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높이면 마른 땅에 물 솟을까
  • 최충식 (㈔물포럼코리아 사무처장) ()
  • 승인 2009.03.10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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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뭄 심각해 지자체 간 물 분쟁 잦아…수자원 관리 체계 일원화 시급

▲ 육군 36사단의 병사들이 태백 지역에서 급수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그동안 가뭄과 홍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국 곳곳에 댐을 만들고, 하천의 제방을 높이는 데 한 해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가뭄과 홍수 피해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물로 인한 분쟁도 자주 일어나고 있고 그 양상 또한 심각하다. 가히 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목욕탕에 가는 것도 죄 짓는 느낌이 든다. 수도꼭지를 통해 쏟아지는 물을 보면 무섭기까지 하다. 강원도 태백 지역과 경북 산간 지역에서 마을 앞 개울물을 길어다가 식수원으로 쓰고, 빨래는 엄두도 못내는 사정을 보면 극심한 가뭄이 국민 모두의 큰 근심거리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도 잠시일 것이다. 여름이면 강원 산간 지역은 홍수 피해로 지금의 상황과는 정반대의 입장에 놓일 것이다. 좁고 깊은 소하천은 산에서 벌목한 나무와 돌로 채워지고 그 위로 물이 넘쳐 주변 농경지나 펜션단지를 덮친다. 산간 고랭지 밭의 토사는 소양강댐을 흙탕물로 만들 것이며, 물의 양은 많아도 정작 마실 물이 없어서 주민들은 또 고생할 것이다. 해마다 수해복구를 진행하고, 처방전을 제시해도 여름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되풀이된다.

정부는 댐 증축 방침…근본적인 해결 못돼

지자체 사이에는 좀더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얻기 위한 다툼이 한창이다. 최근 경남 진주에 있는 남강댐을 두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한집안이나 다름없는 부산과 경남이 갈등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산은 가뭄으로 낙동강 하구의 수질이 좋지 않아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남강댐 물을 상수원 희석수로 쓰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경남은 부산에 상수원을 공급하려면 남강댐을 증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경우 남강댐의 안전성 문제는 물론 잦은 안개로 인해 환경 피해와 경제적 손실, 남강댐 주변 주민들의 식수원이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두 지역은 이제 한집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옛말에도 ‘논 물꼬 싸움은 부자지간에도 살인을 부른다’라고 했을 정도로 물 문제는 민감하다.

물 분쟁은 비단 부산과 경남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2000년 초반에는 금강 상류 용담댐의 물 배분을 두고, 충청권과 전북권이 제대로 한판(?) 붙었었다. 전북권으로 생업·공업 용수를 좀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전라북도와 충청권의 식수원인 대청호로 흘려보내는 물이 적어지기 때문에 전북권으로의 생업·공업 용수 공급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충청 지자체 간에 갈등이 빚어졌다. 이 갈등은 양쪽을 대표하는 지방 일간지의 감정적인 기사로 더욱 악화되었는데 결국, 지자체와 시민환경단체의 합의로 물 배분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 그외에도 한탄강 취수원 보수에 따른 경기도 동두천시와 경기도 연천군의 갈등, 장곡 취수장 건설에 따른 강원 영월군과 충북 제천시의 갈등, 금강 하구둑 일부 수문 철거로 인한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의 갈등 등 물 관련 분쟁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물 분쟁과 갈등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물의 가용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각 지자체가 좀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물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 구역과 상관없이 물은 흐르지만, 해당 행정 구역을 지나는 강과 하천을 두고 지자체 간에 물 이용 분쟁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지자체는 깨끗한 물을 공급받으면서 각종 산업 행위를 할 수 있고, 어떤 지자체는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로 각종 행위가 제약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평등한 관계가 성립되고, 피해를 보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에 물 이용 부담금 등을 요구하며 해결하고 있는데, 그 범위와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또, 물 분쟁의 대표적인 원인은 마실 물 부족이다. 물이 부족하면 수질도 악화되기 때문에 국민의 가용식수원이 더욱 줄어들어 분쟁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정부는 이러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댐을 더욱 증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연 효과적인 대책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대규모 환경 파괴를 감수하면서까지 댐을 건설했지만, 가뭄과 홍수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액은 늘어나기만 했다. 댐 건설은 물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편은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환경부와 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농림부 등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물 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우리나라의 수자원 전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물의 양과 질, 생업·공업 용수와 농업용수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우리나라 물 사정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 낭비 막고 재이용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가운데)이 남강물 부산 공급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이를 위해서는 물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데 이러한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해서는 방대한 물 관련 업무를 어느 부처가 총괄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인 시각 또한 적지 않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물 관리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물 관리 기본법이 입법 예고되었지만, 결국 17대 국회에서 사장되고 말았다. 물 관리 기본법 몇몇 조항의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어서 처리되지 못했는데, 18대 국회에서 좀더 수정·보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 물 기본법이 제정되면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위원회가 구성되어, 우리나라의 각종 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다. 또한, 전국에서 발생하는 물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생기는 것이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접근은 물 낭비를 막고, 재이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현재 전국 수도관의 노후 관로를 통해 누수되는 물은 연간 8억t이 넘는다고 한다. 댐 하나의 담수 규모이다. 지금 가뭄으로 댐의 저수율은 낮아지고 있지만, 각 가정에 수돗물이 공급되면서 낭비되는 물은 엄청난 양이다. 8억t 담수 규모의 댐을 건설할 비용이 있으면, 전국의 노후한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이다. 특정 시설에서 중수도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 빗물 재이용 시스템의 의무화 등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 지역인 강원과 경북 산간 지역에서 맑은 물이 내려와 담수된 물을 도시 사람들은 너무 쉽게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지역 주민들은 식수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용자들은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전 국민적으로 물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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