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비만’미래가 아찔하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3.0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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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비롯한 젋은이들의 비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적게 먹는 것으로 살을 뺄 수도 없는 성장기 비만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대재앙의 배가 불러가

ⓒ그림 김형건

10대를 비롯해 젊은 뚱보들이 급증하면서 ‘성장기 비만’이 사회적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짧게는 10년 이내에, 길게는 20년 이내에 우리나라 성인 인구 2명 중 1명이 고도 비만 증세로 혈관질환 및 뇌질환 등 만성적인 성인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뇌졸중 같은 성인병에 노출되어 그야말로 ‘병든 사회’가 펼쳐지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비관론은 지금 성장기에 놓여 있는 젊은 층의 비만 현상을 바로잡지 못할 경우를 전제로 깔고 있다. 젊은 뚱보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성인 연령층으로 들어가는 시점이 되면 우리 사회는 성인병 해결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물어야 하는 심각한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지만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리 절절하게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젊은 세대는 비만을 흔히 성인의 전유물로 여긴다. 비만을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부르며 자신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0대를 비롯해 성장기의 비만이 성인 비만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비만은 1998년 26.3%에서 2005년 31.7%로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20세 미만 성장기 비만은 6.6%에서 10.2%로 1.5배 증가했다. 특히 중·고등학교 남학생의 비만 발병률은 같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동재 경희대 의대 정신과 외래교수는 “2007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비만은 31.7%로 2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기 비만은 10.9%로 0.7% 포인트 증가했다. 당장은 성인 비만 유병률이 주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층 비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비만 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라면 10~20년 내에 성인 2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체중 100kg이 넘는 주성민씨(28·가명)는 성장기 때의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비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평균치보다 체중이 덜 나가서 마른 편이었다. 이후 살이 찌기 시작했고, 군에서 생활할 때 다소 체중이 줄었지만 지금까지 살은 빠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 비만이 성인 비만 될 확률 80%”

실제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06년 대한비만학회는 성장기 비만의 약 68%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성장기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최고 8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단순히 살만 찌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심각하다.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사춘기 무렵의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부적응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까지 동반할 수 있다.

백경훈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지나친 체중 증가는 암, 심장질환, 고혈압, 발작, 수면시 호흡장애, 천식, 당뇨, 뼈관절 계통 질환 등의 위험 요인이 된다. 여기에 사회 부적응과 같은 심리적 문제도 야기시킨다. 따라서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비만 치료에 드는 비용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1조8천억원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국민 전체 의료비의 3.8%, 국내총생산(GDP)의 0.22%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 지난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결정 요인 분석’(2003년 기준)에 따르면 과체중과 비만의 진료에 드는 비용은 2조원을 넘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과 성인병이 증가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만 해소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2조원으로도 부족한 면이 있다. 성인은 자신이 살을 빼면 되지만 성장기 청소년은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생리적으로 민감한 시기이므로 치료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성장기 비만이 환자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만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편과 사회적·경제적 압박까지 계산하면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선다. 결국,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만은 국가적 문제”

▲ 제5회 울산 남구민 건강축제에서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왼쪽)이 체지방을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에 있는 한 비만클리닉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1천1백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6.9%가 비만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라면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1%만이 ‘비만은 각자 책임져야 할 개인의 문제이므로 보험 급여화가 필요 없다’라는 의견을 냈다. 비만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된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 2월10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손숙미 의원은 젊은 층 비만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의원은 “성장기 비만이 고지혈증, 내당증, 지방간,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진행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치 않고 있다”라며 비만이 국가가 나서서 풀어야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장기 비만에 대한 대책은 곧 암과 같은 중대한 질병 예방과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전세계 전문가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앞으로 40년 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증가할 것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의 증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런던 대학 유행병학·공중보건학과의 존 마멋 교수는 “매년 전세계 7백만명이 암으로 사망하는데 2020년에는 1천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아직까지 암과 비만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널리 인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과식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비만은 2050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배 증가시키는 등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에 대해 세계암연구재단(WCRF)의 마틴 와이즈먼 교수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비만의 증가만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은 아니지만 중요한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비만 아동이 성인이 되어도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성장기 비만의 증가 역시 미래 암 발병을 높이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며 대안 마련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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