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음악’, 감미로운 ‘협연’
  •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 ()
  • 승인 2009.04.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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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젊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 돋보여…실험적인 관현악곡에 눈길

▲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지, 첼리스트 고봉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 피아니스트 유영욱. ⓒ예술의 전당 제공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1989년에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교향악축제는 매년 전국의 교향악단을 한자리에 불러들여 교향악단에게는 선의의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관객들에게는 화려한 관현악의 매력을 전해주고 있다. 이제 성년이 된 교향악축제는 어떤 모습일까?

모두 17개 교향악단이 참여하는 올해 교향악축제에서는 우선 지휘자의 세대 교체 현상이 나타나고 여성 지휘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젊은 지휘자와 여성 지휘자의 활약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교향악축제에도 이런 트렌드가 은근히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레퍼토리 면에서는 야심찬 대작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지만 유명 관현악곡과 더불어 실험적인 작품이 간간이 끼어들어 특별한 관현악곡을 들을 기회도 종종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교향악축제에서는 젊고 실력 있는 협연자들이 단연 돋보인다.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비롯해 김태형과 김원, 김규연, 유영욱 등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이며 스타 연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들의 열기가 이번 교향악축제 무대를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교향악축제 무대에 설 피아니스트들 중에서는 4월17일 수원시향과 협연하는 임동민의 연주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2년 세계적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입상해 주목을 받고 2005년에 쇼팽 콩쿠르 3위에 입상해 스타덤에 오른 임동민은, 유려하고 맛깔스런 연주로 국내외 무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은 그의 영롱한 음색과 명쾌한 리듬감을 잘 드러내는 작품으로, 2년 전 그가 슬로박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연주회에서 훌륭하게 연주해낸 곡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에서도 노래하듯 유려한 임동민의 피아노 연주가 기대된다.

최근 BMG 레이블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등 기교적인 대작들을 녹음한 음반을 내놓아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원은, 4월7일 대구시향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협연한다. 귀족적인 우아한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는 3년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서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이번 연주에서 그가 베토벤 음악의 탄탄한 구성미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교향악단에게는 선의의 경쟁 마당

최근 스타 피아니스트로 떠오르고 있는 유영욱의 협연도 많은 음악 애호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교향악축제 마지막 날인 4월21일 부산시향과 협연하는 유영욱은 2년 전 베토벤의 탄생지인 본에서 열린 제2회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베토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는 최근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앨범을 발매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유영욱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으로 화려한 피아니즘을 선보일 예정이다.

떠오르는 신인 피아니스트로는 4월4일 대전 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제21회 포르투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입상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김태형은 이후 베오그라드 쥬네스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최연소 2위를 차지하고, 2006년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2007년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 연달아 입상하면서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현재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영롱한 타건과 성실한 자세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형은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대작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통해 찬란한 기교와 낭만적 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피아니스트 김규연 역시 떠오르는 신인 피아니스트로 최근 신한음악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어머니인 피아니스트 이경숙의 영향 탓인지 매우 강한 터치와 대담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그녀는, 4월16일에 KBS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가운데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제4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힘과 기교뿐 아니라 깊이 있는 음악성이 요구되는 이 협주곡을 과연 어떻게 연주해낼지 기대할 만하다.

교향악축제에 참여하는 현악 연주자들의 면면 또한 범상치 않다. 특히 축제 첫날인 4월3일 부천필하모닉과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제키브는 현재 세계 클래식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 가운데 한 명으로 2002년에는 미국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상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한국 활동의 시작을 알린 그는 놀라운 집중력과 뛰어난 테크닉으로 한국 청중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청중 사로잡은 스테판 제키브

4월5일 전주시향과 협연하는 첼리스트 고봉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연주회를 통해 국내 음악팬들과 친숙한 음악인이다. 따스한 음색과 감성적인 표현력을 갖춘 그의 첼로 소리는 연주회 때마다 항상 잔잔한 여운을 남기곤 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깊은 감정 표현과 기교가 돋보이는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한다.
이번 교향악축제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명의 신인 음악가들도 참가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서민정과 김현지, 바순 연주자 이민호가 그 주인공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 연주자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모두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해온 음악인들이다. 특히 러시아 음악과 현대음악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지는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와 오이스트라흐 탄생 기념 음악회에 초청되어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기도 했다. 김현지는 4월13일 서울시향과의 연주회에서 20세기 바이올린 음악 중 난곡이라 할 만한 바르토크의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올해 교향악축제에서는 오디션을 통한 신인 음악인들과 최근 급부상한 스타 연주자들뿐 아니라 탄탄한 연주력을 자랑하는 기성 음악인들도 고루 참여해 균형이 잘 맞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축제에 참여하는 기성 음악인들로는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과 백주영, 김현아, 비올리스트 김상진, 하피스트 곽정, 플루티스트 윤혜리  등으로 현재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30~40대 연주자들이다. 그들은 주로 국내를 기반으로 연주자와 교육자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실력파 음악인들로 국내외 무대와 페스티벌 등에 가장 자주 초청되는 음악인들이기도 하다.

그들 가운데 4월12일 청주시향과 협연하는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김솔봉의 비올라협주곡을 연주 곡목으로 택해 창작곡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김상진과 청주시향의 공연은 독주 악기로 잘 사용되지 않은 비올라의 솔로를 들을 수 있는 데다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이 소개되어 더욱 관심을 끈다.

2009년 교향악축제는 4월3일부터 21일까지 모두 17회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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