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지율 왜 올라가나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애널리스트) ()
  • 승인 2009.04.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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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결집·경제 위기 해소 기대감 작용

 

▲ 이명박 대통령이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MB)의 지지도가 확연한 상승세이다. 이른바 쇠고기 파동과 촛불 시위 때문에 10%대까지 급전직하하며 추락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대 초반에 고착되어 있던 것에 비하면 지금 보여주고 있는 30%대 중·후반 혹은 40% 부근의 지지율은 격세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집권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을 놓고 보면,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 이처럼 이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들어  상승한 이유가 무엇일까? 

MB의 지지도가 상승한 이유를 찾는 데 우선 부닥치는 문제는 도대체 별다른 성과가 없는데도 올라갔다는 점이다. 경제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실업은 늘고, 고용은 악화하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긍정과 낙관으로 반전한 것도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외형적으로 몸싸움하는 꼴만 안 보일 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간 지지도에 영향을 미쳤던 친이명박 진영과 친박근혜 진영 간의 갈등도 해소된 것 같지 않다. 남북 관계도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니 상승세의 배경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응답 달라져

먼저 하나의 지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여론 추이가 바뀌는 것은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질문은 곧 사람은 어떤 대상을 무엇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지과학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사람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감성에 따른다. 심하게 말하면, 감성은 이성의 노예이다. “정치에서 이성과 감성이 충돌하면 언제나 감성이 이긴다”라는 것은 오바마 시대 미국 민주당의 이념 가치를 재정립한 에머리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드루 웨스턴의 말이다. 전설적인 언론인 월터 리프만은 전문 지식과 직접 체험이 없는 대중의 혼란스런 믿음을 가리켜 ‘여론(public opinion)’이라고 불렀다. 잘 따져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판단한다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감세(tax reduction)’라는 말을 ‘세금 구제(tax relief)’로 바꾸면 여론이 쉽게 호응하고, 외국의 분쟁 지역에 군대를 파견할 때 ‘참전군’이라 하지 않고 ‘평화유지군’이라고 하면 지지하는 응답이 훨씬 늘어났다. 도박 대신 게임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처럼 어떤 단어를 써서 어떤 느낌을 유발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도 감성의 힘을 말해준다. 이것이 수치로는 읽을 수 없는 MB 지지도 상승의 숨은 비밀이다.

뭐니뭐니해도 MB 지지도를 끌어올린 가장 큰 동력은 보수층의 결집이다. 평소 안보 문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온 보수층이 남북 간에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MB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MB 취임 당시 70%를 넘는 보수층이 MB를 지지했으나, 이후 가장 심하게는 21%로까지 추락했었다. 그런데 최근 보수층에서 MB를 지지하는 비율이 50%를 훌쩍 넘어섰다. 영남에서 10% 이상 지지도가 오른 것도 평소 보수 성향을 강하게 표출해온 영남 정서의 반영이다. 역시 보수적 마인드를 많이 가진 5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지지도가 10% 넘게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험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세인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지역, 주부, 자영업자에서도 MB 지지도가 5~18% 올랐다.

안보 문제 때문에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다고 해서 현 정부의 대응을 꼭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여론조사에서 더러 포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 고조는 잘잘못을 떠나 안보 문제에서는 정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아옹다옹할 문제가 아니라는 감성 패턴이 더 활발하게 작동하게 만들었다. 

‘일하는 모습’ 보여준 것도 영향 준 듯

지지도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요인은 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감이다. 3월 조사에서, 향후 1년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비율이 지난 1월에 비해 15%나 높아졌다. 걱정과 염려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열망이 간절한 경우 자연스레 희망을 걸어볼 만한 대상을 찾기 마련이다. 외환위기 때처럼 형편이 괜찮은 세계 경제에 기대를 거는 것도 어렵다. 그렇다고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냉전 때 으레 해주었던 미국의 지원도 난망하다. 야당의 리더십도 절망적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기댈 데라고는 정부밖에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공에 대한 학습 효과로 인해 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상식으로 자리 잡은 인식, 즉 경제 발전은 정부 몫이라는 인식까지 감안하면 정부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 정부의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아 있어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너무 막막하다. 따라서 싫든 좋든 내 삶을 위해서라도 현 정부가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령별로는 40대,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층에서 MB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커져가고 있는 것이 이러한 흐름을 반증한다. 40대와 화이트칼라층에서의 지지도는 지난 1월 조사와 3월 조사를 비교했을 때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실업난에 더 시달리는 20대에서 지지도가 10% 가까이 오른 것도 같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MB 지지도가 올라가는 데는 대통령의 ‘일하는 모습’에 따른 감성 효과도 적지 않다. 이대통령은 정치권 다툼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었다. 또, 정치적 언행을 삼가는 한편 예산 조기 집행과 추경 편성 등 경제 살리기에 애쓰는 그림을 보여주었다. 여론이 이에 호응했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3월 정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잘했는데 지금은 잘 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3.7%인 반면 ‘지난해에는 잘 못했는데 지금은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21.8%에 달했다.

주목할 부분이 있다. MB 지지도가 상승세에 있기는 하지만 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일 뿐 ‘인기가 좋다’거나 ‘정치적 안정’을 말할 정도는 아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집권 2년차 현재 시점과 비교해 보면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 낮다. 또, 과거 MB가 보여준 행태를 볼 때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이 재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의 상승세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통령이 정치나 당파 싸움에 초연해서 몸을 낮추고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요컨대, 제갈공명의 출사표에 나오는 국궁진췌(몸과 마음을 다해 나랏일에 힘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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