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비웃으며 ‘잠행’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04.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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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적발 건수 계속 늘어

▲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이 ‘불법 성매매 청와대 전 행정관 처벌,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성매매 업주들과 경찰들의 숨바꼭질을 보면 꼭 그런 모양새이다. 지난 2004년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근절시키도록 했다. 이 법이 시행되자 여성계는 환호했다. 금세라도 성매매가 없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경찰은 성매매업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고, 금방이라도 성매매를 뿌리 뽑을 기세였다. 지난해에는 동대문에서 시작한 ‘성매매와의 전쟁’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단속이 절정을 이루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불야성을 이루었던 집창촌들은 일제히 불을 끈 채 영업을 중단했다. 안마시술소들은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속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음에도 성매매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굳이 승패로 따지자면 경찰의 패배이자 성매매 특별법의 참패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3년간 경찰의 성매매 단속 실적’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성매매 적발 건수는 지난 2006년 8천7백16건이었으나 2007년에는 5백70건이 늘어난 9천2백86건이었다. 끝장 단속이 이루어졌던 지난해에는 1만7천7백36건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처음부터 단추 잘못 꿴 전쟁이었다”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인원도 급증했다. 성매수 남성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년에 비해 1만여 명이 증가했고, 성매매 여성도 1천6백여 명이 늘어났다. 경찰의 단속이 요란한 변죽만 올린 꼴이 되었다. 이 정도면 성매매 특별법의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산업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주로 집창촌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졌다. 집창촌은 도심에 있지만 철저하게 격리된 상태에서 관리가 되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이 집창촌에 집중되면서 업주들은 하나 둘씩 영업 장소를 옮기기 시작했다. 도심 주택가로 스며들어 은밀하게 성매매 영업을 재개했다. 성매매 형태도 신·변종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여대생 마사지, 키스방, 대딸방, 휴게텔 등이 도심 곳곳에서 은밀하게 성업 중이다. 거리 곳곳에는 안마, 휴게텔, 마사지 같은 불법 광고물이 가득하다. 성매매 특별법의 역효과이다. 문제는 도심 속으로 숨어든 성매매 업체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고 해도 단속과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전 서울 종암경찰서장)는 “최초 성매매 전쟁이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음성적인 성매매업소만 늘어났다. 집결지와 같은 개방형 성매매 업소를 먼저 칠 것이 아니라 술집, 퇴폐 이발소, 룸살롱 같은 음성적인 성매매업소를 단속해야 했다. 음성적 성매매를 차단하고 집결지 여성들에 관한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매매는 영원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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