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플랜’ 위력은?
  • 이철현 경제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 승인 2009.03.1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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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천8백억 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 가동

▲ 2월24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집주인 58%가 집값보다 많은 빚을 안고 있다.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진앙지 네다바 주 전역에서는 시가가 대출금 잔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이 전체의 55.1%나 된다. 미시간 주가 40%, 아리조나 주가 31.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의 대출 조사 기관 퍼스트아메리칸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미국인 19.8%(8백30만명)가 집값보다 대출금 잔액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달마다 분할 납부하는 원리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네이버워크아메리카는 모기지은행가협회가 발행한 ‘미국 연체금 현황 조사’ 자료를 인용해  2012년까지 6백40만 채가 차압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7.6%에 이른다. 3백60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지난 199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2010년에는 9.2%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12개 대도시에 주재하는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3월5일 발표한 경제 현황 조사 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신규 고용 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들었고 실업률은 오르고 있다. 베이지북은 지난 1~2월 ‘미국 경제는 악화일로이다’라고 단정했다. 소비 침체는 바닥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 전역 금속 제조 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지역별로 25~50%가 떨어졌다. 뉴욕 맨해튼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지난해와 비교해 60~65% 줄었다. 베이지북은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나 되어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안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로 일본과 함께 미국을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 일자리 3백50만개 공언도

미국 언론은 일자리를 잃어 의료비를 내지 못하는 환자처럼 경제 위기가 빚은 비극적인 사례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첫 국정 연설을 마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80%가 ‘오바마 플랜’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플랜은 정치·경제·사회 복지 전 부문에 걸친 국정 운영 방안을 담고 있으나 그 핵심은 경기 부양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17일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우여곡절 끝에 상·하원을 통과한 경기 부양 법안 ‘미국 회생과 재투자 법안(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에 서명했다. 법안의 핵심은 7천8백70억 달러 살포이다. 세금을 2천8백억 달러 감면하고 재정 지출을 5천억 달러 늘린다. 실업급여와 사회 복지를 확대해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교육, 의료, 사회간접자본 부문 투자를 늘려 내수 부양도 꾀하고자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2년간에 걸쳐 일자리 3백50만개를 만들어내겠다고 공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부유층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2조 달러에 이를 재정 적자 폭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소득 상위 5% 부유층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1조 달러를 추가로 걷겠다는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부유층과 기업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개의치 않는다. 80%에 이르는 지지율을 앞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오바마 팬’은 미국에만 있지 않다. 전세계는 경제 위기의 진앙지에서 반전의 시나리오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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