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에 낀 ‘거품’을 빼는 ‘명약’은…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09.04.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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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유장훈

“이 CD 누가 준 건 줄 알아? 제약사 직원이 남편에게 드리라며 줬다는 거 아냐. 요즘에는 감동 마케팅 전략으로 의사 배우자들까지 챙기더라.” 의사 아내를 둔 한 선배가 한 말이다. 물론 이 선배의 말처럼 영업사원의 단순한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와 제약사 직원이 갑과 을의 위치에서 긴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4월23일, 손숙미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똑같은 항혈전제가 공개 입찰을 통해 납품될 때와 비교해 수의 계약으로 납품될 때 무려 96.1배나 비쌌다. 계약 체결에 관여하는 의사와 제약사 간에 리베이트가 오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병원과 유통업체는 제약회사로부터 싼 가격에 약품을 납품받아 환자에게 처방한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규정에 정해진 상한 액수로 약값을 청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리베이트와 약값 부풀리기 관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대책은 나와 있다. 약값 거품을 빼기 위해 마련된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사업’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음성적으로 주고받는 리베이트를 근절하려면 제공하는 제약사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받는 의사·약사도 처벌하도록 관련법을 손질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의 결단이 절실하다. 지난 3월, 복지부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사업’ 시범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며 퇴출시킨 품목은 조사 대상의 3%에 지나지 않았다.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복지부도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복지부가 면모를 일신해 강력한 대책을 추진한다면 의혹도 떨쳐내고 신뢰도 되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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