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 심하면 식습관 고쳐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3.10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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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위염을 노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 염색한 헬리코박터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위). 위장질환은 매 2년마다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병원 제공

위장질환 중에서 위염은 말 그대로 위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급성 위염은 만성 위염과 다른 병이다. 급성 위염은 감기약, 진통제, 중한 교통사고, 큰 수술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때 생긴다. 내시경 검사를 해보면 위벽에 폭격을 맞은 것처럼 크고 작은 궤양이 여러 개 깔려 있는데, 대부분 명치의 가벼운 통증, 구역, 구토, 속 쓰림 등을 호소하게 된다.

만성 위염은 위궤양이나 위암 발생과 관련이 있지만 그 정체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만성 위염에는 여러 형태가 있으나 만성 위축성 위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병은 염증이 분포하는 위치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눈다. A형은 위의 상부인 체부(body)에 주로 생기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이 위염은 위점막 세포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면역기전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 속의 산도가 떨어지는 저산증, 악성 빈혈이 동반되는 수가 많다.

B형은 염증성 병변이 위의 아래쪽인 전정부(antrum)에 나타나며 우리나라 사람에게 흔하다. 이 병은 음식, 약물 복용 등에 의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요즘에는 헬리코박터가 주범일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헬리코박터에 의한 위염이 모두 B형 만성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이 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늘어나 50~60대가 되면 60% 이상에서 발견되므로 일종의 노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급성 위염은 산분비 억제제를 투여해 예방할 수 있지만 만성 위염은 예방이 불가능하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약물이 오랫동안 위와 접촉하면서 생긴 노화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위궤양은 10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다. 위액이 위 자체는 녹이지 못하도록 위벽에 튼튼한 방어 체계를 갖춰놓았는데, 이 방어 체계가 약해져 위산과의 균형이 깨졌을 때 위벽이 위산에 견디지 못해 궤양이 생긴다.

진통제 복용, 흡연 못지않게 스트레스도 위궤양 발생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적 긴장도가 높은 항공관제사에게서 위궤양 발병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위궤양은 꾸준한 약물 복용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증상이 없다고 약을 끊으면 재발한다. 헬리코박터가 위궤양 환자에게서 발견되면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위산과의 균형 깨진 위궤양은 흔한 병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에는 밸브가 있어 음식이 넘어갈 때는 열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닫혀 있어 위 속에 있는 위산과 펩신 등 소화효소가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위의 점막과 달리 식도의 점막은 위액에 의해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식도의 밸브에 이상이 생기면 위액이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긴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면 흉골 밑이 타는 것처럼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때로는 심한 흉통을 일으켜 심장병으로 오인되는 수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매우 흔해 서양인에게서는 인구의 2% 정도가 걸리며, 우리나라에서도 건강 검진자의 2% 정도가 이런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서양인처럼 궤양이나 협착을 동반한 심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사람이 앉아 있거나 서서 있으면 중력 때문에 역류가 잘 일어나지 않지만 누워 있으면 상대적으로 역류가 일어나기 쉽다. 침대 머리 쪽을 15cm 정도 올려주면 취침 중에 일어나는 역류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밤참은 금물이다. 또,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술, 담배, 커피 등은 식도의 밸브를 느슨하게 해 역류를 조장한다. 이 질환은 위산 분비 억제제와 위 운동 촉진제를 병행 사용해 치료한다.

위가 부은 것 같거나, 속이 답답하고 음식이 명치에 얹혀 있는 것처럼 불편하며 항상 배고픈 줄 모른 채 지내며 가스가 차거나 구역질이 나는 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소화에 관여하는 위, 췌장, 담낭 등에 특별한 질환이 없고 소화불량 증세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한다.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이런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약물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치료법이다. 소화불량증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어서 오래되었다고 위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변질되는 법은 없다.

한밤에 갑자기 배가 아파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복통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진통제로도 복통이 가라앉지 않거나 구역과 구토가 발열과 함께 지속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갑자기 배가 아플 때는 우선 어느 곳이 어떻게 아픈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명치의 통증은 주로 위, 십이지장, 췌장, 간, 담낭 등에 병이 있는 것이고, 배꼽 주의의 통증은 소장에 병이 있는 경우이다. 또 아랫배가 아프면 대장, 생식기, 비뇨기계통에 병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배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쥐어짜듯이 아픈 것은 위나 장이 터졌거나 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창자가 썩게 되는 허혈성 장질환이다. 통증이 서서히 시작해 점점 심해지는 것은 염증성 질환이다.

여성이라면 월경 유무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자궁외 임신, 골반염처럼 남성에게 없는 복부 내 생식기관의 병이 복통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우상기씨는 이상 증세가 보이면 빨리 검사를 받으라고 권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치료는 비교적 간단했다. 그러나 얼마나 아팠는지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였다.” 오래전 심한 위궤양으로 고생했던 우상기씨(53)는 일찍 치료를 받지 않아 병을 키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속 쓰림 증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화근이었다. 우씨가 증세를 자각한 것은 13년 전의 일이다. 그는 “속이 무척 쓰렸다. 이렇게 말하면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맨바닥에 머리를 찧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처음에는 술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서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에서 위벽보호제만 사서 먹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증세가 점점 심해지더니 6개월쯤 되자 도저히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라며 당시의 증세를 설명했다.

결국, 그는 동네 내과를 찾았다. 진단을 마친 의사는 얼굴색이 변했다. 위암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씨는 “의사가 당장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력을 물어보았다. 사실 부모 모두 간암과 직장암으로 돌아가셨고 누님도 대장암으로 고생했다. 결국, 이런저런 정황상 나에게 위암 발병률이 높다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우씨는 ‘암’이라는 말에 움찔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암에 걸린 경우를 생각하니 정밀검사를 받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그래도 정확한 병명이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우씨는 “정밀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심한 위궤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암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속 쓰림도 잊을 정도였다. 위궤양 판정을 받고 나처럼 기뻐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에게 내려진 처방은 약물치료였다. 이후 3개월 동안 약을 복용했고 의사가 지정한 날에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다. 현재 그는 완쾌되어 속 쓰림 증세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우씨는 “처음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받던 검사를 1년마다 받다가 올해부터는 2년마다 받게 되었다. 가끔 자극성 있는 음식을 먹으면 속 쓰림이 있지만 과거처럼 뒹굴 정도는 아니다. 당시 위궤양이 얼마나 심했던지 지금도 위장을 촬영해보면 궤양이 있었던 자리가 하얗게 보인다”라고 명치 부위를 가리켰다. 우씨는 자신이 이 질환에 걸린 이유를 술과 담배에서 찾았다. 그는 “저녁 때 일을 마치면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뭐해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마시기도 엄청나게 마셨고, 담배도 피워댔으니 위가 정상일 턱이 없다. 위궤양 치료를 받으면서 담배는 끊었고 술도 한 달에 1~2번, 그것도 간단하게 즐기는 정도로 마신다”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다른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건강할 때 정기 검진으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밥 먹고 살다 보면 지키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상 증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검사를 받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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