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으로도 깨끗하게 낫는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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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농증, 내시경·엑스레이·CT촬영으로 진단…코 구조에 이상 있을 땐 수술 필요

▲ 대부분의 축농증은 항생제나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시사저널 이종현

대표적인 코질환은 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르는 만성 부비동염이다. 코 내부에 공기가 차 있는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면 흔히 누런 콧물이 나오고 코가 막힌다.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고 두통도 생긴다. 냄새 맡기가 어려워지고 코에서 악취가 난다. 급성일 때는 열이 나고 얼굴과 눈 주위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부비동 점막이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에 의해 부으면 콧속 공기 흐름에 장애가 생긴다. 부비동에는 공기가 통하지 않게 되고 세균에 감염되면 염증도 생긴다.

부비동염 즉 축농증은 코 내시경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의사가 콧속을 직접 볼 수 있어 과거보다 쉽게 병변을 확인한다.

그러나 내시경으로는 부비동 입구만 관찰이 가능해 진찰하는 순간에 분비물(농)이 없거나 부비동에 물혹 등이 있을 때에는 정상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내시경으로 보지 못하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엑스레이를 촬영한다. 코와 부비동의 구조는 워낙 복잡해 엑스레이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최근에는 CT 촬영을 많이 한다. 이밖에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될 때에는 피부반응 검사 등 알레르기 검사를 한다.

축농증은 꼭 수술로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포함한 약물 치료를 하면 대부분의 축농증은 깨끗이 낫는다. 부비동 입구 부위 점막이 부은 것을 약물로 가라앉히면 환기와 배농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축농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콧속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거나 축농증 증세가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상악동(코 양측 옆에 위치한 부비동)을 수술할 때, 입술 밑을 절개해 들어올린 후 상악동 전면의 뼈를 일부 제거하고 그곳에 고인 고름과 병적으로 변한 점막을 제거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는 코 내시경을 통한 부비동 수술이 일반화되었다. 내시경을 이용하면서 맨눈으로 보기 힘든 코 안의 구조가 확대되어 구석구석 잘 보이므로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졌다.

수술에 앞서 환자의 증상에 따라 ‘비강통기도 검사’와 ‘후각 기능 검사’를 한다. 국소 마취를 할 경우에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가슴 사진 촬영, 심전도 검사 등을 하며, 전신 마취를 할 때는 간기능 검사를 추가한다. 좌우 양측 모두 수술할 경우 대략 2시간 정도의 수술 시간이 필요해 최근에는 전신 마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엎드려서 책 보면 걸린다는 말은 잘못

부비동 내시경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 외래에서 수술 부위를 1주일에 1~2번씩 치료를 받아야 한다. 상처 부위가 아물기까지는 보통 4~6주가 소요되므로 수술 계획을 잡을 때 이를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수술 후 며칠간 코에서 약간의 피가 나올 수 있고, 처음 수 주일 동안은 외래에서 피딱지를 제거한 후에도 피가 묻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축농증 외에 비염과 비중격만곡증도 일반적인 코질환이다. 비염은 콧속 양쪽에 3~4개씩 볼록 튀어나온 콧살이 염증으로 붓는 것이다. 증세가 생길 무렵에 최소한의 약을 먹으면서 병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치료법이다.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약물요법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에 접촉하는 것을 피하는 회피요법도 있다.

비염 중에서 비후 비염의 경우 콧살은 가능하면 보존해야 한다. 콧살이 적으면 공기가 잘 통해 코가 시원해질 것 같지만 콧살은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 습도, 흐름 등을 조절하기 때문에 함부로 없애서는 안 된다.

코가 막히는데도 누런 콧물이 안 나오면 약국에서 혈관수축제를 사서 사용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혈관수축제를 오래 쓰면 약이 잘 안 듣고 부은 상태가 지속되는 약물 중독성 비염으로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중격만곡증은 코를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는 칸막이가 휜 것이다. 뼈가 휘었을 때에는 휜 부분을 잘라낸다. 연골이 휘었을 경우 연골의 위아래 일부를 잘라낸 다음 코 점막을 들어올리고 연골에 철망 모양으로 칼자국을 내어서 탄력에 의해 휜 연골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도록 한다.

알레르기 비염, 콧속 물혹, 축농증 등의 질환이 있으면 후각장애가 생기는데 이는 원인을 치료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후각세포가 손상되면 잘 낫지 않아 일종의 재활운동을 받아야 한다.

코질환은 대부분 감기 때문에 생기므로 손을 항상 깨끗이 씻어 감기를 예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엎드려 책을 본다고 축농증에 걸리지는 않는다.

약국에서 식염수를 산 뒤 매일 코를 세척하면 예방에 좋다. 식염수를 코로 들이마신 뒤 다시 코로 내보내거나 목 뒤로 넘긴 다음 입으로 내뱉으면 된다. 소금물을 벌컥 삼키면 귀로 통하는 관이 열려서 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주부 정혜정씨(39·여)는 약 3년 전 거의 1년 내내 감기 증세로 고생했다. 처음에는 일반 감기약을 사서 먹었다. 그러나 그때만 잠시 호전될 뿐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정씨는 “머리와 목이 아프고 코가 막히는 증세가 계속 이어졌다. 코를 풀면 몽글몽글한 점액질이 나왔다. 피도 약간 보였고 열도 났다”라고 초기 증세를 설명했다.

동네 의원을 내 집 드나들 듯했다. 한 2년 동안 같은 증세를 호소하자 의사가 엑스레이를 촬영해보자고 했다.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콧속에 이상한 것이 있다면서 암일 수도 있으니 대형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암이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다.

정씨는 “사실 오래전부터 아들이 항상 코가 막혀 킁킁거렸다. 그래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했었다. 2007년 여름에 예약을 했던 것을 잊고 있다가 12월에야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아들과 함께 진찰을 받았는데 아들은 별 이상이 없었지만 나에게 문제가 발견되었다”라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CT 검사 결과, 콧속에 양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어 응급 수술이 불가피했다. 확진과 수술을 결정하기 위해 MRI 촬영도 했다. 2008년 2월 정씨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그즈음 한쪽 어금니가 계속 아팠다. 치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참지 못하겠으면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그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종양이 자라면서 신경을 압박했던 것 같다. 수술 후 어금니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라며 웃어보였다.

어금니 통증뿐만 아니라 숨쉬기가 편해졌고 지긋지긋한 감기 증세도 없어졌다. 요즘은 집에서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고 3개월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며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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