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탄탄한’ 스릴러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9.04.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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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포기하고 등장인물 부각시켜…더러운 유착이 역겹다

▲ 감독: 케빈 맥도날드 / 주연: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레이첼 맥아담스, 헬렌 미렌

소설을 읽는 재미와 영화를 보는 재미는 서로 다르다. 언어라는 한 가지 요소로 소통을 나누는 소설에는 개인적 상상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머리 속에서 구현해내는 세계는 각자 다른 모습을 띤다. 영화는 다르다. 영상·언어·음향 등이 조합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몰입도는 높을지언정 상상의 나래를 펼쳐내기는 어렵다.

“이런 기사가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이야기와 캐릭터가 잘 녹아 있는 따뜻한 로맨스 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워킹타이틀이 만든 스릴러인 때문인지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소설적인 전개를 따른다. 소설적인 스릴러는 속도감에서는 약점이 있지만, 촘촘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데는 유리하다.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빠른 편집과 화려한 액션을 포기하는 대신 칼 맥카프리 등의 등장인물을 복합적인 캐릭터로 구현하고, 이야기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할리우드 정통 스릴러의 공식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각본가인 토니 길로이의 전작 <본> 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재미를 주는 스릴러로 탄생했다.

영화는 정치와 기업 간의 더러운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한 기자의 활약을 그린다. 국내 안보 업무를 민영화시키는 데 발생하는 엄청난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나쁜 일도 서슴지 않는 군사 용병 기업과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이용해 이들에게 떡고물을 받아먹는 비윤리적 정치가의 모습은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사건을 파헤치는 언론의 모습도 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음모론을 입증하기 위해 팩트를 찾고 취재원과 거래하는 기자는 알 권리와 도덕적 기준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고, 비리 정치인이 “너희 경영진이 이런 기사를 내보낼 것 같아?”라고 기자를 위협할 정도로 언론사 경영진 역시 정치와의 유착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감 시간 지연을 소요 비용과 연결시키고, 돈을 위해 신빙성 없는 섹스 스캔들을 제보한 취재원의 이야기를 기사화시키지 않아 이를 1면에 배치한 다른 신문들에 판매 부수에서 밀리게 되었다며 문책하는 편집장도 바람직한 언론인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좋은 기사를 알아보는 대중에 대한 믿음을 설파한다. 인터넷이 아닌 인쇄 매체만이 전달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가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도 잊지 않는다.

4월30일 개봉. 4월16일에 열리는 독자 시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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