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진상 낱낱이 밝혀 역사 속에 묻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3.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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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거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온 KAL기 폭파범 김현희

ⓒ연합뉴스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씨가 오랜 칩거를 끝내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결혼 이후 12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인 납북 피해자이자 자신의 일본어 선생님이었던 다구치 씨의 가족을 만나는 자리였다. 김씨는 유창한 일본어로 납북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다구치 씨의 아들을 만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본 열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본 언론은 김씨와 다구치 씨 가족의 면담을 톱뉴스로 다루었다. 방송은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았고, 신문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대서특필했다. 아소 다로 총리는 “협력해준 데 대해 한국 정부에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야 이들의 인도적 만남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으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행사 자체가 정치적 이벤트처럼 진행된 감도 있다.

그러나 김씨의 세상 밖 나들이는 우리에게도 지대한 관심사이다. 20년이 넘었지만 1백15명의 희생자를 낸 폭파 사건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더구나 진보 정권과 보수 정권이 교차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놓고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며 양 진영이 논란을 벌여 사건은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되었다. 이런 식이면 남편과 자식을 비명에 보낸 유족들의 눈물은 쉽게 마르지 않을 것이다. 김씨가 유족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는 길은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갖가지 의혹을 불식시키고 사건 자체를 역사 속에 묻는 것이다. 물론 이전 정부에서 음모설을 날조해 사건을 왜곡하려 한 사실이 있다면 이 또한 명명백백하게 드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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