱정했다.

 

▲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열린 촛불 집회. ⓒ시사저널 이종현

 ‘보수의 분열’ 속에 치러진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8.7%의 득표율을 얻었다. ‘보수 단일화’ 구도로 치러진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 46.6%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지난 대선에서는 ‘보수’라는 이념적인 틀보다는 ‘실용’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대통령을 주목했던 중도개혁파들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는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이대통령의 정치 성향이 어떻다고 보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보수’라고 보는 사람이 53.9%, ‘중도’라고 보는 사람이 18.3%, ‘진보’라고 보는 사람이 16.7%로 조사되었다. 보수라고 답한 이들 가운데 ‘매우 보수적이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19.9%에 달해 ‘중도’라고 답한 이들을 앞섰다. 눈에 띄는 점은 지역적으로는 서울,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층에서 ‘보수’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이대통령은 대선 직후 ‘서울 대통령’이라고 불렸다. 서울시장을 지낸 이력에다가 서울을 비롯한 30~40대 수도권 유권자들이 그의 중도·실용 성향에 주목해 많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답변이 나왔다는 것은 국민이 이대통령의 이념이 초기보다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중도’는 지역적으로는 대전·충청 지역에서, ‘진보’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답변이 높게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이대통령은 ‘촛불 집회 세력’에 대한 대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라고 분석했다. ‘법’을 앞세운 약자들에 대한 공권력의 강력한 집행, 시민단체들에 대한 돈줄 죄기 등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민주주의가 10년 전으로 후퇴했다. 공안 통치를 하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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