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대륙의 전설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4.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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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 배우 매란방 일대기…그도 평범하게 살고 싶었나

▲ 감독: 첸 카이거 / 주연: 여명, 장쯔이

정상에 올라간 사람은 외롭다. 아무도 없고, 그를 이해해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더 외롭다. 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은둔 생활 끝에 마약으로 생을 마감했다. 마지막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마이클 잭슨은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는 바람에 더 외로워졌다. 이 사람들이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덕분에 먹고사는 입들이 그를 계속 무대 위로 올려세우기 때문이다. 관객과 만나는 무대는 마약이다. 현란한 조명과 환호, 쏟아지는 박수 갈채는 그를 취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이 ‘스타’는 귀하신 몸으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중국의 경극을 소재로 다룬 영화는 1993년 <패왕별희> 이후 16년 만이다. 매란방은 실존 인물로 중국 경극의 4대 ‘단’(여장 남자 배우)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첸 카이거 감독은 어려서부터 매란방의 공연을 보고 자랐다고 한다. 그는 영화 제작에 앞서 인물이 너무 미화되거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해질 것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매란방>에서 매란방(여명 분)은 어려서부터 경극을 배워 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관습에 얽매인 상투적인 무대를 놓고 스승과 의견이 엇갈린다. 때는 바야흐로 20세기 초. 근대화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다. 결국, 서로 다른 무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매란방에 환호하는 관객들 앞에 스승은 철저하게 무너진다. 스승은 매란방에게 경극 배우도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매란방의 연기에 반한 구여백은 관료 자리도 뿌리치고 그와 의형제를 맺는다. 그는 경극만이 중국의 정신이라며 매란방을 다그친다. 사람들은 그에게 경극대왕이라는 호칭도 붙여준다.

사랑을 놓친 ‘경극대왕’의 눈물

매란방은 맹소동(장쯔이 분)을 만나자 사랑에 빠진다. 맹소동은 남장 여배우이다. 둘이 오른 무대는 화려했고 보기 좋았다. 그러나 매란방의 부인과 구여백은 두 사람의 사랑을 눈치 채자마자 맹소동을 베이징에서 내쫓는다. “매란방은 외로워야 무대에 설 수 있어요.” 사랑에 빠진 배우는 더 이상 무대가 그립지 않다는 매란방 부인의 말이다. 맹소동이 떠나던 날, 매란방은 눈물을 흘리며 부인이 해준 수프를 떠먹는다. 사랑이 저만치 가는데 잡지 못하는 남자. 그 모습을 보고 같이 우는 또 한 여자. 경극을 잘 몰랐던 사람이나 경극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교육용으로도 충분히 권장할 만한 영화이다. 4월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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