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회복해 전쟁 위협 없애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09.03.1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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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2백쇄 간행 돌파한 조정래 작가

ⓒ시사저널 임준선

“지금 남북이 대결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매우 섭섭하고 안타깝고 미래가 암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월2일 소설가 조정래씨(66)가 <태백산맥> 2백쇄 출간(1권 기준)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1민족 2국가’의 여전한 현실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독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은 데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그는 작가로서 감개도 새로웠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를 더욱 절절히 전했다.

그는 ‘분단문학의 최대 문제작’을 쓰기 시작했을 때를 회고하면서 “내 나이 마흔, 머리카락이 성성할 때 남북 관계에 기여하고자 썼는데, 머리도 많이 빠진 이 나이가 되도록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남한은 1990년대 초에 옛 소련과 수교하고, 베트남과 수교했다. 중국은 대한민국 수출 제1 국가가 아닌가. 그런데 같은 민족과는 감정적으로 대처해온 것을 반성해야 한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태백산맥>을 2백쇄라는 고지에 올리게 한 것은 독자들의 힘이었듯이 국민의 힘이 남북 관계를 변화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축하 서신에서 “100쇄, 2백쇄의 힘에 앞서, 이 장강의 역사는 첫째 그 작가 정신을 돌이켜봐야 한다. 작가가 시대적 금기를 과감하게 파기하고 나선 그 비장성으로부터 이미 이 서사 진행의 힘은 발휘된다. 게다가 탄탄한 구성과 집요한 자료 체험에 터 잡은 역사 상상의 힘이 우리 민족 사회 현대사 속에 잠든 보편적 염원을 불러일으킨 것은 얼마나 장엄한 노릇인가”라고 말했다.

조정래 작가는 자서전 집필을 권유받기도 했다면서 “소설 속에 내 모습이 담겨 있다. 작품 곳곳에 녹아 있어 간추려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자서전을 쓸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28세에 등단했는데, 50주년을 기념하고 싶다”라는 바람과 함께, <태백산맥>을 뛰어넘을 훌륭한 작품이 나오기를 희망했다. 분단문학에서 그만한 작품이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시점에서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공동체의 문제를 쓰면 된다. 역사·사회 의식이 살아 있는 작품을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1989년 10권으로 완간된 후 꾸준히 쇄를 거듭해온 <태백산맥>은 모두 1천3백76쇄가 제작되어 7백만부 이상 세상에 나왔다. 고난의 현대사를 비추는 거울로써 <아리랑> <한강>을 포함한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은 통산 2천8백쇄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편, 지난해 11월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에서는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이 개관했다. 문학관 입구 간판 아래에는 조정래 작가의 작가 정신이 오롯이 담긴 친필 문장 하나가 아크릴에 새겨져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태백산맥>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이 문장에서도 읽을 수 있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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