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후원금 어떤 정치인이 얼마나 받았나
  • 감명국 ·김회권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9.04.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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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 명단 분석

▲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고액 후원금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금력(金力)’과 권력은 역시 정비례했다. 박근혜·이상득·정두언·홍준표·김무성·허태열·공성진·박진·나경원·안상수·남경필·김영선·이주영·윤상현·원유철·김학송·이군현·김정권·원혜영·이용섭. 모두 3백만원 초과 고액 후원금 기부자들로부터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의 면면들이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움직이는 지도부와 중진들이 총망라되었다.

<시사저널>은 3월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08년 국회의원 후원금 3백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을 입수했다. 그리고 고액 후원금만 따로 분류해 별도의 순위를 산정했다. 후원금 총액보다 고액 후원금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력의 인맥’을 들여다보기 위함이었다. 일반인의 신분으로 한 번에 3백만원 이상의 고액을 선뜻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고액 기부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정치인의 주변에 금력을 지닌 인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원금 총액 순위와 고액 후원금 순위를 비교해보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고액 후원금 순위가 권력과의 관계에 좀더 밀착된다는 점이다. 후원금 총액 순위 20위를 보면 한나라당이 14명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5명이 있고, 민주노동당도 1명이 포함된다. 특히 민주당의 김동철 의원은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중진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고액 후원금 순위를 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18명이고, 민주당은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민주당은 13위와 20위에 간신히 걸쳐 있을 뿐, 상위 랭킹은 모두 한나라당 차지이다.

박근혜 전 대표, 후원금 총액과 고액 후원금 순위 모두에서 1위

▲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위)은 고액 후원금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시사저널 유장훈

그 면면을 보면 권력의 향기는 더욱 짙어진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이른바 ‘친박’과 ‘친이’ 양 계보를 대표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친이 소장파’의 핵심이다. 홍준표 의원은 원내대표이고, 김무성·허태열 의원은 친박계 중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를 주도하는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계’의 대표 격이다.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차기 원내대표로 다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김영선 의원과 박진 의원은 각각 정무위원장과 외교통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3~4선의 중진급들이다. 남경필 의원은 당내 ‘개혁 소장파’를 대표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초선이지만 원내 부대표와 대변인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원혜영 의원은 민주당의 원내 사령탑이다. 이용섭 의원은 국세청장·행자부장관·건교부장관을 두루 역임한 3~4선급 초선 의원이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8월 제981호(‘고액 후원금 기부자 알고 보니 우리가 남이가’)에서 정치인들의 고액 기부자 현황을 통한 인맥을 살펴본 바 있다. 당시 자료는 지난해 1월부터 4월 말까지의 고액 후원금 내역을 중앙선관위가 중간 공개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중앙선관위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1차 발표한 내용까지 포함해서 2008년 한 해 자료를 모두 더한 것이다.

역시 최고의 ‘파워’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는 후원금 총액에서도 3억6천여 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고액 후원금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35명의 고액 후원자로부터 1억7천3백만원을 받았다. 그녀의 금력 인맥에서는 역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 김성진 전 문공부장관, 선우종원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원로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특히 지난 2005년까지 10년간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았던 정수장학회 인맥들의 도움은 눈에 확 띈다. 최필립 현 이사장을 비롯한  7명으로부터 3천5백만원을 받았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역시 포항 인맥이 두드러진다. 손진우 ㈜삼융화선 대표, 김상일 ㈜경일 회장, 황호진 유성화학공업 사장,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 등 이 지역 출신의 기업인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직책은 모두 지난해 후원 당시의 현직이다. 

소장파를 대표하는 정두언 의원은 벤처기업의 젊은 CEO들이 핵심 후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한영철 프라임모터 대표, 장희순 맥투자자문 대표이사, 문성주 ㈜나라컨트롤 대표이사, 박석준 ㈜엔그루 대표이사, 김주연 한국바이오기술투자 대표이사, 최동규 ㈜SJ공영 회장, 이종칠 창익기계공업㈜ 대표, 김형달 튜브인베이트먼트 대표 등이다.

박연차 사건으로 조사받은 박진 의원도 상위 순위

친박계의 좌장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은 상당한 재력가이면서도 고액 후원금 순위에서도 역시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30명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았다. 김의원측은 “서울과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학교 동문들이 많이 도와줬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산 경남중과 서울 중동고를 나왔다. 실제 확인 결과 중동고 출신 동문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이상진 서울문화사학회장, 이가형 전 어필텔레콤 대표, 심관식 동화E&C 대표, 성백빈 중동고 총동문회 전 부회장, 사업가 유용선씨 등이 그들이다. 허태열 최고위원 또한 부산 지역의 사업가들이 많았다. 안강태 대선조선㈜ 회장, 허길영 삼보상회 대표, 조효식 고려화공 회장, 이정우 ㈜동아지질 회장, 김종백 동일전기㈜ 대표 등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1차 공개 때에 비해 중·하반기에 후원금이 훨씬 더 많이 몰린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는 상반기 때에는 모두 6명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5월 이후 15명으로부터 7천2백만원을 받으며 1억원대에 합류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프리미엄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대표 인맥의 특징은 고려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학연 성격이 강하다. 구운회 수출입은행 부서장, 장구현 영남전기통신㈜ 대표, 양승은 모 학원 대표, 박상하 대한정구협회장(고대 대학원) 등이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 또한 지난해 5월 이후 고액 후원자가 더 많이 몰린 경우이다. 그는 재선이지만 총선 이후 이재오 전 의원을 대신해 계보를 대표하면서 당내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 김창호 에스큐브 대표 등 경기고 동문 기업인들이 많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지방의회 의원들이 많다는 점이다. 김현기·서정숙 시의원, 김승돈·성백열·오완진 구의원 등이다. 특히 이들 다섯 명의 의원들 지역구가 모두 공의원과 같은 서울 강남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조사를 받은 박진 의원의 후원 인맥은 대개 학연과 종로구 지역 인사들로 대변된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은 경기고 선배이고, YBM시사 민영빈 회장의 아들 민선식 사장은 미국 하버드 대학 후배이다. 사업가 홍인기씨는 초등학교 후배이다. 치과의사 양웅씨는 서울대 동문이다. 판사 출신으로 서울 중구에 새롭게 입성한 나경원 의원은 역시 법조계 출신들이 눈에 띈다. 이우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판사 출신인 고영석 변호사 등이다. 두 사람은 법무법인 한승 소속으로, 나의원 역시 변호사 시절 이곳 소속이었다. 나의원측은 “서울대 법대 동문들의 후원이 많고, 부모님의 인맥, 그리고 기업 CEO 강연 등을 통해서 인연을 맺은 기업인들이 많이 도와준다”라고 밝혔다.

안상수 전 원내대표의 금맥은 상당히 폭이 넓다. 일단 서울대 동문의 기업인 후원이 눈에 띈다. 박풍 한국도시가스협회 부회장, 이승웅 구기물산 대표, 이수홍 청권사 이사장 등이다. 언론인으로는 이문용 경남신문 국장과 이영호 스타밸리 회장이 있다. 검찰 선배인 이준승 변호사도 있고, 문화예술인으로 양수화 (사)글로리아오페라단 이사장도 있다. 어느덧 4선의 중진이 된 남경필 의원은 선친인 남평우 전 의원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수원 지역 기업인들이 많다. 이경덕 경원여객 회장을 비롯해 이출선 서원산업 대표, 백승천 수원시건축사협회장, 이윤희 한독건설 대표 등이다. 김영선 의원 역시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기업인들이 많은 후원을 했다. 윤성우 그린나래 대표이사, 윤혜정 지맨산업개발 이사, 강성희 우리환경 대표, 김이업 문화환경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위 왼쪽)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위 오른쪽)가 회담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를 상대로 질문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세 의원 모두 1억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 ⓒ시사저널 유장훈

기업 CEO 출신인 민주당 원혜영 대표, 후원자들 상당수가 기업인

경남 마산이 지역구인 이주영 의원은 지역 기업인과 광주 이씨 종친들이 도와주고 있다. 신용운 대아레미콘 대표, 손종복 대한공조시스템 대표, 손도수 태봉병원 이사장, 강신철 동마산 라이온스클럽 부총재 등이 모두 지역 인사들이다. 이용일 ㈜화성 대표이사, 이환성 ㈜세라젬 회장 등은 종친 회원들이다. 역시 마산고를 졸업하고 경남 진해가 지역구인 김학송 의원도 이재규 태영 사장, 김희수 진해상공회의소장, 최팔관 산양공업 대표, 황장춘 성주건설 대표 등 지역 인사가 많았다.

초선 의원이면서도 29명의 고액 후원자로부터 총 1억4천5백만원을 받아 3위를 기록한 윤상현 의원의 금맥은 대부분 서울과 인천 지역의 기업인과 자영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유철 의원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유독 원씨 종친들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려 8명이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의 이용섭 의원은 초선이지만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이 당내에서 가장 많은 1억1천만원의 고액 후원금을 받았다. 이의원은 전남대 동문 선배인 정창선 중흥건설 대표이사, 박점상 송촌건설 회장, 임종근 ㈜미르이앤씨 대표 등 건설업 대표들과의 인맥을 자랑한다. 대신투자자문 대표이사를 지낸 김성진 회계사, 이성연 조선대 교수 등도 이의원을 후원했다. 보통 국회의원 후원금은 지난해 4월 총선 이후로 급감한 것이 일반적인데, 이의원은 총선 전후의 모금액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이채롭다.

기업 CEO 출신인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후원하는 상당수도 역시 기업인이었다. 그가 몸담았던 기업인 풀무원 인맥들과 오승택 부원에너지 회장,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임용윤 이화산업㈜ 회장, 이동하 LIG 넥스원 전무 등 다양한 기업인 인맥을 자랑했다.


 


'적은’ 후원에도 ‘큰’ 인물들

중진급 정치인의 관록과 금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또 한 명의 대권 주자로 알려져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은 최창근 고려아연㈜ 부회장과 사촌동생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두 사람에게서만 각각 5백만원씩을 기부받은 것이 전부이다. 개혁 소장파의 리더격인 원희룡 전 최고위원 역시 11명의 후원자로부터 총 5천4백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원의원의 후원자 그룹은 강대혁 KOREA HDD㈜ 대표이사, 소진평 국제기업 대표이사, 김명준 태경마루종합건축사무소 대표이사 등 비교적 젊은 CEO들로 구성되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0명의 후원자로부터 총 9천8백50만원을 받아, 1억원에 조금 못 미쳤다. 부산에서만 5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그의 후원자 역시 대부분이 부산·경남 지역의 기업인들이었다. 이근철 ㈜삼정 회장, 김영섭 경신공영㈜ 대표이사, 전정도 성진지오텍㈜ 대표이사, 성영진 ㈜태종 대표, 부지현 ㈜제일선제 대표이사 등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5명의 후원자로부터 총 2천5백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인사들의 면면 역시 평범한 회사원과 자영업자들이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천1백70만원을 받아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9등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정태순 ㈜장금상선 등 중견 기업인들이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이 지역구이지만 후원자의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5천9백만원을 받은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후원자들은 대부분 직업란에 ‘고교 선배’ ‘고교 동기’ 등의 인연을 기재해 눈길을 끈다. ‘고교 선배’로는 전영채 삼부토건㈜ 사외이사, ‘고교 동기’로는 김진태 유성사 전무, ‘고교 후배’로는 심재필 법무법인 대전제일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관록의 정치인답게 박지원 의원은 17명의 후원자로부터 총 8천4백만원을 받았다. 특히 총선 전(3천8백만원)보다 총선 이후에 더 많은 후원금(4천6백만원)을 모은 것이 눈길을 끈다. 후원자들은 광주와 목포 등 지역 인사들과 서울 인맥이 중심이다. 권이담 전북과학대학장, 윤대중 전 경원산업㈜ 사장, 김정인 대륙종합건설 이사 등이 지역에서 후원했다. 서울 인맥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고기채 전 경희대 교수, 문익수 고려대 교수 등 학계 인사와 이건수 동아일렉콤 대표이사, 나영돈 ㈜서현개발 사장 등 기업인의 지원이 잇따랐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의 후원자 17명 중 대다수는 자신의 직업을 ‘사업가’로 기재했다. 남재현 ㈜크리버코리아 대표이사, 이장섭 ㈜동원철강 대표 이사 등이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율사 출신답게 법무법인 동인의 정충수 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조은의 유재만 변호사 등 법조인도 있었다. 박병석 의원을 후원했던 전영채 ㈜삼부토건 사외이사는 박주선 의원을 비롯해 심대평·이인제·이진삼 의원 등 다섯 명에게 무려 총 2천5백만원의 후원금을 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번 조사에서 정동희 프라임 상무이사, 염은선 파크로드 대표이사, 이경옥 ㈜ 피트건설 대표이사 등 세 명만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올랐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총선 이후에도 문보상 ㈜건우스페이스 사장을 포함해 세 명이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도 서종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담양군지부장, 안준태 중앙건설 사장 등 세 명만이 고액 후원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고액 후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후원한 사람 가운데는 성하현 한화국토개발 부회장, 최창걸 영풍정밀 대표이사, 박성래 동익건설 회장 등 이름난 기업인이 포함되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7명의 고액후원자에게 3천4백만원을 받았는데, 남승우 풀무원 대표,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조동성 서울대 교수, 김형진 변호사 등 지인들이 주로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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