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이 된 최신 의술
  • 윤주애 (메디컬투데이 기자) ()
  • 승인 2009.03.1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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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심장병·청각장애 고가 수술에 환자만 골탕…심평원은 보험급여 놓고 눈치

▲ 최신 의술을 두고도 수술을 못 받는 환자들은 속이 탄다. 위는 최소 절개 심장수술. ⓒ서울대병원 제공
디스크, 심장병, 청각장애 등에 사용되는 최신 치료법들이 안전성 및 유효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다수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척추 전문 병원 우리들병원은 척추 디스크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뉴클레오톰을 이용한 관혈적 척추디스크 수술(AOLD)’을 시행하고 있다. 이 디스크 수술은 쉽게 말해 자동흡입기를 이용한 현미경 척추간판 부분 절제술을 뜻한다. 그동안 비급여로 되어 있던 탓에 한 번 수술을 받으려면 약 2백만원이 소요되어 표준 디스크 수술(약 70만원)보다 14배 넘게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 디스크 수술이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되었으나 그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AOLD에 대한 유효성 논란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고경화 전 국회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우리들병원의 AOLD가 다른 디스크 수술보다 갑절이나 비싼 반면 그만큼 유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 고의원은 표준 디스크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가 수술비 9만4천원, 단순 수핵자동흡인술은 4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되지만 우리들병원에서 두 가지 시술을 따로 실시했을 경우 1백80만원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신경외과학회 산하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가 AOLD 수술법을 의료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유효성 논란은 급속도로 번졌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이에 따라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열어 AOLD에 대한 재평가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들병원은 2000년 복지부가 이 시술법을 합법적인 수술로 고시했고, 2002년 대한신경외과학회로부터 AOLD 수술법에 대해 유효성과 시술의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AOLD가 디스크 수술을 받을 때 생길 수 있는 섬유륜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수핵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AOLD가 디스크 수술 부작용으로 알려진 척추불안정이나 디스크성 요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AOLD의 유효성 논란이 식지 않은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2월27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들병원의 AOLD 행위료를 비급여에서 급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측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급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AOLD의 급여 전환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급여 전환돼도 환자에게 부담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대한척추외과학회는 여전히 AOLD가 급여 전환된 것과 관련해 기존 표준 디스크 수술과 안전성 및 유효성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AOLD에 대한 의료 행위를 인정받았더라도 치료에 사용되는 재료대가 급여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은 병원과 환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학회측은 보고 있다.

 디스크 수술뿐 아니라 심장수술에서도 유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심장수술 전문의사로 유명한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는 24시간 콜센터를 가동하고, 자신의 자산 2백억원의 사회 환원을 발표해 스타 의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송명근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의 성형술에서 대동맥 판막 수술법(CARVAR)을 도입했다. 바로 심장판막 성형수술에 사용되는 링을 변형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심장판막 성형술에 사용되는 링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데, 80만~100만원 상당의 고가 의료기기로 송교수가 국내 기업에 의뢰해 대동맥에 있는 판막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 의료기기는 이미 식약청으로부터 안전성 및 유효성을 인정받았으나 CARVAR가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CARVAR는 수술 비용이 너무 비싸 급여 전환이 꼭 필요한 치료법이다.

이 때문에 송교수는 2007년 상반기에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신의료기술로 CARVAR의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했다. 하지만 대한흉부외과학회는 CARVAR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신청받은 신의료기술에 대해 관련 학회의 의견을 듣기로 되어 있는데, 대한흉부외과학회가 CARVAR의 안전성에 대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심성보 총무이사는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CARVAR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다.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송교수가 귄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거나 동료 의학자가 의학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인 피어 리뷰를 거쳐 우수한 수술법으로 판명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최종범 교수는 “송교수가 CARVAR를 약 5백 차례나 달성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비교적 수술 경과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더욱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음에도 10년 뒤 수술 예후를 살펴야 한다면 현 의료 수준을 한 단계 퇴보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송교수의 CARVAR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객관적인 의학 논문으로 평가되기 전에 급여 항목으로 추가될지는 불분명하다. 심장수술처럼 위급한 상황에서 시행되는 최신 치료법 이외에도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최신 치료법도 의료계와 청각장애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임상 통과한 신약도 보험 적용 못 받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와 이원상 교수,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성인 청각장애인 이정근씨(51)에게 (청성)뇌간이식술을 시행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이정근씨는 달팽이관이 뼈로 변하는 와우고사 환자로 15세 이후 후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경우이다. 이씨는 지난해 9월 뇌간이식 장치를 이식받았고, 올해 1월13일 뇌간이식 장치에 전원을 넣는 스위치온에서 곧바로 소리의 크고 작음 등을 구분해 뇌간이식술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지난해 7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 환자 2명에게 국내 처음으로 뇌간이식술을 시행한 바 있다. 뇌간이식술은 머리에 부착된 소리 입력 장치에 전기 자극을 해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전기 자극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어 국내에서 처음 시도할 때에도 학계에 논란이 일었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내부에서도 뇌간이식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고,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입장 정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뇌간이식술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될 때 학계에서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정근씨가 뇌간이식술을 받은 이후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으며 빠른 속도로 청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만간 학회 차원에서 공식 경과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최신 치료법의 급여 논란에서는 항암제 신약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민간 보험사에서 암보험 상품을 줄이고 보장 범위도 축소하는 가운데 일부 신약의 경우 임상적 유효성이 인정되었음에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으로서는 모든 신약이나 신기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의료 기관이 의도적으로 비급여 치료를 환자에게 제공하고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되도록 급여 대상을 확대하되 필수 의료 수가를 올려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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