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 안 가리는 성매매 진화의 끝이 안 보인다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09.04.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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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에서나 가능했던 성매매가 일상으로 침투해 곳곳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갈 데까지 간 성매매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 서울 장안동의 안마업소들은 현재 거의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10층 건물 전체가 여종업원들의 숙소-룸살롱-성매매 장소, 오피스텔 한 개 층 전체를 성매매에 이용, 주택가에 성매매 마사지업소 진출…. 서울 강남 같은 특정 지역만이 아니다. 대구, 창원 등 지방에서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성매매에 관한 한 한국 사회는 임계점을 넘었다. 지역별로, 간헐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지지만 그때뿐이다. 특단의 방법이 강구되지 않으면 성매매와 관련해 훗날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될 사회·문화적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는 이제 ‘일상’에 침투했다.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돈만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할 만큼 생활 속에 똬리를 틀었다. 날로 늘어나는 단속 건수와 기기묘묘한 수법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단속을 피하는 방법 또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성 매수자는 물론 매매자도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아르바이트 학생에서부터 투잡(Two Job) 직장인까지 뛰어들면서 성매매 종사자를 따로 구분 짓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최근 들어 활개를 치는 ‘오피스 마사지’는 이러한 성매매 실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성매매 천국’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통화는 간단했다. 몇 시로 예약할지가 정해지자 오피스텔 위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도착하면 전화를 달라”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기까지 5분이 채 안 걸렸다. 찾기도 쉬웠다. 오피스텔은 주택가이지만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춰 입구에서 전화하자 “0000호로 가면 된다”라며 구체적인 장소를 일러주었다. ‘단속’ 이야기를 슬그머니 끄집어냈다. “우리하고는 상관없다. 걱정 마라”라고 자신했다. 혹시 갖게 될 ‘우려’를 염두에 둔 듯 “핸폰(휴대전화) 번호도 안 남는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피스 마사지’는 전화 통화만으로 성매매가 성사된다. 간편하면서도 주변에서 알 수 없도록 비밀스럽다. 연락처는 길거리에 차고 넘친다. ‘가슴 설레는 만남’ ‘프라이버시 완벽 보장’ 등의 문구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새겨진 홍보 명함은 식당 개업을 알리는 전단지마냥 거리 여기저기에 굴러다닌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더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성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어느 오피스 서비스가 좋더라’는 식의 후기 글이 올라오고, 배너 광고를 클릭하면 곧바로 포털 사이트 카페로 연결되어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
유흥가 업소가 아니라 사무용이거나 주거용 공간이라는 점은 성매매에 대한 죄의식과 경찰 단속에 대한 두려움을 무디게 한다. 여기에다 성매매 여성들의 본업이 따로 있다는 식의 입소문은 ‘오피스 마사지’를 찾도록 부추긴다. 최근 들어 오피스텔이 아닌 단독주택을 빌려서 영업하는 곳이 생겨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24시 남성 휴게텔’ ‘스트레스 클리닉’ 등 다양한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를 해온 마사지업소가 주택가로 스며들면서 아예 간판도 없이 영업을 하는 곳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초기 ‘핸플’이라고 표현하는 유사 성행위가 대부분이던 마사지는 경쟁이 붙으면서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리운전처럼 전화만 하면 여성 보내줘

영등포 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한 마시지업소도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은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자 열렸고, 15개 남짓한 칸막이 방의 구조가 드러나면서 이곳이 퇴폐 업소임을 알렸다. “예약을 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하자 “포털 카페를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여성들 사진도 올려놓았다”라고 소개했다. “게시판에 언제 오겠다는 시간을 남기면 된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밤에는 물론 낮에도 그냥 오면 몇 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직장 다니는 유부남’이 주로 낮에 찾아온다고 한다.

성인 전용 전화 서비스를 통한 성매매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동대문구에 있는 한 성인 전화방을 들어서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30~4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가정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다짜고짜 “만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묻고는 “용돈을 좀 챙겨주면 된다”라고 했다. 다음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데는 다 만남이다. 통화만 하는 여자는 없다”라며 ‘만남’을 채근했다. 실제 1시간여 사이 걸려온 7통의 전화 내용은 한결같았다. 용돈 액수만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답을 주저하면 이내 통화는 끊어져버린다.

성인 만남 사이트도 성매매에 활용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수십만 명의 여성 회원을 자랑하며 ‘100% 주선’이라는 홍보 문구로 성매매를 유혹하는 곳도 있다. ‘집이나 모텔로 보내드린다’ ‘여성의 연락처와 사진을 메일이나 폰으로 동시에 전송’ 등 사실상 성매매업소나 다를 바가 없다. 이들 여성의 경우 콜센터 방식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 대리운전 시스템과 비슷하다. 헤이맨뉴스 구성모 대표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요구하는 남성이 있으면 그 지역에 있거나 가장 가까운 여성이 연락을 받고 찾아가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의 성매매 집결지는 그 기능이 상당히 약해졌다. 퇴폐 안마와 이발업소가 즐비해 한때 ‘성매매의 메카’로 불렸던 장안동은 지난해 경찰의 ‘성전(性戰)’이 있은 이후 ‘홍등(紅燈)’이 꺼졌다. 대로변을 장악했던 대형 안마업소는 모텔로 간판을 바꿔 달거나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아직도 출입구에 ‘운행 중지’ 딱지가 붙은 건물도 있고, ‘임대 문의’를 내건 업소도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주부 이 아무개씨는 “단속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다들 문을 걸어닫았다”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 단속이 느슨해지면서 일부 업소가 다시 문을 열었다. 인근 ‘분점’으로 손님을 실어나르는 승용차 행렬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지만 네온사인 불빛이 하늘을 뒤덮던 예전의 밤 풍경은 자취를 감추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필수 코스’로 드나들면서 성황을 이루던 시절에 나돌던 ‘어느 업소 권리금은 30억원이다’라는 식의 소문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집창촌도 아직 ‘영업 중’에 있지만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경찰의 집중 단속에 가장 먼저 철퇴를 맞은 곳이다. 손님의 발길은 드문드문해졌고, 여성 종사자들도 상당수 자리를 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청량리, 용산, 영등포 등 대부분 재개발이 추진 중인 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해체’ 수순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업주들 모임인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대표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집창촌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 연락처가 담긴 ‘오피스 마사지’ 홍보 명함은 길거리에 차고 넘친다. 화단가에 가지런히 놓인 전단지. ⓒ시사저널 이종현

“집창촌 와해가 소형 성매매업소 난립 불러”

이처럼 성매매가 일상 속으로 파고든 원인은 무엇일까.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성매매의 확산을 집창촌의 와해와 연관 짓는 시각이 있다. 경찰의 감시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소형 성매매업소만 난립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오르는 이른바 ‘풍선 효과’이다. 성매매 여성들이 해외로 진출한 것도 마찬가지 논리로 설명한다. 강현준 대표는 “성매매 여성 몇 명이 모여 여관방만 몇 개 빌려도 사업을 할 수 있다. 집창촌은 언제든지 통제가 가능하지만 이런 식의 성매매 행태는 사실상 통제 불능이다. 잡초처럼 뽑고 또 뽑아도 뿌리가 뽑히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두 현상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경찰 단속이 무의미하다는 식의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성매매 여성단체 이룸의 신동원 활동가는 “전체 성매매에서 집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안 되어 단속에 따른 풍선 효과는 크지 않다. 또,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성과가 있었다.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한 의식 전환과 함께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강대표는 “마사지업소는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으니까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다. 허가제로 바꾸어 소방법에 따라 칸막이를 걷고 구조 변경을 못하게 하면 성매매를 처음부터 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신동원 활동가는 “성매매 특별법이나 여성부의 노력만으로 성매매가 근절될 수는 없다.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이 함께 가야 하고 다른 정부 부처의 협조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업형 마사지업소들의 경우는 거액의 벌금이나 시설 압수 등을 통해 물적인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 강남 일대의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룸살롱. ⓒ시사저널 이종현
강남 룸비즈니스 풍경이 달라졌다. 건물을 통째로 빌려 룸살롱을 운영하는 초대형 업소가 늘어나면서 약육강식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경기 불황이 오히려 몸집을 키우게 만들었다. 중·소형 룸살롱은 더 이상 ‘유흥 1번지’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마치 로펌들이 합병·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것과 같다. 서비스 수위도 전반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다른 업소와의 차별화 전략도 다채롭다. 여성의 프로필이 담긴 책자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전체 여성을 한꺼번에 보여주면서 규모로 압도하는 곳도 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D룸살롱은 5층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지난 3월 초 문을 연 이 업소는 1백50명의 여성을 제외하고도 임직원이 1백20명이나 된다. 웬만한 중소기업에 못지않은 규모이다. 직원 중에는 서울의 유명대 출신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업소 관리를 맡고 있는 이 아무개 전무(33)도 D외고와 K대학을 나왔다. 이전무는 “유흥업소 손님 대부분이 경제력이 있는 사회 중·상류층이다. 이들을 상대하려면 이제는 체계화한 마케팅과 기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직 미러 초이스’는 이 업소의 차별화 전략이다. 한 층을 터서 만든 ‘쇼케이스’ 안에 여성들이 앉아서 대기하고 있으면 손님이 유리벽 반대편에서 ‘초이스’를 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여성 쪽에서는 손님을 볼 수 없으며, ‘초이스’를 받지 못해 밤새 커피만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뒤처지는 여성은 자연스럽게 업소를 떠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냉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여성들은 대학파, 직장파, 정통파로 나뉜다. 대학파 중에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온 경우가 많다. 일종의 아르바이트 개념이다. 직장파는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하는 투잡족이다. 매일 나오지 않아 출석률은 좋지 않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손님과 대화가 잘 통한다. 정통파는 이 일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들이다. 이들 세 부류의 비율은 엇비슷하다고 한다.

대형 룸살롱 중에는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철퇴를 맞은 곳도 있다. 10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빌려 룸살롱부터 성매매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속칭 ‘풀살롱’ 업주와 종업원이 최근 경찰에 검거되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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