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배터리 차시장에 ‘충격’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3.10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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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상용 전기차에 장착될 예정

▲ GM과 LG화학이 차세대 전기자동차 개발에 손을 잡았다(맨 위). 아래는 가솔린 엔진이 충전 수단으로 활용되는 ‘볼트’의 구동 방식 구조도.

경제 불황으로 취임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첫 번째 의회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신형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조립 라인을 돌고 있지만, 이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오바마는 당시  미국 자동차 회사가 차세대 성장 모델 개발에 한참 뒤져 있음을  지적하고자 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국산 배터리’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한국산 배터리는 LG화학이 개발한 리튬폴리머이온 배터리로 2010년 양산되는 GM의 시보레 볼트에 장착된다. 볼트는 전기 배터리가 가솔린 엔진의 보조 엔진으로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카(HEV)와는 달리 순수하게 배터리의 힘만으로 달리는 첫 번째 상용 전기자동차(EREV)이다.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새로운 단계의 경쟁에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휘발유 엔진을 단 자동차는 화석연료의 고갈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장래성을 의심받아왔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였다.

LG화학의 리튬폴리머이온 전지, GM과 현대차에 공급

하이브리드카의 개발은 도요타의 독무대였다. 유럽과 일본의 경쟁사들이 연료전지차를 비롯해 다양한 엔진 개발 등으로 전력을 분산시킬 때 하이브리드카로 치고나간 도요타는 1990년대 중반 프리우스를 상용화시켰고, 이 덕분에 친환경 메이커로 인식되는 덤까지 챙겼다.

순수하게 전기의 힘만으로 달리는 볼트의 등장은 프리우스와는 또 다른 전기자동차 개발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리튬폴리머이온 전지의 상용화는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뒤졌던 국내 차 메이커에게도 새로운 기회이다. LG화학이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폴리머이온 배터리를 상용화시켰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카에 쓰이는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로 프리우스에 쓰이는 배터리와 마찬가지이다.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 업체인 PEVE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튬폴리머이온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50% 이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값이 5~15%가량 비싸고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까다로워 아직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리튬폴리머이온 배터리를 국내 업체인 LG화학이 사실상 세계 처음 상용화시켰다는 것은 전기차 2세대 시장에서 선도 업체인 일본차나 일본 배터리 업체를 따라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산 전기차의 양산형 모델은 올 7월 처음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내놓는 아반떼LPI 하이브리드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도 세계 최초로 리튬폴리머이온 전지가 붙는다. LG화학이 개발한 바로 그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HEV/EV용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7천억원 수준에서 2012년에는 3조2천억원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GM과 현대차에 리튬폴리머이온 전지 공급을 확정한 LG화학은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HEV/EV용 배터리 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자동차 산업의 힘은 부품업체의 역량에서 나온다. 국내 배터리 산업이 세계 정상을 정복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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