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 돌아오면 내가 나서겠다”
  • 이철현 경제전문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10: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장자연씨 전 로드매니저 조 아무개씨 인터뷰 / 상당한 증빙 자료 확보 시사

▲ 고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씨가 3월25일 분당경찰서에 출두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고 장자연씨 소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김성훈 대표이사가 입국하기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장자연씨 로드매니저를 담당했던 조 아무개씨(33)이다. 조씨는 <시사저널>과 가진 세 차례 전화 통화에서 “김대표가 들어오면 내가 나서서 진실을 밝히겠다. 그냥 좌시하지 않겠다. 그(김대표)가 저지른 짓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해 8월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이하 더컨텐츠)를 그만두기 전까지 장자연씨와 신인 배우 ㅇ씨(22)의 매니저로 일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 김 아무개씨는 “장자연씨 일정과 활동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조씨이다. 그는 장씨가 깊은 속내를 드러내놓고 마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이였다. 그가 입을 열면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해소될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말했다. 유장호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영화배우 이미숙씨와 송선미씨의 매니저로 일했고, 장자연씨 매니저 업무는 조씨가 담당했다. 조씨는 “당시 유장호씨는 일개 회사 직원이었고 자연이 매니저 업무는 내가 수행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씨가 입을 열면 사건의 진실을 입증할 가장 유력한 증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씨는 장씨가 남긴 문건에 적힌 김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9월까지 3개월가량 더컨텐츠에서 조씨와 함께 일했던 김 아무개씨는 “조씨가 나서겠다고 한 것은 의외이다. 한때나마 더컨텐츠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김대표와 얽히는 것을 꺼려한다. (김대표가) 워낙 소송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괜히 꼬투리 잡히지 않을까 걱정해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 조씨가 나선다면 김대표는 혐의를 벗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꽃보다 남자> 전기상 PD에게 5천만원가량 빌려줘

조씨는 자신이 확보하고 있는 증빙 자료를 공개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그는 “유장호씨가 언론 탓에 곤란해졌다. 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라며 언론 매체를 상대로 증언하거나 증빙 자료를 공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조씨는 김성훈 대표가 입국하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경찰이나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증언하거나 확보하고 있는 증빙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김성훈 대표이사의 범법 행위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증언도 있다. 김대표가 주도면밀해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컨텐츠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했던 한 직원은 “회사 컴퓨터 파일에서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파일이 있으면 수시로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담당 프로듀서인 전기상 PD에게 차용증을 받고 5천만원가량을 빌려주었다. 이와 관련해 김대표는 회계 담당 직원에게 관련 자료를 파기하라고 지시했다. 김대표는 비서에게도 자기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해외에 출장갈 때 동반하는 이들의 비행편과 호텔 예약은 본인이 직접 처리했다. 비서에게는 비행편과 호텔에 관한 기본 정보만 파악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 비서마저도 대표이사가 회사에 언제 들어오는지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한때 김대표 비서 업무를 담당했던 여직원은 “비서라고 해도 대표이사 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진행 중인 소송 관련 자료를 업데이트하거나 김대표가 전화로 알아보라는 것에 대해 조사해 전화로 알려주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김대표, 2002년 성상납 사건 이후 회사명과 함께 이름 바꿔

김대표는 과도하게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회사 직원들은 ‘워낙 소송이 잦았던 탓’이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7~9월 사이 김대표가 원고 내지 피고로 진행 중인 소송은 3건이나 되었다. 당시 소속 연예인이었던 영화배우 송 아무개씨와도 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송씨가 출연료 6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요지의 소를 제기하자 김대표는 “송씨가 부당하게 수입을 따로 챙겼다”라고 주장하며 맞고소했다. 소송 못지않게 김대표가 물적 증거를 없애려고 한 것은 회사 직원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던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대표는 회사 직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을 상대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다. 더컨텐츠에서 일했던 한 여직원은 “한 번은 1시간30분 동안 매니저들을 세워놓고 입에 담기도 싫은 온갖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았다. 그 와중에 손과 발이 날아갔다”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직원은 “기분이 좋을 때는 매니저들에게 ‘왕자님’이라고 부르고 여직원들은 ‘공주님’이라고 하다가 한 번 기분이 틀어지면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폭력을 행사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 탓에 조씨를 비롯해 더컨텐츠 소속 매니저와 김대표 사이는 좋지 않았다. 6개월 이상 견뎌내는 매니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많은 매니저가 김대표와 극단적으로 사이가 나빠지면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일반 직원들은 2~3개월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김대표와 사이가 좋은 매니저가 한 명 있었다. 올리브나인 소속 매니저로 일했던 백 아무개씨로 김대표가 스카우트해 1년 가까이 함께 일했다. 당시 회사 직원이었던 ㅁ씨는 “당시 조씨가 장자연씨 매니저로 활동할 때 백 아무개씨라는 매니저가 함께 일했다. 백씨가 담당했던 소속 연예인은 더컨텐츠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영화배우 고소영씨였다”라고 말했다.

김대표의 본명은 김종승이다. 2002년 한국일보에 ‘성상납’과 관련해 검찰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일자 회사 이름과 함께 자기 이름도 바꿨다. 당시 회사의 이름은 스타즈였다. 이 회사는 지금 업종을 바꿔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사옥을 관리하고 있다. 김대표는 이 회사 외에도 모델 에이전시인 더모델을 소유하고 있다. 더모델은 미국 미식축구 피츠버그스틸러스 소속 하인즈 워드와 거스 히딩크 첼시 감독의 CF 모델 섭외를 맡으면서 유명해졌다. 

▲ 포스터에 실린 고 장자연씨의 모습. ⓒKBS 제공

스타즈가 관리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40-9번지에 있는 사옥 3층에는 VIP 라운지가 있다. 언론 보도와 달리 당시 침실이라고 부를 만한 공간은 있으나 침대는 없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큰 소파가 두 개 마주보고 배치되어 있었다. 김 아무개씨는 “VIP가 오면 3층으로 안내되었다. 고소영씨가 회사에 오면 3층으로 안내된다. 한때 3층에 전기상 PD 방을 따로 마련하라고 해서 만들어놓았다가 없앤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기상 PD도 3층에는 자주 들렸다고 한다. 회사 내부 행사가 있으면 3층에서 열린다. 지난해 여름 김대표 생일잔치도 그곳에서 열렸다. 당시 생일잔치에는 장자연씨와 신인 배우 ㅇ씨도 참석했다. 이 생일잔치에 참석했던 이들 가운데 회사에 남아 있는 이는 없다. 장자연씨는 자살했고, ㅇ씨는 지난해 10월 소속사를 떠났다. 유씨는 소속 연예인 2명을 데리고 독립했다가 장자연씨가 자살하자 김대표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꽃보다 남자> 캐스팅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7~8월 장자연씨 매니저를 담당했던 조씨는 칼을 품고 김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월24일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김대표와 통화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고 장자연씨의 자살로 불거진 연예계 성상납 의혹은 김대표가 귀국하면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