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세븐의 굴욕’ 만회할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9.04.2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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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 제외한 6개 지역 일제히 오름세…미국 주택 경기가 향후 흐름 좌우할 듯

▲ 서울 강남 3구를 포함한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사저널 임영무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버블 세븐’ 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부동산 규제로 주춤했던 ‘부동산 버블’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일시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채현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강남발 집값 상승이 수도권으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가는 지난 2007년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이다. 올해 1월 가장 낮은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도 ‘3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 대출금 중 일부가 주택 구입용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개인 사업자의 운영 자금이나 가계의 생활 자금 등 생계 자금으로도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최근 일고 있는 부동산 경기 조기 회복론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투자자 36% “부동산 가격 오를 것”

그럼에도 그동안 하락 폭이 컸던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경기 지역조차 올해 들어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스피드뱅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5~11일 기준으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오름 폭이 0.14%로 지난주(0.08%)에 비해 두 배가량 커졌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올해 들어 최고치인 0.66%를 기록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56㎡(17평형)는 1주일 만에 8천만원이나 뛰었다.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59㎡(18평형)는 3천만원 오른 7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함종영 스피드뱅크 시황분석팀장은 “강남 3구는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품귀를 나타낼 정도로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 관심이 쏠리면서 강북 아파트 매수세가 감소하는 ‘남고북저’형이 최근 부동산시장의 특징 중 하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하락세에 놓여 있던 다른 버블 세븐 지역도 강세이다. 분당구 정자동 정든한진8차 89㎡(27평형)는 2천5백만원 오른 4억7천만~5억2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용인시 구갈동 강남마을서미트빌 1백12㎡(34평형)는 5백만원 오른 2억7천5백만~3억1천5백만원이다. 지난해 10월 이 지역의 가격이 급격히 허물어졌다. ‘버블 세븐의 붕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반년이 지나지 않아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평촌을 제외한 버블 세븐 6개 지역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용인시는 바닥 인식이 확산되면서 5주 만에 오름세를 회복했다. 조민이 스피드뱅크 연구원은 “저가 매물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것이 현지 분양업체들의 설명이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에도 부동산 자금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부동산시장 조기 회복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ING자산운용은 최근 아·태지역 개인 투자자 1천3백4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한국 투자자는 지난 분기 12%에서 이번 분기 36%로 급증했다. 조사 대상 13개국의 투자자들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실물 경기도 살아나야 진짜 회복”

각종 지표에서도 부동산시장의 회복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공개한 3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 규모는 3만7천3백98건으로 전월에 비해 30.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 연속 거래 건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7월(3만8천8백4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이 내놓은 ‘2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 대출 동향’에 따르면,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월보다 3조3천1백63억원 늘어난 2백44조7천9백8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었던 2006년 11월(4조2천억원) 이후 최대치이다. 주택대출 증가가 대부분 개발 호재가 있는 용인이나 수지 등 신도시에 이루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지표로만 보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과는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부동산시장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미국의 주택 경기를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미국의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부터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의 주택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 공급량을 보여주는 2월 주택 허가와 주택 착공 건수는 전월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주택 허가의 경우 2009년 2월 현재 54만7천건으로 전월에 비해 5% 증가했다. 주택 착공은 58만3천채로 전월에 비해 22.2% 증가했다. 주택의 수요를 나타내는 기존 주택 판매도 4백72만채로 전월에 비해 5.1% 증가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 연구위원은 “미국 부동산 경기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의 공급과 수요 지표의 실적치가 예상보다 증가했다. 늦어도 9월께에는 저점을 기록하고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윤채현 한국시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시가보다 20~30% 저렴한 매물이 현재 경매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이 오르는 데는 호가를 끌어올리며 바람을 일으키려는 인위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기 회복이 동반되어야만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게 된다.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어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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