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혈압 낮추니 걷는 것도 힘들지 않게 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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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여 투병 끝에 콩팥병 이긴 주은혜씨

▲ 주은혜씨(위)는 혈압 조절을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했다. ⓒ시사저널 우태윤
“자칫하면 딸 아이 결혼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날 뻔했다. 내가 콩팥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병을 앓고 나니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오는 3월 외동딸 결혼식을 앞둔 주은혜씨(56ㆍ여ㆍ가명)는 쉽사리 자신의 투병 경험을 털어놓지 않으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 특히 사돈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이다.

주씨는 “역설적이지만 딸 결혼을 축하해줄 수 있게 된 것도 콩팥병을 발견해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환자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녀가 콩팥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4년 겨울이었다. 당시 며칠 동안 두통이 가시지 않아 동네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몇 가지 검사 결과, 혈압이 높은 데다 콩팥 기능이 심할 정도로 약하다는 진단 소견을 들었다. 평소 혈압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녀의 혈압은 150/90mmHg였고, 콩팥 기능을 수치로 보여주는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농도는 2.5mg/dL이었다. 이 정도라면 콩팥 기능이 21%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큰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에 주씨는 덜컥 겁이 났다. 방치했던 고혈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선뜻 큰 병원을 찾지 못하고 며칠 동안 전전긍긍했던 주씨는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대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주씨는 “검사 결과를 살펴보는 김성권 신장내과 교수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검사 전의 밝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고혈압에 의한 콩팥병이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당장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1년 내에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말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녀에게 내려진 처방은 꾸준한 혈압 조절과 함께 콩팥병 치료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었다. 혈압 조절을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했다.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도 의사와 상담해서 꼬박꼬박 지켰고,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매일 땀이 날 정도로 걸었다. 약 6개월 후 68kg이던 체중이 63kg으로 줄어들면서 혈압이 1백25/75mmHg로 떨어졌다. 콩팥병 치료약도 꾸준히 복용해서 콩팥 기능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이후 그녀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차 없이는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매일 5km를 걷고, 주말이면 가벼운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주씨는 “요즘 딸과 함께 혼수품을 보러 다니느라 오랜 시간 걸어다니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콩팥병이 나에게 절망도 주었지만 건강도 준 셈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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