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갖고 장난치지 마!”
  • 이재현 (yjh9208@korea.com)
  • 승인 2009.04.2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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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에 나타난 <벽안도>를 복원하라…추악한 인사동?

▲ 감독: 박희곤 / 주연: 김래원, 엄정화

이중섭, 천경자, 박수근. 한국 화단을 빛낸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짜 그림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중섭의 그림은 친자식이 들고 나온 유품도 위작 판정을 받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려 있는 천경자의 <미인도>는 화가 본인이 가짜라고 항의했는데도 진품 판정을 받았다. 천화백은 이후 붓을 꺾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이 복제되어 나돌아다니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감정도 쉽지 않다. 워낙 정교하게 그려진 데다 감정위원들이 헷갈려서 진품 판정을 내버리면 순식간에 가짜가 진짜가 된다. 그림 한 장의 운명이 뒤바뀌는 순간이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은 안평대군을 흠모하다 그를 위한 그림 <벽안도>를 그렸다(물론 허구이다). <인사동 스캔들>은 이 그림이 4백년 만에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으로 시작된다. 비문 갤러리의 배태진 회장(엄정화 분)은 이를 입수해 그림 복원의 천재인 이강준(김래원 분)에게 작업을 맡긴다.

제대로 복원만 된다면 부르는 것이 값인 <벽안도>는 안견이 안평대군이 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렸다고 한다. <강화병풍>을 복원하다 문화재 밀반출 혐의를 받기도 했던 이강준은 비문 갤러리의 작업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린다. “당시의 그림을 살려내려면 당시의 화가가 되어야 한다.” 이강준의 말이다. 배태진 회장은 진품이든 가품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매하는 악덕 업자이다. 배회장은 돈과 권력으로 인사동을 쥐락펴락하며 가끔 밀거래 현장도 경찰에 귀띔한다.

양심이 있으면 ‘복원’, 양심 불량이면 ‘복제’

<벽안도>라는 그림을 놓고 벌어지는 <인사동 스캔들>은 복원이나 복제 방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공장에서 떼쟁이(기술자)들이 그림을 대량으로 모사하고, 그림에 시간을 먹이는 작업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진다. 양심이 있으면 복원이고 양심 불량이면 복제이다.

이 영화에서 주목받을 인물은 임하룡이 아닐까.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으로 나와 이미 배우가 된 그는 주연과 여러 조연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로 <인사동 스캔들>을 코믹하게 엮어나간다. 이강준과 배회장의 머리 싸움은 마지막 장면에서 결판난다. 인사동의 갤러리와 골동품점들이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첫날 시위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4월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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