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있어도 포기는 없다
  • 박세필 (제주대 교수·줄기세포연구센터장) ()
  • 승인 2009.03.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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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줄기세포 연구 역량은 세계 수준

▲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의 연구원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제공

며칠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부시 대통령의 제고되어야할 100대 정책 과제 중 첫 번째로 배아 줄기세포의 연구 재개를 발표했다.

2001년 당시 부시 대통령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하겠다는 자신의 선거 공약과 수많은 난치병 치료의 의학적·의료적 효용성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해야 하는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었다. 그는 해결책으로써 배아 줄기세포 연구 범위를 첫째 2001년 8월9일 오후 9시 현재 배아 줄기세포가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것, 둘째 더 이상 생식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서 환자의 동의를 받되, 셋째 환자로부터 금전적 요구 없이 무상으로 제공된 난자로 배아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것으로 제한하면서, 이 조건에 부합한 전세계 20여 개의 줄기세포주에 한정해서 연방정부 차원의 연구비 사용을 허용했었다.

한국 주춤한 사이 국가 지원 업은 미국·영국·호주 등 ‘추월’

오바마 정권은 이에 반해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만을 제외하고 현재 수백 종으로 추정되는 배아 줄기세포주와 치료용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제한 없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연방정부와 상관없이 지난 한 해에만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전체 연구개발비의 10배가 넘는 3억 달러 지원을 포함해 향후 10년 동안 3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가히 천문학적 집중지원들이 예상되고 있는 셈이다.      

체세포 복제 방법으로 복제양 돌리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킨 바 있는 영국은 어떠한가? 세계 처음으로 치료용 복제 배아를 통한 난치병 치료 차원의 연구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8여 년 전에 이미 복제 배아에 성공한 바 있으나 현재 금지되고 있는 이종 간 체세포 핵 이식 연구 분야마저도 2008년부터 허용하고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얻어지는 막대한 의학적·의료적 가치가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치료용 복제 배아 연구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황교수 사건 이후 더욱 엄격히 제한된 난자 사용 문제 등 때문에 허가가 보류되고 있는 관련 연구가 설사 허용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면역거부 반응 없는 환자 맞춤형 치료용 줄기세포 배양은 요원한 현실이다. 왜냐하면 연구에 사용될 수 있는 난자의 사용 범위를 신선란이 아닌 동결 미수정란, 미성숙 난자나 비정상적인 난자, 체외 수정시 수정이 되지 않거나 적절한 수증자가 없어 폐기될 난자, 적출한 난소에서 채취된 원시 난자로 한정시킴으로서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허용되고 있는 치료 연구 목적의 건강한 난자 기증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썩은 계란에서 병아리 부화를 기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명윤리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이 이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며칠 전 중국마저도 동종 간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복제 배아에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본·미국에 이어 난자 사용 없이 환자 체세포만으로도 배아 줄기세포 특성을 갖는 체세포 역분화 (逆分化) 줄기세포(iPS)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과학자들 역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대안 기술 개발에도 열심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우리의 연구 역량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차세대 경제 발전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중요 연구 분야임에 틀림없다. 이제 대한민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연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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