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보다 만성이 더 무섭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2.2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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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팥병,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의심…당뇨 치료하지 않아도 콩팥 망가져

콩팥병은 급성보다 만성을 조심해야 한다. 콩팥 기능을 판가름하는 사구체 여과율이 저하되고, 단백질이 걸러지지 않아 소변으로 나오는 단백뇨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 만성 콩팥병이다. 만성 콩팥병은 말기 신부전의 요인이다.

말기 신부전의 40%는 당뇨에도 그 원인이 있다. 당뇨에 걸리면 몸속 작은 혈관들이 손상된다. 콩팥의 혈관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혈액을 여과하는 거름망 구실을 하는 사구체가 손상되어 콩팥이 혈액을 정화할 수 없게 된다. 고혈압이 빠른 속도로 콩팥을 망가뜨리는 반면, 당뇨는 10~15년에 걸쳐 천천히 콩팥병을 진행시킨다. 따라서 당뇨를 치료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콩팥 기능이 망가지게 된다.

말기 신부전은 콩팥 기능의 90% 이상이 영구적으로 손상된 경우이다. 말기 신부전으로 접어들면 체내에 과다한 수분과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할 수 없게 된다.

일부 급성 신부전에서 콩팥 기능이 회복되어 투석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 콩팥병이 진행해 말기 신부전이 되면 콩팥 기능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콩팥 이식을 받지 않는 한 지속적인 투석이 필요하다. 투석은 일반적으로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으로 나눈다.  

콩팥 이식 못 받으면 평생 동안 투석받아야

혈액 투석은 투석용 기계와 특수한 여과기(인공콩팥)로 혈액을 거르는 것이다. 혈액 투석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굵고 긴 혈관이 필요하다. 한 번에 보통 3~4시간 정도 걸리며 1주일에 3번 정도 한다.

복막투석은 복강(뱃속) 안에 관을 삽입한 후 투석액을 주입해 배출하는 과정을 통해 체내 독소와 수분 등을 제거한다. 이때 복막이 필터 같은 작용을 한다. 기계로 압력을 가하지 않고 투석액의 삼투압을 이용하므로 몸에 무리가 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루 4회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복막염이나 도관이 막히는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는 단점도 있다.

투석은 평생 해야 하므로 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따라서 콩팥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이식은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하게 된다.

이식 역시 누군가로부터 콩팥을 기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는 없다. 콩팥 기증은 환자 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이종 장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는 현재로서는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멀지 않은 장래에 이종 장기 이식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콩팥병은 신체에 불필요한 성분을 배출하지 못하는 질환이므로 문제의 성분이 함유된 음식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나트륨과 칼륨 배설에 이상이 생긴다. 따라서 나트륨이 함유된 콩과 같은 푸른 야채와 칼륨이 있는 오렌지, 바나나, 수박과 같은 과일 섭취를 삼가야 한다. 보통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이지만 콩팥병 환자에게는 해가 될 수 있다.

물도 의사와 상의해서 마셔야 한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수분 섭취량을 늘리는 사람이 많다. 콩팥 기능이 감소하면 소변량이 줄어들고 수분은 몸에 쌓인다. 따라서 콩팥병 환자가 물을 많이 마시면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생기며, 숨이 차기도 한다. 


"운동으로 혈압 낮추니 걷는 것도 힘들지 않게 돼"

4년여 투병 끝에 콩팥병 이긴 주은혜씨
“자칫하면 딸 아이 결혼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날 뻔했다. 내가 콩팥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병을 앓고 나니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오는 3월 외동딸 결혼식을 앞둔 주은혜씨(56ㆍ여ㆍ가명)는 쉽사리 자신의 투병 경험을 털어놓지 않으려고 했다. 주변 사람들, 특히 사돈 가족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이다.

주씨는 “역설적이지만 딸 결혼을 축하해줄 수 있게 된 것도 콩팥병을 발견해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환자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녀가 콩팥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2004년 겨울이었다. 당시 며칠 동안 두통이 가시지 않아 동네 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몇 가지 검사 결과, 혈압이 높은 데다 콩팥 기능이 심할 정도로 약하다는 진단 소견을 들었다. 평소 혈압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녀의 혈압은 150/90mmHg였고, 콩팥 기능을 수치로 보여주는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농도는 2.5mg/dL이었다. 이 정도라면 콩팥 기능이 21%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큰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의 말에 주씨는 덜컥 겁이 났다. 방치했던 고혈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중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선뜻 큰 병원을 찾지 못하고 며칠 동안 전전긍긍했던 주씨는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대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주씨는 “검사 결과를 살펴보는 김성권 신장내과 교수의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검사 전의 밝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고혈압에 의한 콩팥병이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다. 당장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1년 내에 투석이나 이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는 말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녀에게 내려진 처방은 꾸준한 혈압 조절과 함께 콩팥병 치료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었다. 혈압 조절을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했다.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도 의사와 상담해서 꼬박꼬박 지켰고,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매일 땀이 날 정도로 걸었다. 약 6개월 후 68kg이던 체중이 63kg으로 줄어들면서 혈압이 1백25/75mmHg로 떨어졌다. 콩팥병 치료약도 꾸준히 복용해서 콩팥 기능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이후 그녀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더 나빠지지 않고 있다. 

4년 전만 해도 차 없이는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매일 5km를 걷고, 주말이면 가벼운 등산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주씨는 “요즘 딸과 함께 혼수품을 보러 다니느라 오랜 시간 걸어다니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콩팥병이 나에게 절망도 주었지만 건강도 준 셈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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