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CD에 뭐가 담겨 있나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3.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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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등장 인물들…음악은 삼엄했고 대사는 웃겼다

▲ 감독: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 주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존 말코비치

물건을 잃어버려서, 그 물건 때문에 봉변을 당해본 사람들이 있다. 흘리고 다닌 죄야 그렇다고 쳐도 그 대가가 너무나도 엄청나다면 그때는 울고 싶을 지경이다. 정보화 시대이니 누구나 컴퓨터를 사용하고 각자 자기만의 데이터가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자기 혼자 쓴다고 해도 철저하게 보안 장치를 해놓고 그도 모자라 늘 노심초사하며 산다.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이 바로 그런 영화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발칸 반도를 담당하고 있는 오스본(존 말코비치 분)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술 때문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오스본은 점차 이를 받아들이고 자서전을 쓰겠다며 틈나는 대로 녹음을 한다. 그의 아내 케이티는 나가 살다시피 하는 남편 탓에 해리(조지 클루니 분)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돌아왔다.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아간다. 변호사는 위자료를 걱정하며 먼저 남편의 재정 상태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케이티는 남편이 나간 틈을 노려 그의 컴퓨터를 뒤지는데, 영화의 모든 사단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헬스클럽에서 일하는 채드(브래드 피트 분)는 우연히 컴퓨터 CD 한 장을 손에 넣는다. 그는 친구의 손을 빌어 속을 들여다보고 쾌재를 부른다. 날짜와 숫자만 가득한 것으로 보아 정보 기관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판단이다. 더구나 전화번호까지 있다. 잘하면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안 채드의 헬스클럽 동료 린다는 거액의 성형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채드의 협박을 채근한다.

딱 한 장면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 불가

해리는 연방보안관으로 케이티와 바람을 피우면서도 짝짓기 사이트에 들어가 데이트를 즐기다 린다를 만난다. 잘생긴 해리에게 반한 린다는 그에게 속내를 다 털어놓는다. <번 애프터 리딩>은 등장인물들이 물고 물리면서 관객들을 웃긴다. 하지만 카터 버웰의 음악은 삼엄해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오두방정을 일삼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브래드 피트, 여자를 밝히면서도 어리바리한 조지 클루니 그리고 무조건 화만 내고 보는 ‘무대뽀’ 존 말코비치의 연기가 “역시 역량 있는 배우”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이 영화 전체를 설명하면서 폭소가 터져나온다.

이 영화는 딱 한 장면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 금지가 되었다. 남자 관객들도 기절초풍할 만한 이 물건은 해리가 틈틈이 만든 것이다. 3월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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